자신의 몸을 내주고라도 사랑하는 남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여자. 여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평생을 찾아다닌 어머니를 포기할 수도 있는 남자.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은오와 아랑의 사연은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연의 가슴에 칼을 꽂은 은오, 과연 그들은 해피엔딩이 될까?

은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는 아랑의 몸을 가져야만 한다는 무연의 이야기에 아랑은 흔들릴 수밖에는 없습니다. 어차피 자신은 곧 이승을 떠나야 하는 운명. 그런 운명을 가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사랑하고 마음껏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전부이니 말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무연에게 두려움 없이 다가설 수 있는 것은 아랑이 은오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이 희생은 그래서 값지면서도 안타깝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정만이 남게 만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연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힘겹게 하니 말입니다.

저승사자인 무영을 나무라는 옥황상제의 말 속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의 마음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무영의 문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에게 남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연을 제거하려는 목적이 나쁜 짓을 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했던 존재였기에 더 이상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없애려는 것의 차이는 크다는 이유이니 말입니다.

감정을 제거하고 이성으로 사안을 바라보면 단순해집니다. 은오와 무영이 힘을 합해 상제가 준, 무기를 통해 무연을 제거하면 그만이니 말입니다. 아랑 역시 자신을 죽인 존재만 죽이면 지옥이 아닌 천상에서 살 수 있기에 그들과 함께 자신을 죽인 무연을 제거하면 모든 일은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계산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단순한 문제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은오의 눈에 보이는 무연은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의 몸만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은오에게는 두렵고 반가운 존재입니다. 주왈에 의해 무연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자신을 되찾은 어머니 서씨와 조우하는 과정에서는 그의 그 아쉽고 반가운 마음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아랑을 위해서는 죽여야만 하는 대상. 하지만 악한 무연이 아닌 자신의 어머니인 서씨와 조우하게 된 은오로서는 더욱 힘겨운 선택을 하게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가 어머니를 만나 오열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잃었던 어머니를 찾은 반가움만은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아랑을 위해서는 무연이 들어서 있는 어머니를 죽여야만 하는 은오로서는 오열 외에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방법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잠시 무연을 이기고 자신의 몸을 되찾은 서씨의 경우도 자신이 더 이상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지내기보다는 이 기회에 무연과 함께 죽기를 원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죽어야만 했던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했던 서씨로서는 자신을 희생해 모두가 사는 방법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서씨의 이런 마음은 아랑의 희생과도 같습니다. 자신을 희생해서 은오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그녀였으니 말입니다. 살고 싶고, 그래서 사랑하는 은오와 더욱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자신이 희생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그녀를 더욱 힘겹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은오를 위해 무연에게 자신의 몸을 주려던 상황과 그런 아랑을 구해내자 은오의 품에 안겨 "나도 사또를 보내기 싫다. 사또를 남기고 떠나기 싫다"며 오열을 하는 모습에는 지독한 사랑이 존재함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은오가 어머니를 안고 오열을 하듯, 아랑 역시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은오를 안고 오열을 하는 것은 바로 그 지족한 사랑이 그들의 마음속에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오직 탐욕만이 가득했던 최대감은 한양으로 호송되던 중간에 성난 백성들에게 돌멩이를 맞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그저 살인자로 전락시킨 거덜의 칼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고 맙니다. 누구를 사랑하지도 사랑할 마음도 없었던 최대감. 오직 그가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육신과 재물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는 자신을 지배했던 탐욕에 의해 거리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권선징악이라 할 수도 있고 인과응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이 상황은 고전적인 '전설의 고향'의 틀을 그대로 이어주고 있었습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어머니를 위해 영혼만이라도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은오는 저승사자인 무영과 힘을 합하기로 합니다. 아랑에게 "털 끝 하나 다치지 않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무연에게 향한 두 남자는 강력하게 저항하는 무연에 달려듭니다. 상제가 준 칼로도 범하지 못했던 무연을 은오는 자신이 어머니에게 선물한 비녀로 그 단단한 결계를 무너트리고 심장에 꽂게 됩니다.

상제가 원했던 완벽한 조건을 갖춘 상황에서 상제가 준 비녀를 통해 그 단단한 결계를 풀어낸 은오. 순간 서씨의 몸에서 빠져나온 무연은 은오를 뒤따라온 아랑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무연이 나간 후 짧은 순간 은오의 어머니로 돌아온 서씨의 고통과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무연을 바라보며 "안돼"를 외치는 아랑의 모습은 마지막 한 회를 기대하게 합니다.

무연이 다시 아랑의 몸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입니다. 무영이 무연을 잡아 가는 것이 당연하고 극적인 상황만을 남겼을 뿐 그들의 관계는 그대로 정리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문제는 남겨진 은오와 아랑이 과연 이승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있느냐 입니다.

은오가 짧게 꾸었던 꿈. 그 속에서는 아랑과 함께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 역시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 있었고, 돌쇠는 사또가 되어 방울이와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은오의 꿈이 예지몽이 된다면 은오와 아랑의 사랑은 해피엔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천상에서 다시 인간이 되어 지상으로 내려올 때 아랑이 만약 임무를 완수하면 자신의 청을 들어줄 수 있느냐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랑이 지옥으로 갈 일은 사라진 상황에서 그녀가 다시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다면 아랑과 은오는 함께 행복한 삶을 살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과연 은오의 꿈이 예지몽이 되어 그들의 여생을 평범하지만 가득한 사랑을 나누며 살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준기와 신민아의 오열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던 19회. 남은 한 회를 통해 과연 이 둘이 지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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