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이대로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인지 아쉽기만 합니다. 롯데의 7연패에 이어 기아의 4연패만이 시즌 후반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습니다. 공교롭게도 롯데와 기아가 더블헤더를 치렀던 팀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앤서니의 몰락, 1점차 승부의 벽을 넘지 못한 기아의 한계

어제 경기부터 복귀를 한 김상현이 이틀 연속 안타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배팅 스피드가 떨어지며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김상현의 후반 복귀는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존재감이 아닌 열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용규가 맹장염 수술을 받고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그를 곧바로 출전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타선 변경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선빈이 선두 타자로 나서고, 황정립이 2번 타선으로 나서며 기아 팬들에게는 낯선 타선이 구축되었습니다.

앤서니와 이보근의 선발 맞대결에서 우위에 서 있는 앤서니의 압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1회 말부터 2사 후 강정호에게 안타,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5번 타자 이성열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기는 했지만, 1회의 불안함은 중반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 6회말 투수교체를 위해 올라온 이강철 코치. 앤서니가 공을 넘겨주고 있다.ⓒ기아타이거즈

선취점은 넥센의 몫이었습니다. 1회와 마찬가지로 2사를 잡은 후에 2번 장기영에게 안타를 내주더니, 강정호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며 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투아웃을 잡은 상황에서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속 안타를 내주며 실점하는 상황은 아쉬웠습니다.

기아가 최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엿보였듯, 실점을 한 3회에 이은 4회초 공격에서 반격에 나섰습니다. 선두 타자인 김상현이 경기장 정중안 펜스를 맞추는 2루타를 치고 나가자, 나지완이 정중앙에서 약간 좌측으로 흐른 2루타를 치며 득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김상현의 주루 플레이의 어설픔은 결과적으로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무사 2, 3루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최악의 타선 부진을 보이고 있던 안치홍의 잘 맞은 타구를 1루수 박병호가 슬라이딩을 하며 글러브에 닿으며 굴절된 공이 서건창 앞으로 다가간 상황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박병호의 글러브에 걸리지만 안았다면 완벽한 2타점 적시타가 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안치홍의 타구로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박기남이 헬멧 챙에 맞는 위험한 몸에 맞는 볼로 나가며 다시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준호의 우익수 플라이 역시 안치홍의 타구처럼 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성열의 호수비가 넥센이 완벽하게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을 잡아냈습니다. 2-1로 역전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기아의 4회 공격은 김상현의 아쉬운 주루 플레이와 박병호와 이성열의 호수비로 인해 최소 3, 4점 이상을 얻을 수 있었던 상황이 2점에 그쳤다는 사실은 아쉬웠습니다.

1점 차 승부가 이어진 두 팀은 6회 승부를 결정짓는 타격 전을 보여주었습니다. 6회 좀처럼 안타를 치지 못했던 안치홍이 선두타자로 나와 시원스러운 2루타로 만들어냈습니다. 박기남의 희생번트에 1사 3루 상황을 만든 기아는 이준호와 김상훈이 연속 볼넷을 얻어내며 1사 만루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폭투를 내주며 어처구니없는 실점을 허용한 넥센의 김영민은 신종길에게 희생 플라이를 내주며 4-1까지 점수를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김선빈이 볼넷을 얻어 나가며 추가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황정립이 추가점을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박병호의 호수비는 기아의 완승을 막아냈습니다. 강하고 빠른 황정립의 타구를 점프를 하며 잡아내는 상황은 넥센에게는 다행이었고, 기아로서는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황정립도 잘 쳤지만, 완벽한 안타성 타구를 어렵게 잡아낸 박병호의 호수비는 결과적으로 오늘 경기의 흐름을 기아가 아닌 넥센으로 이끌었습니다. 두 번의 호수비가 대단함으로 다가온 것은 그 상황이 모두 득점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기아가 좋은 기회에서 2득점에 그치자 6회 넥센의 공격은 앤서니의 자멸과 함께 역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선두 타자인 강정호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박병호가 시원한 우중간 2루타를 치며, 무사 2, 3루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성열이 적시타를 치며 4-2까지 점수를 좁혀냈습니다. 김민성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다시 만루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조중근의 타구를 1루수 황정립이 호수비로 잡아내며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앤서니는 지재옥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4-3 상황을 만들어 주더니, 신현철에게 역전 2타점 2루타를 내주고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5회까지 안타를 내주며 불안함을 보이기는 했지만, 1실점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하던 앤서니는 6회 넥센의 중심타선에 완벽하게 무너지며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앤서니는 5와 2/3이닝 동안 105개의 투구로 8안타, 4사사구, 2삼진, 5실점을 하며 시즌 12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6회 들어 갑자기 무너지며 3연패를 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연패를 당하는 동안 후반 불펜의 불안함이 아쉬움을 주기도 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앤서니의 6회 자멸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1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넥센의 마무리 투수인 손승락을 상대로 1사 후 김선빈이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안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황정립이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나가는 상황은 대단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두 개의 볼넷을 얻어내고 안타성 타구를 만들어내는 등 2번 타자로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황정립은 발견이라고 불러도 좋았습니다.

1사 1, 2루 상황을 만들어내고 중심 타선으로 이어진 기아로서는 충분히 역전을 넘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상현의 타구가 마지막 힘이 빠지며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는 상황은 아쉬웠습니다. 마지막 타자가 된 나지완이 최소한 동점타를 바랐던 기아 벤치나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삼진으로 물러나며 1점차 승부에서 넥센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경기는 패했고, 4연패에 빠지고 말았지만 기아의 8회 수비에서 보여준 김선빈과 황정립의 조화는 환상적이었습니다. 김민성의 타구는 2루 베이스 옆을 흘러 안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선빈은 슬라이딩을 하며 힘겹게 타구를 잡아냈고, 곧바로 1루 송구를 해서 아웃을 잡아내는 과정은 환상적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김선빈의 수비에 이어, 1루수인 황정립의 안정적인 포구 역시 대단했습니다. 잘 잡아 송구까지 이어졌지만 바운드로 들어온 공이 결코 잡기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황정립의 1루 수비는 무척이나 안정적이었습니다.

올 시즌 1루 수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기아로서는 황정립의 발견은 흥미로웠습니다. 롯데와의 극적인 연장승부에서 무승부를 만든 결정적인 연장 솔로 홈런을 시즌 첫 출전 첫 안타로 만들어냈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이후 삼성과의 경기에서 2타수 2안타를 쳐내는 등 타격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넥센과의 오늘 경기에서 비록 안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안타 성 타구가 상대 수비의 호수비에 걸렸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황정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도 좋을 듯했습니다.

더욱 돋보였던 것은 볼넷을 골라내는 능력이 대단했다는 사실입니다. 타고난 능력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볼을 골라내는 능력이 신인답지 않게 대단하다는 사실은 내년 시즌 황정립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수비 역시 다른 1루수들과 달리, 안정적으로 소화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아가 비록 4연패를 당하고 말았지만 황정립의 발견이라는 사실은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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