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오는 11월 출판 예정인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가칭)의 출판비용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MBC는 지난해 MBC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21억 5천만 원의 기부금을 제공했다. MBC는 정수장학회에 2004년부터 매년 20억씩 지원해 왔다. 배재정 의원실에 따르면 MBC의 정수장학회 기부금 증액분 1억 5천 만 원은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 출간 비용일 가능성이 높다.

▲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 ⓒ배재정 의원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와 정수장학회 이사회 회의록 등을 분석한 결과 MBC가 1억 5천만 원을 기부금 증액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선양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증액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배재정 의원실에 따르면 MBC는 증액 사유에 대해 “영업이익 증가 등을 고려해 증액한 것이며 구체적인 사유는 경영 비밀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다. 배재정 의원은 “국내 대표적인 공영방송사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 여당 대선후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칭송하는 출판물 간행비용을 제공했다면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MBC와 정수장학회는 지금이라도 1억 5000만 원의 기부금 증액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9월 21일 열린 정수장학회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최필립 이사장은 “도서출판 기파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생을 조명하는 사진집을 출판하겠다며 1억 5천만 원을 지원해 달라”고 말했으며 김덕순 이사는 이에 호응해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설립자의 업적을 알리는 좋은 기회도 될 듯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가칭)를 출판하는 도서출판 기파랑은 조선일보 편집인과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안병훈 씨가 2006년 설립한 출판사로 지난해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이승만’을 출판한 바 있다. 안병훈 씨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원로 멘토 그룹인 7인회 멤버이기도 하다.

배재정 의원실은 “김재철 사장은 적어도 MBC이사회 이전에 안병훈 기파랑 대표나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부터 출판사업과 관련한 지원 요청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정수장학회 기부금으로 1억 5천 만 원을 책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MBC 여의도 사옥 ⓒ연합뉴스

또한 MBC는 올해 정수장학회 기부금 규모를 지난해보다 6억 증액한 27억 5천만 원을 지급했다. MBC측은 정수장학회 기부금 증액 사유에 대해 “영업이익 증가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배재정 의원실은 전했다. MBC는 2010년 총매출은 7,429억 원, 영업이익은 605억 원이었으며 2011년 총매출액은 8,910억 원, 영업이익은 74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정 의원실은 “2011년 12월 21일 정수장학회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정수장학회는 2012년 대학생 장학금 지급인원을 50명 증원하면서 ‘대학등록금 5% 인하부분을 반영하고, 모범청소년 감액 지급부분과 문화방송 기부금 증액 부분을 감안해 책정했다’고 밝혔다”면서 “결국 기부금 증액을 요청하면 MBC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규모를 늘리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배재정 의원은 “정수장학회는 무려 200여억 원에 이르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생색을 내야 할 사업은 MBC에 요청해 또 다시 기부금을 받아내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올해 방문진 국정감사는 반드시 김재철 사장에 대한 국정감사이자 정수장학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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