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소통’이란 단어가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도 없는 것 같다. 익히 아시겠지만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오래전 한 영화 카피로 ‘통하였느냐’라는 말이 등장했을 때 은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 말이 재미있어서 한동안 “토옹~ 하였느냐?”라는 유행어가 우리 사이에 나돌기도 했었다. 하지만 통한다는 말은 매우 포괄적이며 감정적 감성적 교류의 폭이 넓어서 전라도의 ‘거시기’만큼이나 두루 가져다 붙일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일은 얼마나 신나는 교감인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면 그 관계가 얼마나 알뜰하고 명쾌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 단어를 매우 좋아한다. 라디오 방송은 무엇보다 청취자들과 소통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아도 '소통' 가능한 라디오

▲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김사은 PD
일단 ‘온-에어’ 상태가 되면 MC를 비롯한 스탭들은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들을 위해 채널을 열어둔다. 아픈 곳은 어루만져주고 절망스러우면 희망을 주고 불평 불만에 귀 기울여주고 원하는 노래를 같이 들어준다. 그렇게 너울 너울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하는데, 청취자들은 놀랍게도 보이는 라디오가 아닌데도 스튜디오 상황을 확연히 들여다 보고 있는 듯 하다. MC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어디 아픈데는 없냐’고 문자로 안부 물어오고, 음악의 유형이 살짝 바뀌거나 디렉팅이 달라도 피디가 출장 중인지도 알아낸다. 그래서 청취자들을 어영부영 속이기 보다는 미리 드러내놓고 양해를 구하는 편이 낫다. 맑고 밝고 훈훈한 방송, 이것이 우리 방송사의 방향이며 나 역시 잘난 체 하지 않고 친절하며 따뜻한 방송을 강조하곤 한다. 가식, 위선, 교만, 권위…. 이런 자세로 방송에 임했다가는 금방 청취자들이 떠나 버릴 것이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청취자들은 물론 스탭들과도 마음을 맞춰야 한다. MC, 작가, 엔지니어의 의견과 역량을 존중해야 시너지가 창출된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꼽는다면 단연 수용자 중심이어야 한다. 수용자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청취자없는 방송,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소통, 통한다는 것은 이처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들이 있다. 많다면 많고 단순하다면 또한 단순한 논리다. 그것은 신뢰, 바로 믿음이다. 믿음이 있다면 소통의 기본 요건은 형성된 셈이다. 소통과 신뢰야 말로 닭과 달걀의 관계이자 불가분의 관계이다. 신뢰가 깨지면 소통이 안되고 소통이 안되면 신뢰를 잃는다.

▲ 경향신문 5월 23일자 만평.
5월23일자 경향신문 만평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소통의 부재 원인을 국민 탓으로 돌리는 정부를 꼬집는 내용이었다. 소재가 ‘소통’이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오래 들여다 보았다. 같은 날 대통령은 취임 88일만에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국민께 다가가겠습니다”로 시작되는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국민들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사과하며 또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담화와 더불어 소통 부재를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강부자 고소영' 내각과 대통령, 국민의 목소리 듣고 있나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 들어섰을 때 많은 국민들은 그들이 부자여서가 아니라, 엄청난 재력과 부를 축적하고 학벌과 인맥을 배경으로 성장해온 1%의 부자 각료들이 나머지 99%의 국민들의 민심을 어떻게 읽어낼지를 우려하고 염려했었다. 아닌게 아니라 취임 초기부터 각종 해프닝을 남발하며 우려를 현실로 드러내더니 소고기문제로 촉발된 민심이 촛불을 밝혀 대통령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소통은 ‘즈그들만의 소통’이 아니다. 정부 내각이 부자들의 사교클럽이 아닌 바, 일찍이 더 겸손한 자세로 몸을 낮춰 귀를 열어 민중의 소리를 들어야 했을 것이다. 한미 FTA가 어떻게 처리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번 담화로 볼진대 ‘소통’의 중요성만큼은 인지한 듯 하다. 하지만 소통을 망령되이 일컫지도 말라. 믿음없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정말 국민에게 ‘통’했을까?

1965년 볕 좋은 봄, 지리산 정기가 서린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원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언론홍보를 공부했다. 전공을 살려 지방일간지 기자와 방송작가 등을 거쳤고 2000년 원음방송에 PD로 입사, 현재 편성제작팀장으로 일하며 “어떻게 하면 더 맑고 밝고 훈훈한 방송을 만들 수 있을까?” 화두삼아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있다.

지역 사회와 지역 문화에 관심과 애정이 많아 지역 갈등 해소, 지역 문화 발전에 관련된 라디오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해왔다. 수필가로 등단, 간간히 ‘뽕짝에서 삶을 성찰하는’ 글을 써왔고 대학에서 방송관련 강의를 시작한지 10여년이 넘어 드디어 지식이 바닥을 보이자 전북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며 용량을 넓히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최근 전북여류문학회장을 맡았다. 방송에서나 인간적인 면에서나 ‘촌스러움’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다. http://blog.daum.net/kse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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