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PTV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콘텐츠동등접근권이 최대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매체간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방송계 일각에서 ‘케이블 온리’의 방침이 드러나는 등 불공정행위가 가시화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케이블 온리’의 방침으로 얼마 전 개국한 OBS의 역외재전송 문제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 2월 19일 구 방송위원회가 역외 재전송을 승인함에 따라 서울 지역 28개 SO 중 14개 SO에서 OBS를 채널편성에 넣어 전달하고 있다. 또한 채널 변경 문제로 승인대상에서 제외된 C&M 등 나머지 14개 SO에서 최근 방통위원회에 역외재전송 승인 신청을 해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 임시사옥 ⓒOBS
그러나 OBS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재전송협상 요구엔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SO의 OBS 재전송은 순조롭게 진행됐는데 유독 스카이라이프의 재전송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스카이라이프는 경영진 면담과 두 차례의 공문을 통해 OBS에 재전송협상을 요청했으나 구두 상으로 ‘기다리라’는 답변만 전달받았다.

이에 대해 방송계에서는 케이블방송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케이블 가입자 670만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OBS 재전송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주요 MSO가 ‘케이블 온리’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는 것이다.

지난 14일자 인천일보에 따르면 OBS관계자는 "케이블방송국에서는 스카이라이프와 계약을 하면 우리채널을 줄 수 없다고 하기 때문에 더 덩치가 큰 케이블과 먼저 손을 잡다보니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들에게 방송이 전달되기 힘들다’며 ‘올해 안에 케이블, 스카이라이프 쪽과 다시 협상을 해 수도권 전 지역에서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케이블방송의 압박으로 OBS라는 지상파방송이 위성방송을 배제한 것이 드러난 셈이다.

또 다른 OBS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추후 스카이라이프와 재전송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면서 “우선 순위를 고려해 케이블방송과 재전송협상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계의 의견은 다르다. 수도권으로 한정된 케이블 역외재전송과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위성방송 재전송이 동시에 진행된 결과가 OBS에 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OBS는 수도권 재전송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재전송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OBS의 케이블 온리 방침은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S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절대 난시청 가구는 1만3천 가구로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고는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결국 케이블 온리 방침에 따라 위성방송 배제된 상황은 시청자의 케이블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게 된다.

더 나아가 ‘케이블 온리’ 방침은 ‘티브로드 OBS 이면계약설’ 의혹으로까지 이어지고 지고 있다. ‘티브로드 OBS 이면계약설’의 핵심은 ‘OBS의 콘텐츠에 대해 티브로드에게 2년간 공급하고 다른 케이블 사업자에게는 티브로드에 공급하고 나서 일정 기간 뒤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케이블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공급할 경우 티브로드와 사전 합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양해각서에는 '티브로드와 합자PP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도 확인됐다고 한다.

이면계약의 내용이라고 한다면 OBS의 스카이라이프 재전송 결정권은 경쟁매체인 티브로드에 있으며 물론 IPTV도 마찬가지가 된다. ‘케이블 온리’가 아니라 ‘티브로드 온리’인 셈이다. MSO인 티브로드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9개의 SO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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