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5월21일자 3면.
경향신문 5월21일자 3면에 실린 사진기사다.

사진기사의 제목이 “우리 동아일보 같이 보도해야”다. 경향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동아일보를 잘못 집어 들었나. 다시 제호를 확인해보니 경향신문이 맞다. 사진 아래에 언급된 설명을 읽었다. 다음과 같이 돼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쇠고기 추가 협의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 김 본부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언론들이 ‘우리 동아일보’ 같이 정확하게만 보도를 한다면…’이라고 말해 일부 언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동아일보’가 한미 쇠고기 추가 협의 관련 소식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오늘자(21일) 동아일보를 집어 들었다. 1면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한미 ‘쇠고기 검역주권’ 문서로 확인>이다. 기사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정부는 한미 양국이 서한을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가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30개월 이상 미국산(産) 소의 삼차신경절 등 6개 부위가 수입금지 품목으로 새로 추가됐다.”

▲ 동아일보 5월21일자 1면.
같은 날 경향신문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은 이렇다. <정부 “위해 입증 때만 수입중단 / 시민단체 “또 한번 우롱” 반발>. 기사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검역주권이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에서 명문화됐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즉각적인 수입중단’을 취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데다 그나마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말한 부분, 그러니까 ‘언론들이 ‘우리 동아일보’ 같이 정확하게만 보도를 한다면…’이 의미하는 건 아마 이런 것이지 않을까. 좀더 ‘객관적으로’ 표현하면 ‘정부 입맛에 맞는, 정부에 유리한, 정부 입장을 좀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보도’를 하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 동아일보 보도가 정확하거나 객관적인지는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이미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정부는 이해당사자 가운데 한 쪽이 돼버렸는데 ‘그런 정부’가 동아일보 보도를 ‘극찬’하고 나선 건, 이해당사자의 반대편 사람들이 보기엔 ‘편파언론’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에 의해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신문이 됐다. 원래 그런 논조를 유지한 건 맞지만.

지난 9일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이 “요즘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서울신문이 의외로 세게 쓰더라.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원래 논조가 그러니까…’라고 해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 신 차관은 “국가적 사안에 대해 협조가 안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각 부처별로 알아서 지혜롭게 대처하기 바란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언론통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는데, 적어도 동아일보는 국가적 사안에 대해 협조가 잘되는 언론사인 것 같다.

그런데 국가적 사안에 대해 정부와 협조가 잘 된다고, 그것이 반드시 국민 혹은 시민의 이해와 직결되는 건 아니다. 경향과 동아일보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와 국민 혹은 시민은 같은 동의어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인사’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 둘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우리 동아일보’라는 표현이 기자브리핑에서도 서슴없이 나오는 것이다.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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