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드라마, 스릴러, 액션 등 영화라면 대부분 챙겨보는 편이지만 유독 극장에서 보길 꺼려지는 장르가 있다. 다음 아닌 공포다. 글쓴이가 공포를 스킵하는 것은, 분명 무서움을 잘 타는 겁 많은 성격에서도 기인한다. 하지만 사람이 무서운 스릴러에 비해 귀신, 영혼이 출연하는 공포물은 무섭기보다 웃음이 나오기 일쑤다. 실제로 근래 개봉했던 호러물은 흥행은 물론이요, 혹평 일색인 작품이 대다수였다. 아무래도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 되다 보니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격감한 것이 이유이겠지만, 어찌되었건 호러물은 스크린에서 잘 안 보게 된다.
하지만 호러물이라면 질색인 글쓴이도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가 있었으니. 이름 하여 <점쟁이들>. 사실 <점쟁이들>은 호러라는 장르보다 김수로, 이제훈, 강예원, 곽도원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다. 그리고 예고편에서 보았듯이 무섭다기보다 소위 '병맛’같이' 웃긴 영화다. 막판에 주인공들과 악당(?)이 전면으로 충돌하기 직전 잠깐 무서워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결말이 뻔히 보이고, 내용 자체도 예측가능하게 평이하게 흘려간다.
<점쟁이들>은 공포, 호러라면 질색인 사람들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이 또한 <점쟁이들> 신정원 감독의 치밀한 계획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리얼 공포, 호러물은 마니아성 장르로 즐기는 이가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창동, 김기덕, 박찬욱, 홍상수 감독의 작품만큼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의 흥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앞서 지적했듯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은 무서워야 할 장면에서 실소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점쟁이들>은 스타 배우 섭외를 통해 막강한 라인업을 형성하고, 시도 때도 없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 아예 코믹하게 흘려간다.
주요 배역들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겹도록 많이 보았던 구도다. 대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다가 좌천당한 찬영(강예원 분)은 취재 차 내려온 울진리에서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연루된 비밀을 캐내게 된다. 그리고 뛰어난 혜안을 가졌지만,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점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심인대사(곽도원 분)는 과거 자신의 연인과 꼭 닮은 승희(김윤혜 분)에게 연정을 품는다. 그리고 얼굴만 봐도 티격태격하는 박선생(김수로 분)과 박박사(이제훈 분)은 알고 보니 너무나도 특별한 관계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등장인물의 이름만 봐도 무슨 관계인지 알아차릴 법도 하다)
그러나 돈 때문에 울진리에 모여든 점쟁이들은 악령과 싸우는 과정에서 그간 잊고 있었던 부성애와,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서로 간에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진심어린 희생은 점쟁이들에게 수억 원의 돈보다 더 큰 선물을 안겨준다.
인간의 사악한 욕망으로 빚어낸 비극, 위기에 맞서는 힘겨운 시간 속에서 진정한 인간애의 회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수많은 공포물 혹은 전래동화에서 줄기차게 이어진 메시지이다. 결국 이 뻔한 내용을 맛깔스럽게 포장하기 위해 신정원 감독은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웃음'을 택했고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관객들의 구미를 자극한다.
코믹 호러라는 장르와 'B급 정서'가 앞서는 신정원 감독 특유의 성향상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작품성을 기대하고 <점쟁이들>을 본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부담 없이 가족, 연인과 즐길 수 있는 용도로 <점쟁이들>을 택한다면 꽤나 괜찮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일단 여성 관객입장에서는 충무로의 떠오르는 다크호스 이제훈의 새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는 것만으로도 티켓값은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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