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했던 <신의>에 덕흥군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부여되었습니다. 덕흥군의 계략으로 인해 은수는 사경을 헤매게 됩니다. 왕의 옥새와 은수의 생명을 바꾸자는 덕흥군의 제안으로 최영과 공민왕 그리고 기철의 균형을 깨트리며 모두를 위기에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덕흥군이 만든 딜레마, 최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은수를 사이에 둔 최영과 기철의 대립관계는 덕흥군의 등장으로 전혀 다른 전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기철의 위세에 눌려 공민왕이 제대로 왕 노릇을 하기도 힘들던 상황에서 덕흥군의 투입은 기존의 식상해진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자기 세력도 없고 무술로 단련되지도 않은 덕흥군이 살아남아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바로 그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지략 때문이었습니다. 왕이 되고 싶은 덕흥군에게 공민왕을 밀어내고 왕이 되기에는 너무나 큰 난관이 존재했습니다.

기철이라는 존재도 문제이지만, 공민왕을 호위하는 중요한 존재인 최영이라는 인물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기철이 은수를 얻기 위해 덕흥군을 부르고 그를 이용해 공민왕을 위협하며 의선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몰락을 이끄는 악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간사한 뱀이라 불리던 기철보다 더욱 냉철하고 잔인한 덕흥군은 노골적으로 왕위를 탐내고 그런 자신의 야욕을 성사시키기 위해 거침없이 움직입니다. 공민왕을 원나라 때부터 모시던 조일신에 접근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은 덕흥군을 잘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기철을 제거하는 데 함께하면 기철이 가진 모든 재물과 권력을 당신에게 주겠다는 한마디에 덕흥군을 옹립하겠다고 나서는 조일신의 모습은 경악스러웠습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약점과 탐욕을 극단적으로 끄집어내서 이를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덕흥군의 모습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은수를 위기에 빠트리기 위해 수첩에 무색무취의 독약을 뿌려 위기에 처하게 한 덕흥군은 이를 이용해 최영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무술이나 세력을 가지고 상대할 수 없는 절대 지존 최영에게 당당해질 수 있었던 것은 최영이 가장 힘겨워하고 두려워하는 존재인 은수였습니다.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덕흥군은 은수에게 독을 먹도록 했고, 이를 통해 임금의 옥새를 손에 쥔 덕흥군은 기철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은수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최영은 공민왕을 찾아가 옥새를 달라고 합니다. 은수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도망까지 쳤던 최영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에게 왕을 증명하는 옥새를 달라고 하는 상황은 어떻게 봐도 황당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부하들인 우달치 부대원들을 상대로 싸우는 최영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정상은 아니었습니다. 왜 그가 그런 무리수까지 둬야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달치와 궁에 있던 모든 이들이 옥새를 지키기 위해 집중하는 사이, 최영은 이미 궁을 떠나 덕흥군을 찾아갔습니다. 옥새를 빼앗은 후 공민왕 앞에 등장해 자신의 탈로를 찾기 위해 연극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욱 분개한 공민왕은 이런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덕흥군에게 옥새를 주고 얻은 해독제를 은수에게 투입하지만, 한 번에 독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덕흥군과 최영의 만남과 대립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직접 왕을 위협하지 않은 채 왕이 가장 신뢰하는 최영을 통해 옥새를 탈취한 덕흥군.

그는 사흘이 다 되어 해독제를 찾으러 자신을 찾은 최영을 앞에 두고 바둑이나 두자며 시간을 벌기 시작합니다. 덕흥군을 감시하고 있던 기철의 부하 천음자와 화수인의 연락을 받고 덕흥군을 찾은 기철로 인해 그곳에는 중요한 인물 3인방이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덕흥군에 포섭된 조일신은 옥새를 차지한 사실을 알게 된 후 그의 지략에 따라 빈집털이에 나섭니다. 기철이 자신의 집을 나서 덕흥군을 보러 간 틈을 이용해 왕의 군사를 이용해 기철의 집을 탈취한 사건은 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의 시작이었습니다.

최영이 덕흥군을 살려둘 수 없는 이유는 은수를 위독하게 만들었다는 점이고, 기철이 덕흥군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의 동생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게도 공민왕이 그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왕위를 위협했다는 점입니다. 덕흥군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모든 이들의 약점을 건들었고 이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기철이 자신이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해 덕흥군을 죽이려는 상황에서 최영이 그를 보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없으면 은수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약 성분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독제를 구할 수 없는 최영은 무조건 은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덕흥군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니 말입니다.

독에 취해 사경을 헤매던 은수는 꿈속에서 자신이 과거 타임슬립 했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자신이 노트에 적었던 모습을 기억해내고, 자신의 품에서 죽어가는 최영의 모습까지 본 은수는 혼란스럽고 두렵기만 합니다. 자신의 꿈속에서 알게 된 사실이 그저 꿈이 아닌 현실이라면 하늘 문은 한 달 후 열리게 된다고 합니다.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67년 뒤에 다시 열리기에 생전에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는 은수의 이야기는 그들에게는 지독한 선택을 남겨두었습니다.

사랑하는 사이임이 분명하고, 은수 역시 그런 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한 달 후 결정이 중요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최영을 사랑해 남게 되면 자신은 고려에서 생을 마감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 한 달 후 다시 미래의 자신의 삶 속에 돌아간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사랑을 잃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모든 일정과 상황은 이제 한 달 후로 맞춰졌습니다. 덕흥군의 왕위쟁탈도, 기철의 야욕도 모두 한 달 후면 정리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연 어떤 선택과 결과가 이어질지는 이후의 문제이지만 이런 상황이 전개되었다는 점은 <신의>로서는 다행입니다. 밋밋하고 무기력하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덕흥군의 등장으로 급격한 변화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강력한 딜레마에 빠진 등장인물들의 선택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유발시켰으니 말입니다.

옥새를 빼앗긴 왕은 최영이 남긴 속뜻을 이해하고 원이 내린 옥새가 아닌, 고려왕의 옥새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북방의 군사력을 정비하라는 명령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진정한 고려의 왕으로 거듭나려는 공민왕과 은수의 생명을 살리고, 왕을 공격하려는 기철에게서 공민왕도 살릴 수 있는 최영의 묘책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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