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과거사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유신체제 피해사례에 대한 진상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고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권 씨와 고 최종길 교수 아들 최광준 씨가 참석한 토론회가 방송인 김미화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 고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권 씨와 故 최종길 교수 아들 최광준 씨가 2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성당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박근혜 후보의 과서사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광준 씨는 “화해를 위해서는 과거사 진상 규명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스

고 장준하 선생은 1973년 12월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유신체체에 맞서 싸운 인물로서 1975년 8월 경기도 약사봉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당시 검찰은 추락사했다고 밝혔으나 최근 이장 과정에서 두개골 함몰 흔적이 발견돼 유족들은 사건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고 최종길 교수는 1973년 간첩혐의로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받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당시 당국은 최종길 교수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투신자살했다고 발표했으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고문치사 사실이 밝혀져 국가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5·16, 유신, 인혁당 사건으로)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장호권 씨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사과를 하겠다며 모친을 만난 적이 있다”면서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과는 하겠다고 했는데 뭘 사과했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최광준 씨는 “최종 단계는 용서와 화해”라면서도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광준 씨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확정돼야하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혀져야 사과나 용서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래야 비로소 국민 화합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광준 씨는 “정치인으로서, 대통령 후보로서 캠페인의 일환으로 사과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드릴 수 있겠느냐”면서 “불완전한 사과는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과제에 대해 최광준 씨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상시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면서 “과거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등의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호권 씨는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는 친일 세력과 유신 세력에 대한 청산이 먼저”라면서 “그것이 정리돼야 인권 문제 등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호권 씨와 최광준 씨는 “우리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유신시절 핍박당했다”면서 “그분들은 아직도 아무 말도 못하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토론회를 마친 후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유신의 부활만은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과거사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과거사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대사이며 반인권·반인륜적 범죄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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