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저녁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지난 1월 25일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 사태로 촉발된 MBC 파업이 170일 동안의 투쟁을 마치고 복귀한 지 90일이 다 돼 가지만 MBC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MBC는 지난 7월 25일 <PD수첩> 작가 6명 전원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MBC의 이 같은 조치에 시사교양작가 920여명은 대체 집필을 거부하며 <PD수첩>작가들의 원직 복귀를 요구했다. 하지만 MBC는 "해고가 아닌 분위기 쇄신을 위한 교체"라면서 "<PD수첩> 결방은 한국방송작가협회의 협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MBC가 일방적으로 해고한 정재홍, 이소영, 이화정, 장형운, 이김보라, 임효주 작가(왼쪽부터)가 지난 12일부터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정재홍 작가는 "유쾌하고 즐겁게 이 자리를 지키겠다. 끝까지 함께 해주길 바란다"며 이 날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도연

이런 상황에서 <PD수첩>작가 6명은 이 날부터 MBC 정문 건너편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끝장 캠프'라는 이름을 붙인 천막 농성장에서 작가들은 24시간 동안 이 곳을 지키며 작가 전원 원직 복귀와 <PD수첩>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천막농성을 시작하기에 앞서 해고당한 작가들을 응원하기 위한 촛불문화제가 MBC 정문 앞에서 열렸다. 100여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는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들과 한국PD연합회 소속 PD들뿐만 아니라 노웅래,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행사는 한학수 MBC PD와 고희갑 작가가 사회를 맡았다. 이금림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MBC는 해고 작가 6명뿐 아니라 방송작가협회 2500명을 조롱하듯 PD수첩 작가 공모를 냈다"면서 "작가의 양심과 언론을 탄압자행하고 있는 MBC에 대한 항의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금림 이사장은 "MBC가 7월에 작가들에게 한 행위를 끝까지 기억하고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작가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MBC 파업 중 해고된 최승호 MBC PD는 "남극의 눈물에서 본 펭귄들이 허들링하며 칼바람을 견디는 것처럼 작가들과 PD들이 함께 싸울 것"이라면서 "정재홍 작가와 제가 함께 걸어 들어가 PD수첩을 함께 하는 날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작가들에게 천막을 제공한 언론연대의 전규찬 대표는 "구청이 천막을 철거하면 또 공급할 것이고 만약 벌금을 내라고 하면 시민사회의 이름으로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며 해고당한 작가를 지지했다.

▲ 해고 작가들이 설치한 천막 농성장. 작가들은 원직복귀 될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김도연

<PD수첩>에만 12년 동안 일해 온 정재홍 작가는 "전에 팀장은 항상 사표를 넣고 다니면서 '외압은 내가 막아 주겠으니 작가와 PD는 날카롭게 비판의 날을 세운 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김재철 사장 하에서도 '수심 6m의 비밀', '민간인 불법사찰' 같은 프로그램이 만들어 질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재홍 작가는 "김재철 사장이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한 이후 사정이 변했다"면서 "당시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최승호 PD 등 열심히 일했던 PD들을 비제작부서나 타 프로그램으로 발령냈다. 또 김철진 팀장은 권력을 불편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못 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정재홍 작가는 "우리가 파업기간동안 일을 못했지만 기꺼이 기다렸던 이유는 '공정방송 쟁취'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작가는 "여기서 우리가 물러서면 다음에 오는 작가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되지 않겠냐"면서 "그렇게 되면 자기 양심에 반하는 글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재홍 작가는 '분위기 쇄신'이라는 주관적인 이유로 해고한다면 방송 작가라는 직업이 존재할 수 없다"면서 "방송작가라는 직업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천막 농성을 계속 이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MBC는 <응답하라 PD수첩>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PD수첩> 작가를 공개모집해 원직 복귀시킬 뜻이 없다는 사실을 내비쳤다. 이 공모는 현 PD수첩 제작 PD 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