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평일 메인 뉴스 시간을 내달 5일부터 오후 9시에서 8시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MBC는 지난 2010년 주말 <뉴스데스크>를 한시간 앞당긴 바 있지만 주중 방송시간을 8시로 옮긴 것은 개국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김재철 MBC 사장은 지난 15일 임원회의에서 다음달 5일 부터 평일 <뉴스데스크>를 오후 9시에서 오후 8시로 변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에 대해 ‘뉴스 경쟁력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쳐

이번 조치는 MBC 보도국 내부 의견 수렴없이 임원회의를 통해 일방적인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MBC노조 16일자 특보를 통해 황용구 보도국장과 윤길용 편성국장도 <뉴스데스크> 방송시간 변경을 '당일 통보 받았다'고 전했다.

황용구 보도국장은 MBC노보에서 "지난 주 워크숍 저녁 식사자리에서 김재철 사장이 '시청자들의 뉴스 시청 패턴이 많이 달라졌다. 8시로 옮기는 방안을 생각해 보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또 황용구 보도국장은 "사장의 이 말 때문에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 이동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말을 부장들에게 했지만, 실제 결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길용 편성국장은 15일 "정식으로 통보 받은 것은 오늘"이라면서 "SBS처럼 편성할 것인지, MBC만의 독특한 편성을 내세울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MBC노조는 16일 특보를 통해 "시청자들은 <뉴스데스크>를 9시 뉴스로 부를 정도로 9시에 방송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면서 "<뉴스데스크>의 방송 시간대를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면, 면밀한 검토를 거쳐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MBC노조는 "8시로 옮길 경우 시청률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면서 "더구나 지금 뉴스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것은 <뉴스데스크>가 <조선일보>를 넘어 <빅뉴스>와 <뉴데일리>와 같은 극우 매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편파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지금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경영진들이 경영할 때 자기들 마음대로 하라고 임명된 게 아니다"라며 "구성원들의 여론을 수렴해서 민주적으로 일처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MBC는 두 세명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해 밀어부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점에 대해 반대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는 게 심각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과거 주말뉴스 시간대를 8시로 옮길 때에도 내부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며 "그때는 사내 여론을 고려해 의견 수렴하는 최소한의 모양새라도 갖췄는데 지금은 이런 것조차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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