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언론매체의 수난시대다. 지난 20일 언론중재위원회는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에 대한 ‘보도문’이라는 직권 결정을 내렸다. ‘보도문’에는 “주저앉은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영상과 관련하여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없다”,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었던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은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발표됐다”, “한국인의 MM형 유전자형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결정하는 유일한 인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등의 문구들이 포함돼 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농림부의 완승을 보여준다.

그러나 언론중재위원회 한 관계자는 <미디어스>를 통해 ‘보도문’ 결정은 독단적으로 내린 것이 아니며 농림부와 MBC <PD수첩>팀 간 조정을 거친 결론이며 <PD수첩> 방송 내용 전체에 대한 정정이나 반론을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피해자가 실권을 가진 국가권력이라고 볼 때 또한 유례에도 없는 ‘보도문’이라는 해괴한 결정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허무는 행위로 규정될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지난 9일 국정홍보회의에서 “경향신문 논조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파문 관련 해명 광고 내용이 다른 만큼 과연 경향신문에 광고를 줄 필요가 있느냐”라며 쇠고기 파문 언론사별 보도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 경향신문에서는 “쇠고기파문 보도 너무 적대적, 경향신문에 광고 줄 필요있나”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했고 이를 두고 문화부에서는 특정언론사를 지칭한 적이 없다며 정정보도를 신청한 것이다. 그러나 기사를 작성한 이재국기자는 “문화부가 당당하다면 회의록을 공개하라”며 “사실에 입각한 진실보도”를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실제로 지난 20일 기획재정부 FTA국내대책본부의 광고에서 경향신문은 배제됐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띄고 있는 한겨레, 서울신문 역시 광고게재에서 배제됐다. 그렇다면 이는 도대체 어떻게 바라봐야할 하나.

KBS가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 KBS 이사회의 김금수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이 김금수 이사장에게 정연주 사퇴를 압박한 이후 부담감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KBS 특별감사 결정을 내렸다. 보수단체들의 KBS의 부실경영과 광우병 편파보도 의혹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것에 따른 결과이다. 감사원에서는 KBS 정연주 사장 퇴진 건과는 무관하다했지만 하반기에 감사가 진행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특별감사를 한다는 것은 전혀 납득되지 않는 표적감사일 뿐이다. 또한 정연주 사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온 박동영, 신태섭, 이춘발 KBS 이사들 역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태섭 이사의 경우, 소속대학에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라고 밝혀 사퇴압박이 학계까지 들어간 것으로 확인돼 KBS 이사들에 대한 사퇴압력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언론중재위원회의 ‘보도문’결정은 언론자유의 크나큰 위기의 한 단면이다. 언론중재위원회를 믿을 수 있는가.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80명 중 23명이 유인촌 장관으로부터 위촉받은 인사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리는 묻고 싶다. 과연 <PD수첩>의 ‘보도문’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 회의록을 공개할 수 있는가. 이 사실로 본다면 문화관광체육부의 ‘경향신문’에 대한 조정신청의 결과는 이미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 아닌가. 이미 언론중재위원회는 그 기능을 스스로 저버렸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역할은 그들도 이야기하듯 ‘조정’에 있다. 그렇다면 또다시 묻는다. 보도문의 내용이 ‘조정’된 것인가. 이것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으로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보다시피 농림부의 논리와 결코 다른 점이 없다. 언론중재위원회 사이트에 올라온 수많은 네티즌들의 규탄은 또 다른 언론매체에 대한 피해가 아니다. 진실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그 내용들을 결코 놓쳐선 안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사건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전부터 오늘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은 이처럼 폭넓게 공공의 영역 깊숙이 그리고 치명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것이 미디어 공공성위기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의 선택은 ‘저항’이다. 우리는 모든 언론통제에 대해 저항할 것을 밝힌다. 개념 없이 이뤄지는 보도유예 결정, 착한(?) 놈 떡 하나 더 주는 식의 정부부처 광고게재, 실시간 다각적으로 들어오는 정연주 사장 및 KBS 이사들에 대한 사퇴압력. 우리는 이 모든 것에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언론자유의 희망으로 당연한 언론자유의 권리를 찾아나갈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보도문’ 직권결정 즉각 파기하라!
▲감사원은 KBS표적감사 즉각 중지하라!
▲정부는 KBS 정연주 사장 및 이사들 사퇴 압력을 당장 멈춰라!

2008년 5월 22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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