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거에 비해 덜하지만 한국인들을 줄곧 '아메리칸 드림'을 꿈꿔왔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환상과 광활한 영토에서 뿜어 나오는 기회의 땅이라는 이미지는 수많은 한국인들을 자극시켰고, 보다 큰물에서 놀고 싶어 하는 이들의 도전정신을 꿈틀거리게 한다. 하지만 말이 좋아 다민족 국가지, 실상은 백인 천하에 가까운 미국이란 나라에서 동양인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의지의 한국인들은 어려운 이민 생활 가운데에도 인재들을 길렀고, 실제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비리그에는 한국계 출신 학생들이 영특한 두뇌를 뽐내고 있다.

하지만 이민자 출신도 아니고, 순수하게 한국에서 자란 이들이 미국이란 나라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언어'에서 막힌다. 제아무리 자신의 일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영어'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미국에서 뭘 시작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과거 아시아 전역을 휩쓸던 홍콩 배우들 예를 들면, 성룡, 주윤발, 이연걸, 양자경이 할리우드에서도 맹활약을 떨칠 수 있는 것은 아시아를 정복한 스타라는 어드벤티지도 있지만, 영어를 기본으로 하는 홍콩인이기 때문에 할리우드 진출이 순탄했던 배경도 있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 배우 중에서도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재미교포 출신 여배우 김윤진은 뛰어난 연기와 원어민 뺨치는 영어 실력으로 인기 미국드라마 <로스트>를 통해 인기를 얻었고, 순수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이병헌은 <지,아이, 조>에 이어 <레드2>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요 배역 자리를 꿰찬다. 그리고 현재 군복무 중인 비는 일찌감치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남매(당시에는 형제)의 눈에 들어 할리우드에 진출했으며, 배두나 또한 워쇼스키 남매 신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통해 할리우드 신고식을 앞둔 상태다.

▲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는 싸이 ⓒ연합뉴스
과거 성룡, 주윤발, 이연걸 등의 할리우드 성공 사례를 보며 강 건너 잔치라고 간주해왔던 한국으로서 연이은 한국 배우들의 꿈의 무대 진출은 그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순 진출을 넘어 동양인으로서는 콧대 높기 그지없었던 미국 전역을 뒤집어 놓은 인물이 탄생했으니 그 이름하여 '싸이'다.

내심 지금처럼 강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전 세계인들을 들썩이게 하는 '대박 중의 대박'을 칠 줄은 당사자인 싸이조차 예상할 수 없었을 정도이다. 전략적으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강남스타일'도 아닌데, 듣기만 해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재미있는 노래 한 곡과 '말춤'으로 그 콧대 높은 미국 연예계와 방송계를 초토화시켜버린 싸이의 '세계 정복'은 싸이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까지 만든다.

어쩌면 싸이는 이전부터 준비된 '국제용 가수'였는지도 모른다. 데뷔곡 '새'에서부터 기존 대한민국 가수들과는 차별화된 감각을 구사한 싸이는 애초부터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이었다. 기획사에서 몇 년 동안 철저히 준비된 상태로 움직이는 아이돌들과는 달리 자기가 직접 곡도 쓰고, 앨범 컨셉 등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혼자서도 알아서 척척 잘하는 싸이는 요즘 각광받는 '창조형 인재'다. 게다가 그는 미국 유학파 출신답게 영어 회화도 능통하다. 주로 국내에서만 활약했던 싸이가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거듭난 데에는 '유투브' 공이 크지만, 운빨로 스타가 된 '거품'이 아니란 이야기다.

그럼에도 싸이는, 미국 진출 이후 금의환향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지는 25일 귀국 기념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국제적인 성공에 대해 "'강남스타일'에 앞서 케이팝을 브랜드화시킨 선후배들의 밥상에 편승한 것일 뿐"이라고 몸을 낮춘다. 그리고 가수 데뷔 12년 동안 자신을 용서해주고 지지해준 국내팬들 덕분이라고 깊은 감사를 표한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스타로 거듭난 것에 대해 거듭 놀라움을 표하는 싸이에게선 '월드스타'하면 떠오르는 거만함보다도 겸손함과 인간미가 넘쳐흐른다.

"'강남스타일' 하나 반짝하고 마는 것 아니냐며 애써 싸이의 성공을 평가절하하는 부정적인 반응에도 "이 노래 반짝하고 말아도 영광인 것 같다. 사람이니까 물론 욕심은 있지만 사실 이건 내게 덤이다"고 이야기하는 싸이. '강남스타일' 이전에도 그가 그동안 선보인 동양판 <오스틴 파워> 스타일 매력만 보아도 충분히 해외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자질이 충분했음에도 가식이나 자랑이 아닌 진심어린 겸손함에 자신감이 넘치는 이 세계적인 스타를 거부할 이 누가 있을까.

싸이 말대로 그는 미국에 이제 겨우 '강남스타일' 하나 보여줬을 뿐이다. 앞으로 그가 전 세계에 선보일 싸이 특유의 '양' 스타일만 보더라도 싸이가 가진 매력과 재능은 무궁무진하다. '강남스타일' 신화는 '반짝 거품'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이미 '강남스타일' 한 곡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이콘으로 등극한 싸이는 말 그대로 '월드스타'라고 불릴 자격이 충분함에도 스스로를 '월드스타'가 아닌 '국제가수'라고 칭한다.

▲ 가수 싸이가 25일 오후 경기도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에서 열린 축제에서 귀국 후 첫 무대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거기에 미국에서 열띤 활동을 펼치고 휴식 없이 바로 대한민국으로 내한, 장시간의 비행에 피곤할 법도 한데, 깍듯한 90도 인사에 본인에게 질문하는 외신기자의 질문을 귀담아 들어주기 위해 탁자 위로 몸을 내미는 세심한 배려 그리고 오래전부터 예정된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쁜 미국 활동 중에도 귀국하여 경기대, 중앙대 등 대학 축제에 참석하는 의리까지, 역시 싸이는 오래전부터 준비되었고,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국제 가수'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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