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지분 처리 방안에 대해 사실상 MBC가 주도해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15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측 인사들의 비밀회담 녹취록을 공개했다. 한겨레는 지난 12일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이 비밀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 한겨레 15일자 지면 캡쳐. 한겨레는 이날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과의 비밀회동 녹취록을 공개했다.

<한겨레>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진숙 본부장은 "(비밀회담 내용은)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김재철 MBC 사장 등 핵심 인사만 공유를 했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13일 특보를 통해 "지난 8일 정수장학회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MBC 현안 브리핑을 위해 간 것 일뿐 비밀회동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이 대화 내용으로 김재철 사장과 사전 교감이 이뤄졌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MBC 측은 최필립 이사장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인지, 관련 내용 발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해 보고했다.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부장은 이날 회동에서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는 MBC) 지분을 처분할 경우 어떤 방안이 있느냐, 또 하나는 그걸 어떻게 발표할 것인가"라는 내용을 브리핑을 했다. 이상옥 부장은 "이렇게 될 경우 MBC는 투자금을 활용해서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전략을 세울 수 있으며 일반에 주식을 좀 더 풀면 ‘(정수장학회를) 국민들에게 돌려준다’ 이렇게 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MBC는 정수장학회 지분 30%를 처분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식 상장시 4천억 정도를 신주로 발행해 방송문화진흥회가 갖고 있는 지분율을 70%에서 58%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옥 전략기획 부방은 "방문진과 MBC에 이렇게 하겠다고 입장을 전달한 후,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어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는 언론사의 지분을 처분한다. 지분의 매각 수익은 이자 수익화해서 반값 등록금과 관련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또 정수장학회 지분은 특정 기관이나 기업에 가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가져간다는 등으로 발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진숙 본부장은 "대학생 또 젊은층이 많이 지나다니는 장소를 골라야 할 필요가 있어 대형 광장이나 대학을 정했다"면서 "(장소)섭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들에게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을 저희가 찾으려고 한다"면서 사회자에 대해서도 "MBC 아나운서를 배제하고 외부 프리랜서 아나운서나 진행자 가운데 신뢰를 줄 수 있는 마스크를 가진 사람을 골라서 하겠다"고 전했다. 사실상 MBC가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에 대해서 구체적 계획을 주도해서 마련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MBC 지분 매각뿐 아니라 부산일보 지분 매각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최필립 이사장은 "MOU(양해각서) 체결하고 발표하면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일보 노조는 최필립 이사장의 부산일보 매각 계획에 대해 "천인공노할 재단의 협박극"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일보 노조는 15일 성명을 내고 "최 이사장이 무슨 자격으로 매각을 입에 담냐"면서 "구성원들의 땀과 눈물로 지난 50년 동안 키워온 언론사를 감히 무슨 자격으로 팔겠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일보 노조는 "지역 여론을 여권에 유리하도록 부산일보를 활용하고, 매각대금으로 대통령 선거 전 부산·경남지역 복지사업에 기부하려 한다"며 "이는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 아래 나온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 이사장은 이사진들과 함께 깨끗이 물러나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요구에 답해야할 것이며 "박 후보도 최 이사장의 행동과 거취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대화에서 오간 내용의 중대성과 사안의 공공성에 비춰 보면, 대화 내용 공개가 공익적 가치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MBC가 제기한 도청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취재 과정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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