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야 하는 <신의>가 여전히 시작 시점과 유사한 맴돌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아쉽습니다. 기철과의 대결 구도가 이런 상황이라면 마지막 시점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루함이 지속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모함당한 이민호, 시청자들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다면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영과 의선 은수의 사랑 이야기는 지리멸렬할 정도로 흘러가며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합니다. 아직도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13회가 지난 <신의>로서는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공민왕의 숙부인 덕흥군이 등장하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그가 대립 관계인 기철과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의 틀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명확하니 말입니다. 여자들에게 호감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덕흥군을 기철이 탐냈던 것은 자신에게서 멀어진 의선을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자신이 꿈꾸는 원대한 야망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의선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고려만이 아니라 세상 전부를 가지고 싶은 기철에게 절대 명제는 하늘 세상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곳에 가서 현재의 세상을 주름잡을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가지고와 세상 모두를 차지하는 것이 기철의 야망이었습니다.

그런 기철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은수라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겠지요. 그런 은수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봤지만 다시 공민왕 곁으로 가버린 그녀를 빼앗기 위해 내민 수가 바로 매력적인 남자인 덕흥군이었습니다.

권력과는 멀리 떨어져 살아왔던 덕흥군은 기철이 자신에게 차기 왕의 자리를 넘겨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은수를 기철에게 돌려놓기 위해 노력합니다. 기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리고 은수마저 탐내는 수첩을 가지고 그녀에게 접근해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미 은수에게 기철이라는 존재는 사악하고 두려운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은수가 기철과 함께 손을 잡고 하늘 세상으로 가서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는 모험을 할 의지와 그럴 가능성도 없는 게 현실이니 말입니다.

기철이 덕흥군을 이용해 은수를 흔들고 있는 사이, 최영은 기철이 산 암살자들을 잡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은수의 목숨을 지켜내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임무라 생각하는 그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미래 자신을 죽이는 존재가 이성계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수술을 받은 어린 이성계를 따뜻하게 품는 최영의 모습은 매력적이었습니다.

기철은 덕흥군을 이용해 은수를 흔들고, 최영은 기철이 보낸 암살자들을 일망타진하는 상황에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자신들이 진정 사랑했던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원나라에 있을 때부터 자신을 좋아했던 노국공주. 그런 공주의 마음이 흔들림도 없이 여전히 자신에게만 향해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공민왕의 모습은 그들의 애절한 사랑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공민왕과 왕비인 노국공주의 사랑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개될지 알 수는 없지만 이들의 등장은 <신의>의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최영과 은수의 애틋한 사랑이 여전히 모호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둘의 사랑은 역사가 이야기하듯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드라마에서 그들이 주인공이 아니고, 현재 진행과정 중에도 심도 있게 혹은 매력적으로 그들의 사랑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합니다.

공민왕의 충직한 신하를 얻기 위한 노력은 그동안 잘 보여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과정을 함께한 최영의 존재감 역시 탁월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기철를 피해 궁으로 그들을 불러들였지만, 그들이 처음으로 한 일이 바로 최영의 비리를 캐는 일이었습니다.

우달치에 들어오는 무기를 뒷돈을 받고 받아들인 혐의를 밝히겠다고 나선 그들의 모습에 공민왕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을 것입니다. 기철에 대항해 강력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모신 충신들이 기철의 농간에 빠져 최영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최영이 기철에게 당하는 과정은 씁쓸함을 전해줍니다. 우둔해서 우달치는 아닐 텐데 지난번 그 중요하다는 충신 명단을 잃어버리고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이번 농간에도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는 우달치의 모습은 참혹할 정도였습니다. 존재감이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채 오직 최영 혼자만이 돋보이는 우달치의 모습은 드라마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기 어렵게 합니다.

기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지만, 매번 무기력하고 어수룩하게 당하는 우달치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빈약하게 만들 뿐입니다. 긴장감 하나 없이 위기에 빠지고, 그런 위기를 최영 혼자 슈퍼맨이 되고 풀어내는 과정의 연속이 너무 익숙하게 이어지다 보니 신비감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부지런하게 적을 상대하고 공민왕과 기철 사이에서 긴장감이 흐르도록 하는 최영의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로 <신의>의 이야기는 빈약하다 못해 빈궁할 정도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의선 은수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고 다른 인물들이 상대적으로 작게 등장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긴장감이 떨어진 이야기는 이 모든 것을 뒤틀어 놓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합니다.

초반 기대와 달리, 많은 이들이 실망하고 <신의>를 포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민호에 대한 열정적인 팬심도 김희선의 변신도 이런 어수룩한 이야기로는 채워낼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분명 매력적인 소재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답답한 스튜디오 촬영으로 이어지는 밋밋한 사극은 어색하기만 합니다.

상대를 압도하는 스케일도, 촘촘하게 엮여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도 존재하지 않는 <신의>에서 이민호와 김희선의 사랑 이야기만 기대하기에는 시청자들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연 배우들을 좋아하는 마음에 드라마를 볼 수는 있겠지만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기에 힘겨워지기 시작한 <신의>는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24부작으로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지 모호해진 <신의>가 어떤 반전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 궁금할 뿐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