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가 단독 보도한 ‘안철수 대선 후보 논문표절 의혹’에 대한 비판이 MBC 내부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다.

MBC는 지난 1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박사 학위 논문이 다른 교수의 논문을 상당부분 표절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가 나간 후 안 후보 측은 “정확한 사실을 답변했지만 전혀 언급되지 않은 거짓말을 공식 답변인 양 보도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어 학계 전문가들과 표절 논문 의혹 원저자도 “표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쳐 MBC는 이날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절 의혹을 단독보도했다. 하지만 이후 학계 전문가와 표절 의혹 논문 원저자도 "표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안철수 후보 측은 충분한 반론을 제기 했지만 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MBC의 인사 조치로 비보도부분으로 발령된 고참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제보 내용을 검증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기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BS가 지난 1월 19일 단독 보도한 민주당 돈 봉투 사건을 언급하면서 “검찰조사 결과 허위로 판명이 났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돈 봉투를 준 것으로 남아있다”면서 “이번 기사도 전형적인 물타기, 여론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돈 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지목된 김경협 민주당 예비 후보는 돈 봉투가 아니라 초대장을 돌렸다고 밝혔으며 검찰도 자신들의 실수를 시인하고 내사를 종결한 바 있다.

고참 기자는 “불순한 정치권력이 제보자인 척 접근해서 언론을 악용한 상황”이라면서 “보도한 기자도 후보검증이라는 명분하에 의도적으로 이런 세력에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MBC보도국 정치부 인적 구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MBC 보도국의 대선보도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현재 정치부는 정치부장이 통제하기 쉬운, 파업기간 중에 채용된 시용기자와 대선취재 경험이 거의 없는 기자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대선국면에서 민감한 이슈는 정교하고 강단 있게 다뤄야 한다”면서 “숙련이 덜된 기자들과 데스크로 운영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부의 참사”라면서 “기자가 정확한 사실 관계 취재와 정보 수집을 하고 데스크가 효과적이고 균형 있게 다듬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제대로 안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MBC노조는 지난 1일과 2일 보도에 대해 4일 성명을 내고 보도책임자의 퇴진을 요구했다.

MBC노조는 성명에서 “의학박사 학위논문은 일반인이나 취재기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가 영역”이라며 “표절의혹을 제기하려면 전문가의 의견을 기사에 반드시 반영해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기사에 전문가의 인터뷰가 전혀 없이 문장 몇 개를 비교하며 표절 의혹을 일방적으로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조중동조차 외면할 정도의 엉터리 보도를 통해 MBC를 시중의 우스개로 전락시켰다"면서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황용구 보도국장, 김장겸 정치부장 등 보도책임자들은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에 대한 중징계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이번 보도에 대해 “김재철 체제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이 정도의 사고를 쳤으면 보도책임자는 물론이고 사장도 물러나야 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사안의 경우 안철수 후보측에 논문을 들고 찾아 가야한다”면서 “당사자에게 반론을 구한 후 그 반론에 대해서도 검증하는 취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용마 홍보국장은 “MBC 표절의혹 보도 이후 이 내용을 받은 언론사가 없다”면서 “최소한의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라면 이게 기사가 되는지 안 되는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반 유권자에게 안철수 후보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뉴스를 정치 도구화해 여권을 밀어주는 일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정치부 뉴스의 편향성 때문에 170일 간의 파업을 한 것”이라며 “김장겸 정치부장 때문에 파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장겸 정치부장은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후 유래 없이 2년 가까이 정치부장 자리에 있다”면서 “이런 사람이 여전히 정치부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예고된 것”이라고 힐난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현원섭 MBC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인문학분야 교수가 이과분야 교수들과 공동으로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한 것”이라며 “취재 결과 표절 의혹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전문가 인터뷰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보자가 철저히 보호 요청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안 후보 측의 반론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반론이 8시 45분에 와서 방송 시스템 상 반영하기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내부 자료를 받아서 쓴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현원섭 기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보도가 나간 후 박근혜 캠프 핵심 관계자가 ‘자료를 어디서 구한 것이냐’고 전화를 했다”고 부정했다.

현원섭 기자는 “기회가 되면 인터뷰를 충분히 확보해 다시 보도할 용의도 있다”면서 “추석연휴 전부터 취재해왔던 것이고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의혹제기”라고 밝혔다. 이어 “대선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정당한 절차라고 생각하고 기자 입장에서는 대통령 후보자가 답변을 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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