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던 미디어스 설문조사 <청와대의 'PD수첩' 소송방침, 어떻게 보십니까>가 마무리됐습니다. 소중한 한 표를 제공해주신 총 270명의 독자 여러분께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미디어스 설문조사 결과, 청와대의 <PD수첩> 소송에 대해 '언론탄압·알권리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신 분들이 260명(96%)이었습니다.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군요.

"왜곡·편파 보도 가능성이 있으므로 찬성한다"는 분은 8명(3%),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 분도 2명(1%)에 이릅니다. 소중한 의견을 내주신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난 6일이었습니다.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MBC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4월 29일 방영분)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공연히 으름장을 놓던 농림수산식품부가 결국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 및 정정보도 신청을 낸다고 밝혔죠.

정부, '비논리적' 이유로 'PD수첩' 제소

자. 그럼 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신청한 정부의 입장을 하나하나씩 살펴볼까요.

첫 번째, 정부는 "미국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만든 '주저앉은 소' 동영상을 방영했으나 주저앉은 소들이 꼭 광우병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PD수첩'은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됐던 아레사 빈슨의 죽음을 인간 광우병 때문인 것으로 단정하는 보도태도를 취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정부의 주장에 <PD수첩>의 방송을 본 분들은 매우 의아할 것 같습니다. <PD수첩>은 미국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해당 동영상을 보도하며 "모두 광우병에 걸렸다"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광우병 가능성이 있는 소들을 일시적으로 일으켜 세워 검역을 통과시키는 미국의 '허술한' 광우병 통제 시스템을 고발했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PD수첩>은 후속편(5월 13일 방송) 말미에서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중간발표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PD수첩>을 제대로 보고 정정보도 신청을 한 건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두 번째, 정부는 "'PD수첩'이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한국인의 비율이 영국인이나 미국인보다 높다며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으나, 유전자 분석 결과는 광우병 발병의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고 실제 발병률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죠.

하지만 이 역시 의문이 듭니다. <PD수첩>은 광우병 발병의 여러 요인들 중 중요한 한가지로 '광우병에 취약한 한국인 유전자'를 보도했을 뿐, "한국인은 무조건 광우병 걸려 죽는다"고 위협한 적이 없습니다.

세 번째, 정부는 "'PD수첩'이 '우리 정부가 미국 도축시스템을 본 적 있는지, 보려 했는지 의문'이라고 보도했으나,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두개팀 8명이 미국 현지조사를 실시한 적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 2006년, 2007년 정부의 미국 도축장 점검 결과 보고서를 보도한 SBS <8뉴스>(5월 15일 방송)는 어떻게 봐야하는 걸까요.

SBS 카메라가 직접 비쳐준 그 보고서는 정부가 현지 실사한 결과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보고서에는 "심히 우려할 수준이다" "2006년과 2007년 모두 한국 수출용 작업장 점검 결과 전체의 절반이 넘는 곳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절단용 톱 중 30개월 이상과 미만용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등 충격적인 사실이 적혀져 있더군요. 그렇게 미국 도축장의 비위생성과 허술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왜 입장을 180도로 바꿨을까요.

정부의 보고서와 같은 맥락에서 미국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적한 <PD수첩>이 왜 갑자기 소송의 대상이 된 걸까요. 정부는 미국 도축시스템을 보긴 봤으나, 본 내용을 잊어먹은 걸까요.

정부는 위에 제시된 이유를 들며 "'PD수첩'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지만, 속내는 다른 것 같습니다. 정부의 진심은 "우리가 하려던 일을 방해(?)한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정도가 아닐까요.

언론중재위 게시판, 네티즌의 비판 글 242페이지 넘어

지난 19일이었습니다. 언론중재위가 <PD수첩>에 보도문 결정을 냈죠. 비논리적인 이유를 들며 중재신청을 한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솔직히 '코미디'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이후 언론중재위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비판 여론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구요? 지난 21일까지 언론중재위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중재위에 대한) 항의성 글로 무려 242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너희가 청와대 꼭두각시냐? 중재나 해라, 편들지 말고"(작성자 평민) "'PD수첩' 2탄 방송 마지막에서 다우너 소가 모두 광우병 소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는데 그걸 꼬투리 잡다니 실망이다"(국민) "정권에 빌붙는 중재위라면 존재가치도 없다"(박선생) "당신들 'PD수첩' 건드리면 국민들이 안 참아"(임혜진) 등이 그 내용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역시 중재위의 결정에 '언론중재위는 정권의 하수인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괴담'으로 몰아가는 정권의 눈치나 보는 조직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말았다"며 개탄했죠. 당사자인 <PD수첩> 역시 언론중재위의 결정에 "이미 보도했거나 논리에 어긋난다"며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해 이제 정부와의 '싸움'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습니다.

'언론탄압' 공포영화, 앞으로도 계속되나

정부의 <PD수첩> 소송, 포털사이트 댓글 삭제 요청, 비판언론 압박 등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솔직히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령, 귀신, 최첨단 특수효과도 동원되지 않았건만 2008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매년 여름마다 봐왔던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괴기스럽습니다.

참. 지난 19일 문화관광체육부도 언론중재위에 경향신문을 제소했습니다. 경향신문이 정부의 '비판언론대책회의'에 대해 보도했기 때문이죠. 결과는 어떨까요? 솔직히 언론중재위가 과연 자신들의 역할을 다 할지 의문스럽습니다. 이렇게 공포영화는 앞으로도 한참동안 계속될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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