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커플이 처음으로 포옹을 하고 눈 키스를 하는 과정은 <신의>의 많은 시청자들을 달달하게 해주었습니다. 지리멸렬한 이야기에 답답한 전개만 이어지던 <신의>가 임자커플의 본격적인 러브라인이 가동되며 어느 정도 반등을 불러올지 궁금해집니다. 그나마 덕흥군의 등장으로 밋밋한 이야기에 새로운 동기 부여를 해주었다는 점이 반갑기만 했습니다.

밋밋함을 깨트리는 덕흥군의 등장, 임자커플을 달달하게 만들었다

기철이 은수를 데려오기 위해 왕족인 덕흥군을 데려왔지만, 그는 기철과 다름없이 탐욕스러운 존재였습니다. 공민왕을 무너트리고 자신의 허수아비인 덕흥군을 내세우려던 기철의 바람과는 달리, 덕흥군은 기철을 넘어서는 진정한 고수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무사 최영을 음모에 빠트리고 그를 공민왕에게서 떨어트려 놓으려는 무리들로 인해 위기가 찾아옵니다. 기철을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자신이 데려온 충신이라는 자들이 원리원칙에 입각해 왕권을 강화한다는 구실로 오히려 기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공민왕을 원 나라 시절부터 보필하던 조일신이 주축이 되어 우달치 부대에 들어가는 무기와 관련되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영을 끌어내리려는 무리들의 집착은 그들의 뜻대로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500냥에 최영이 모든 것을 잃고 우달치 대장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찌된 것이 이런 상황을 순순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의문입니다.

공민왕이나 최영 모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나올지 계산하고 있었던 그들에게 이들의 행동은 의외일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무기력할 정도로 허무하게 중상모략에 넘어간 우달치 부대와 그런 부대원들을 보호하고 자신이 물러나 모든 것을 정리하려는 최영의 모습은 답답함으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최영의 이런 모습이 답답함으로 다가온 이유는 무한반복하듯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다시 공민왕의 곁에 돌아오는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다보니, 이번 결과 역시 특별한 감흥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최영이 잘 알아서 해결하겠지라는 생각만 들 정도로 허술하게 이어지는 갈등들은 아쉽기만 합니다.

최영과 기철이라는 대립 구도 속에 덕흥군이 등장하며 사건이 복잡해진 것은 분명 환영할 일입니다. 그동안 양자 대결을 하면서 밋밋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건들이 덕흥군의 등장으로 더욱 복잡해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미 기철의 사람이라 여겨졌던 덕흥군이 왕이 되기 위해 자신의 사람들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분명한 본색을 드러낸 것이 그 반증일 것입니다.

기철을 뱀 같은 존재라고 불렀지만, 그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 했던 덕흥군은 뱀을 잡아먹는 땅꾼과도 같은 존재처럼 다가서기 시작했습니다. 기철의 곁에서 그의 행동을 주시하며 상황을 파악해가던 그가 깨달았던 것은 현재 그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을 왕으로 옹립하겠다는 자를 대신해 스스로 왕이 되겠다고 나선 덕흥군의 행동은 미친 기철에게 자신의 운명을 던질 수는 없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입니다.

공민왕과 최영 주변 사람들은 은수가 하늘에서 온 존재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믿고 있습니다. 물론 기철 역시 여러 경로와 시험을 통해 그녀가 진정 하늘에서 온 신의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덕흥군이 보기에 기철이 미친 듯 그녀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늘 세상에 가서 그 세상의 진귀한 것들을 자신이 가지고 다시 돌아온다면 세상의 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기철을 미치게 만들 수밖에 없었으니 말입니다.

덕흥군으로서는 그런 기철의 욕망을 그저 단순히 미친 행동 정도로 폄하하고, 오직 공민왕을 몰아내고 자신이 왕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곧 우군이 적이 되고, 적은 더욱 강한 적으로 자신을 옥죌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기철이 자신을 정치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공민왕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이어가게 하기 위함임을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은 곧 기철과 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공민왕의 입장에서 보자면 실보다 득이 많은 상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을 보필하던 조일신이 기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주겠다는 말에 덕흥군의 사람이 되었지만, 다른 충직한 신하들이 덕흥군의 편에 설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오히려 득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간사한 신하들을 버리고 충직한 신하들을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공민왕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되니 말입니다.

덕흥군의 술책을 눈치 챈 기철로서는 덕흥군 스스로 왕이 되도록 만들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 상황에서 덕흥군에 맞서 기철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민왕으로서는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공민왕과 기철 사이의 대립 구도 속에 최영과 은수의 모습이 주가 되던 상황에서 덕흥군의 등장은 새로운 대립 구도를 만들어내며 보다 활기찬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기철과 조일신, 그리고 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충신들의 의지가 모여 최영을 궁지로 몰아 왕 곁에서 떨어트려 놓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공민왕과 최영의 유대관계가 눈빛 교환만으로도 충분히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는 사실은 이후 이야기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게 합니다.

스스로 죄인이 된 최영의 목적은 이런 상황을 틈타 은수를 하늘 문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기 위함이었습니다. 덕흥군이 보여준 노트 속 숫자들이 하늘문이 열리는 날짜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지요. 최영이 할 수 있는 것이란 은수를 자신이 있던 곳으로 안전하게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전부입니다.

은수는 오랜 시간 이곳에 있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최영의 마음은 너무 사랑하기에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기에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은 마음만 가득합니다. 그런 그들의 애절한 마음은 은수의 도발적인 포옹으로 극대화되었습니다.

문제는 뱀보다 사악한 덕흥군이 은수에게 독을 먹게 해 중독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기철과 은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트를 옮겨 적도록 유도하며 그 종이에 무색무취의 독을 입혀 은수가 중독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하늘문으로 향하던 최영과 은수의 발목을 잡고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도록 만든 덕흥군으로 인해 다시 한 번 그들은 위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등장했지만 밋밋한 이야기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한 덕흥군의 등장은 그나마 다행스럽습니다. 그로 인해 최영과 은수의 로맨스는 더욱 애틋하고 강렬하게 일어날 수밖에는 없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식상한 이야기 전개에 새로운 변화의 힘으로 등장한 덕흥군이 과연 어떤 파괴력으로 지루하기만 한 <신의>를 흥미롭게 이끌어갈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공민왕과 기철, 최영과 은수 사이에 끼어들어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는 덕흥군이 좀 더 잔인해지면 질수록 <신의>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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