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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인물로 살펴본 대선후보 3인의 경제민주화경제민주화의 세 가지 측면, 그리고 그들의 시장주의
김민하 / 정치평론가 | 승인 2012.10.09 07:01

   
▲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갈등을 빚은 '경제민주화'의 주창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왼쪽)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경제민주화가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이 됐다. 박근혜 캠프에서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면충돌하면서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이 ‘나와 이한구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그동안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로, 이한구 원내대표는 시장주의자로 서로 갈등을 빚으며 지내왔다.

박근혜 캠프의 사정 : 김종인 vs 이한구

이러한 상황 자체는 두 사람이 가진 이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종인 위원장은 소위 서강학파 출신으로 국가가 시장경제에 대해 적극적 개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이다. 독일에서 학위를 받아 유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우 재무부 출신이기는 하지만 전두환 정권 시절 김용환 전 장관이 쫓겨날 때 재무부를 나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대우그룹에 몸을 담고 있다가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장주의자이며 기업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는 평이다.

따라서 이들의 충돌은 그야말로 필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종인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재벌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지만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우 시장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당장의 단기적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일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다른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전형적인 시장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라는 단어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며 되도록 이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철학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말 자체에 국가 또는 정치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의 실질적 내용이 과연 이 두 사람의 철학을 놓고 다툴만한 수준의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번 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혼란스럽게 쓰이고 있기는 하나 단순하게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시장에서 재벌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조정이다. 이는 동반성장, 상생경영, 공정거래 등 사실상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의 조치로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는 오너가 모든 것을 사실상 소유하는 재벌의 소유구조에 대한 문제이다.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 등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가주도의 수출경제로 요약되는 박정희 체제와 미국식 시장자유주의로 요약되는 97년 이후 경제체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경제질서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이 지금까지 내세운 것들을 보면 경제민주화의 첫 번째 관점은 대개 수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보호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한구 원내대표도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위에서 적은 경제민주화의 두 번째, 세 번째 측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일반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에 대해서는 국가가 기업의 소유구조까지 건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 다수다. 다만 순환출자금지와 관련해서는 신규출자분과 기존출자분을 분리해 신규출자분에 대해서는 규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그의 공식적인 발언은 ‘순환출자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순환출자금지의 경우 기존출자분에 대해서도 일부 손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언급을 하긴 했으나 큰 틀에서 보면 그렇게 날을 세우고 서로 싸울 만큼의 차이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원래 가진 철학의 차이가 있으니 서로 싸울 만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 무엇을 두고 싸우는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런 상황이라면 기업인 출신인 안철수 후보 진영의 경우는 어떨까? 아직 공식적으로 이것과 관련한 정책이나 공약을 제시하지 않아 구체적인 판단은 어렵지만 그동안의 발언으로 미루어 대강의 짐작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안철수 후보의 소위 ‘동물원 발언’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한 비판으로 볼 때 경제민주화의 첫 번째 측면인 공정거래의 확립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이에 대한 공감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두 번째 측면인 재벌의 소유구조 개혁, 즉 순환출자금지 등의 조치에 대해서도 유예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철수 캠프의 문제 : 장하성 vs 이헌재

그러나 안철수 후보의 참모들도 비슷한 정도의 의견을 밝히고 있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재벌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장하성 교수는 최근 ‘재벌은 두들겨 패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재벌이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일부에서는 장하성 교수가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요하게 제기하기는 하였으나 결국 1원 1표의 주주자본주의를 제대로 구현하자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재벌개혁을 통해 체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원리가 완벽하게 적용되는 충실한 시장경제를 만들자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이헌재 전 장관의 존재도 상황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이헌재 전 장관이 97년 구조조정의 집행자를 자임해 미국식 시장자유주의를 도입한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거기에 더욱 흥미롭게 볼만한 것은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관계다. 두 사람은 모두 과거 재무부에서 쫓겨난 후 대우그룹에 몸 담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과거 DJP 연합을 실현시켰고 지금은 박근혜 후보의 멘토그룹으로 알려진 소위 7인회의 좌장인 김용환 전 장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김용환 전 장관의 손아랫동서로 김용환이 재무부 장관을 하던 시절부터 아껴온 인사이며 이헌재 전 장관의 경우 97년에 김용환 전 장관이 직접 천거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술자리 안주로나 할 만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경제정책에 대해 공유하고 있는 철학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정우가 출동하면 어떨까?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경제민주화의 세 번째 측면인 새로운 경제 체제의 질서를 만드는 부분에 주목하는 캠프 인사는 없을까? 이것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의 견해를 주목해볼 만하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정희 모델과 97년 이후의 영미형 자본주의 모델은 모두 경제민주화와 상극이다’라며 ‘재벌개혁, 노사관계개혁, 사회적 경제’의 삼박자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세상이 경천동지할만한 새로운 주장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그나마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맥락 중에서는 가장 심화된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정우 위원장이 분배정책 등을 강조했던 소위 변형윤 스쿨의 대표적 멤버이며 참여정부에서 쫓겨날 때까지 개혁파의 입지를 점하고 있었다는 맥락을 고려하면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가장 근본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는 변양균, 박봉흠, 김영주 등 박정희 체제에 반발해 영미식 자본주의의 도입을 주장했던 소위 경제기획원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이정우 위원장의 기획이 얼마나 구체화 될 지에 대해서는 지켜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김민하 / 정치평론가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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