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의 임의탈퇴와 K리그 복귀를 둘러싼 언론과 팬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천수 항명파동에 관한 논란 가운데 많이 거론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이천수가 지난 2009년 2월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의 유니폼을 입을 당시 체결했던 계약 내용 가운데 포함된 위약금의 부분이다.

이천수가 전남과 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기간 중 전남을 떠날 경우 위약금을 전남에 물어야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상태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했고, 최근 법원으로부터 그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것으로 많은 팬들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판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천수를 둘러싼 위약금 문제는 많이 알려진 것과 내용이 다르다.

판결에 드러난 계약 내용과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이적 당시 이천수의 언론 인터뷰, 그리고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왜 전남이 이천수를 거액을 들여 영입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에 대한 추론이 가능하다.

▲ 이천수 ⓒ연합뉴스
전남은 2009년 2월 수원 삼성에서 방출돼 임의탈퇴 신분이던 이천수를 영입하며 이천수의 이적권을 갖고 있던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우리 돈 7천400여만 원, 수원에 이천수에 대한 임의탈퇴 해지 보상금으로 3억 800만 원을 지급, 총 3억8천200만 원 가량의 거액을 이천수의 영입에 투자했다.

전남은 이와 함께 이천수 측에 이천수의 연봉 백지위임과 이천수가 계약기간 중 팀을 떠날 경우 위약금으로 구단에 3억7천5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천수는 연봉 백지위임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위약금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위약금이라는 부분은 구단 사이에 오가는 돈일 뿐 선수와는 상관 없는 돈이라는 것이 이천수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천수의 일을 돕던 에이전트 김모씨는 이천수의 동의 없이 위약금 부분이 명시된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런 이유로 위약금 부분이 명시된 계약서에 이천수의 사인은 없다.

그리고 지난 6월 17알 광주고등법원 제1민사부(부장판사 방극성)는 전남이 에이전트 김모씨와 이천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김씨와 이천수에게 전남에 각각 2억 4천00여만 원과 2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남과 고용계약 기간 중 선수로 활동하지 못하게 될 경우 이로 인한 손해는 에이전트사인 김씨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위약금에 대한 부분은 이천수에게 책임이 없음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재판부는 다만 이천수에 대해 "심판에 대한 무례한 행동으로 출전 정지를 당하고 허위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물론 코치진에게 막말, 폭행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며 결국에는 무단이탈했다"고 지적한 뒤 "이러한 행동은 구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명예와 신용을 훼손시켜 사회통념상 금전적 평가가 가능한 무형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이천수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부분은 항명파동으로 인해 전남 구단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데 대한 무형의 손해에 대한 부분이지 전남과의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천수에게 오갈 데 없는 선수를 거둬준 은혜를 모르고 계약 위반에 따른 돈까지 떼어 먹고 외국으로 도망간 파렴치한 선수라는 멍에를 씌우는 것은 뭔가 잘못된 일이 아닐까?

여기서 한 가지 소설을 한 자락 써보자면 전남은 이천수를 영입할 당시 박항서 감독의 요청과 박 감독의 ‘책임지겠다’는 말을 믿고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천수를 영입한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상은 이런저런 안전장치를 모두 마련해 놓고 이천수를 영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남은 이천수를 영입하면서 총 3억8천200만 원을 돈을 들였지만 이천수 측에 계약서에 3억7천500만 원이라는 위약금 부분을 넣고 연봉을 백지위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천수는 위약금 부분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전남 측으로부터 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압박을 받은 에이전트 김모씨는 결국 이천수의 사인 없이 대리인 자격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 과정에서 이천수 측은 전남 구단과 연봉 백지위임 부분은 언론에 알리지 말자고 합의했지만 바로 그 다음날 ‘이천수 연봉 0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이천수로 하여금 굴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내용의 보도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런 식으로 이천수를 한동안 ‘무료체험’ 해보려 했던 전남의 의도는 ‘월드컵 스타를 그런 식으로 대우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비난여론에 휩싸이게 됐고, 박항서 감독조차 ‘연봉 0원이 말이 되냐’며 구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전남 구단은 서둘러 이천수의 연봉을 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합의가 늦어지는 바람에 이천수는 전남 유니폼을 입은 지 4개월여 만에 첫 월급을 탈 수 있었다.

결국 전남 구단은 이천수를 영입하면서 계약서상으로, 그리고 이후 이천수를 홈쇼핑 일주일 체험용 상품처럼 부리는 과정에서 그를 영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대부분 보전한 셈이다. 참으로 대단히 ‘요령 있는’ 구단 경영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전남의 모기업은 현재 파이시티 분양 비리와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거론되고 있으면서 윤리경영, 책임경영, 도덕경영을 철학으로 삼고 있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경영 수완만큼은 모기업 못지 않은 전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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