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철 MBC 사장 ⓒMBC

MBC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방문진은 27일 김재철 MBC 사장과 정영하 MBC노조 위원장을 불러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견청취'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재철 사장은 경남 MBC 컨벤션센터 입찰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견청취’는 이미 3주전에 잡힌 일정이다. 방문진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MBC의 대표이사가 출석요구를 무시하고 사전 통보도 없이 지방출장 간 것은 방문진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 밖에 안된다.

이날 오전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한 정영하 위원장은 "나는 방문진이라는 기구를 존중하기 때문에 출석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영하 위원장은 "이번 노사 의견청취로 법상식과 순리에 맞춰 모든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방문진 내에서 잘 판단하는 일만 남았다"고 촉구했다.

이날 이사들도 김재철 사장의 불출석 통보를 받고 황당한 반응을 나타냈다. 방문진 이사들은 정영하 위원장의 의견청취 시간이 길어져 점심을 샌드위치로 대체하고 김재철 사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MBC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방문진 사무처장에게 김재철 사장 불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김재철 사장 대신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했다.

이날 김재철 사장의 불출석에 대해 모든 이사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최강욱 야당추천이사는 이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재철 사장이 오늘 화룡점정을 찍은 것 같다"면서 "연임된 여당 추천이사들조차 무시당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최강욱 이사에 따르면, 김충일 여당추천이사는 이진숙 기획본부장이 “최대한 빨리 불출석 통보를 했다”는 말에 "방문진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능멸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 김광동 여당추천이사는 "언론은 어젯밤부터 불출석을 감지했는데 우리는 왜 30분전에 알아야 하냐"고 묻자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김재철 사장이)어제 임원회의에서 안 나갈 수 있다고 말은 했지만 마지막에 바꿀 수 있다고 해서 보고를 못했다"고 변명했다. 이에 김광동 이사는 "그게 방문진을 존중하는 태도냐"고 지적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에 대해 엄중 경고 유감을 표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로 하고 다음달 4일 정기이사회에서 다시 의견청취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또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이날 이사회에 상정됐으며 이사들은 사장의 답변을 들은 후 표결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날 노조위원장 의견청취에 앞서 방문진 이사들은 한 시간 가량 김재우 이사장 논문표절 판정에 대해 논의했다. 야당추천이사들은 단국대 판단이 나온 만큼 사퇴를 해야된다고 주장했으며 김재우 이사장은 본조사 결과를 본 뒤 결정하자면서 버티기에 돌입했다.

최강욱 야당추천이사는 "논문 표절 여부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었다"면서 "다만 본조사 이후로 미루자는 이사가 반정도 된다"고 밝혔다. 최강욱 야당추천이사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면 불신임안을 제출해서 김재우 이사장을 해임시켜야 할 것"이라며 "본조사는 김재우 이사장 개인적인 일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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