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열풍이 막 일어났을 당시, 유일하게도 KBS는 연예인 오디션이 아닌 취업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능력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기획된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는 당시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과는 별개로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해야 했다.

미국의 유명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서바이벌'의 분위기를 차용한 듯한 <도전자>는 각종 미션을 통해 매회 탈락자를 선발하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최후 우승자에게는 상금, 세계 일주 기회는 물론 스폰서 기업에 취업할 기회를 선사한다. 여기까지는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등 비교적 성공한 오디션 프로그램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도전자>는 상당한 마니아층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타 오디션처럼 대중화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슈퍼스타K>처럼 끼 있는 연예인 지망생이 나와서 노래, 춤으로 대중을 즐겁게 하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도전자>의 모토가 된 미국의 <서바이벌>은 그 흔한 장기자랑 없이도 오디션 프로그램 본좌격인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한국에서도 상당한 팬들이 존재한다. 현재 케이블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마스터 셰프 코리아>도 기존 오디션들과는 달리 취업 서바이벌을 지향하고 있지만 방영 내내 적잖은 화제를 모으며 다음 시즌 방영을 기약하고 있다.

지상파의 <도전자>와 달리 케이블 프로그램인 <프런코>나 <마셰코>가 네티즌 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이미 미국에서 방영된 인기 원작의 판권을 사서 방영한 만큼 기본 컨셉이나 아이템에 있어서 원작의 힘을 빌린 덕분도 있겠다. 또한 패션이나 요리 등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를 중점으로 다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프런코>나 <마셰프>가 케이블에서 방영하였다는 한계와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나름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배경에는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편집'과 이야기 구성의 힘이 한몫했다.

자신의 향하는 목표에 대해 일정 이상 재능이 있고, 절박한 심경의 참가자들로 가득한 만큼 비슷한 경쟁자들이 붙다보니 그 사이에서 경쟁, 협력, 그리고 눈물과 감동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사례로 꼽히는 <슈퍼스타K>는 여러 가지 갈등과 이야기를 쏟아내는 참가자들의 사연을 규합하여 흥미진진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그 중 참가자들이 각 조로 편성되어 대결을 펼치는 슈퍼위크 과정에서 '악마의 편집'이라 불릴 정도로 교묘한 제작진들의 농간에 본의 아니게 희생당한 참가자들도 매 시즌 종종 나와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청률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악마의 편집'은 이제 <슈스케>는 물론 CJ E&M 케이블 채널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조미료이다.

하지만 <도전자>에 이어 KBS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은 자극적인 조미료 대신, 아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센 재료로 요리를 시작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물을 이루는 와중에, 뒤늦게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 물결에 합류한 KBS가 자신 있게 내놓은 아이템은 과거 데뷔했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잊혀진 가수 부활 프로젝트이다.

이런 참가자 재기 목적 프로그램은 <내마오> 이전에도 SBS 계열 케이블 채널에서 <컴백쇼 톱 10>이란 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잠깐 방영했었다. 또한 본의 아니게 수많은 얼굴 없는 가수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보이스코리아>도 <내 마지막 오디션>과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꼽을 수 있다.

그토록 꿈꾸어왔던 가수 활동이 좌절된 이후,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참가자들 사연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얼굴이 알려진 가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용기만으로도 그들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제 첫 회 방영된 <내마오>의 문제점은 가수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이 아니다. 노래 외에서 오는 외적 감동요소와 노래가 아닌 다른 요소로 미션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참가자들 간의 갈등 과정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첫 회에 모습을 드러낸 참가자들을 선발하기 이전 수도 없는 예선과 심사를 통해 고른 참가자라고 하나, <내마오>의 참가자들은 노래를 통해 심사위원들에게 어필을 하기보다 그간 있었던 자신의 안타까운 과거사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경력이나 실력을 비추어볼 때 참가자와 심사위원이 뒤바뀌어버린 듯한 아이러니한 풍경 속에서 심사위원들은 노래보다 사연에 더 집중하고, 시청자들보다 심사위원들이 먼저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심사위원(조성모)가 이 연축성 발성장애를 앓고 있는 자신의 조카(오세준)을 합격시키고 눈물만 펑펑 쏟아내는 장면보다 두드러진 압권은 31명의 참가자들이 다음 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각 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불행히도 한 명의 참가자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도 전에 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동 탈락해야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특성상 다른 참가자들보다 실력, 매력이 떨어져 조기 탈락하는 것도 아니고 무리에 끼어들지 못해 나가야 하는 연예인 오디션은 <내마오>만의 특색이다.

기존 조직문화에 융합하지 못해 조직을 하차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 종종 있는 일이다. 이 사회는 '실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인맥, 연줄이 더 중요하게 움직인다는 것, 시청자들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시청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끝없는 재생산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적어도 오디션 프로그램만이라도 각자가 가진 실력만으로 평가받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발주자 <내마오>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와야 하는 첫회에서부터, 볼 만한 프로그램이라는 눈도장을 찍기는커녕 오히려 시청자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제대로 건드리며 불안한 출발을 시작한다. 가뜩이나 학교 내외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 문제로 온 사회가 시끌시끌한 와중에 필연적으로 한 명을 내보낼 수 없는 구조와 어떻게든 무리에 껴서 살아남기 위해 기어코 누군가를 내보내는 암묵적인 움직임은 재미있긴커녕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괴롭게까지 한다.

명색이 가수 재기 프로젝트인데, 정작 중요한 음악은 없고 안타까운 사연과 악마의 편집 그 이상으로 자극적인 조편성으로만 채워진 <내마오>. 연예인 발굴 오디션 프로그램 최초로 실력을 넘어 눈치와 사회성을 강조해서 그런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기보다 <도전자>의 향기가 물씬 나는 <내마오>. 앞으로가 기대되기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수로 재기를 꿈꾸기 위해 어렵게 <내마오>의 문을 두드린 참가자들을 위해서라도, <내마오>는 첫 회부터 어긋난 단추를 바로 꿰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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