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 판빙빙, 리빙빙, 왕비, 조미 등 중화권에서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중국명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구 열도) 지키기에 나서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센카구 열도 매입과 국유화에 반대하는 단체 서명에 참여한 중국 연예인들은 댜오위다오는 엄연한 중국 땅이며, 중국 정부는 주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연예인들은 주권회복을 위해 이성적이고 문명적 방법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한 바 있다.

일례로 리빙빙은 이번 서명에 참여하기 전 개인적으로 댜오위다오사건에 항의하는 입장을 취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개봉작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에 출연한 바 있는 리빙빙은 영화에서 주요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후 리빙빙은 월드 프리미어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약속을 어기는 것을 싫어하지만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사건이 터졌고, (일본에) 가고 싶지 않았다"고 밝혀 자국 네티즌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리빙빙은 일본 <레지던트 이블> 포스터에 본인의 모습을 삭제해달라고까지 요청했다.

리빙빙의 당당한 모습이 부러운 한국 네티즌들... 그러나

<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은 잘 알려졌다시피 일본 게임 '바이오 하자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미국 다음의 광대한 문화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때문에 <레지던트 이블> 측은 일본 시장에 남다른 공을 들일 수밖에 없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임에도 일본 도쿄에서 세계 최초로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개최한다. 그리고 리빙빙은 <레지던트 이블5>에 출연한 배우다. 밀라 요보비치가 원톱인 영화이긴 하지만 리빙빙 또한 주요 배역인 만큼 일본에서 열린 프리미어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나하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리빙빙은 스스로 불참 의사를 밝혔고, 그것도 단순 불참 의사가 아닌, 댜오위다오 때문에 가지 않았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레지던트 이블5> 측은 자국의 영토 수호를 위해 일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리빙빙의 의사를 존중해주었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레지던트 이블5>는 밀라 요보비치의 원톱 영화이기 때문에 리빙빙이 억지로 참석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단순 불참도 아니고 일본 측의 센카구열도 매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가지 않는다는 리빙빙의 발언이 일본인들에겐 불편하게 다가왔을 터. 역시나 일본 네티즌들은 "그렇게 일본이 싫었으면, 왜 일본 원작으로 하는 영화엔 출연했나" "리빙빙의 행동이 너무 감정적이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낸다.

리빙빙 때문에 <레지던트이블5>를 보지 않겠다는 의견은 보이지 않으나, 도쿄에서 세계 최초 시사회를 개최할 정도로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던 <레지던트 이블> 측은 적잖은 악재를 만난 셈이다. 하지만 리빙빙의 용감한 행동(?)은 오히려 리빙빙의 중국에서의 호감도 상승과 더불어 <레지던트 이블>의 홍보 효과로 작용했다. 일본 원작이라는 이유로 <레지던트 이블>을 꺼린 중국인들도 댜오위다오를 지키기 위한 리빙빙을 위해 기꺼이 영화 한 편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중국 측이 주장하는 댜오위다오보다 더 명확한 대한민국의 땅 '독도'를 두고 오히려 일본에 끌려다니는 입장이 되어버린 듯한 한국 네티즌들은 당당히 당당하게 반발하는 리빙빙과, 댜오위다오는 중국땅이라면서 단체 서명하는 중국 연예인들의 '애국심'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굳이 일본 활동을 하지 않아도 13억의 광활한 국내 시장이 있는 중국 연예계와 달리, 현재 '한류'를 위시한 한국 연예계는 전적으로 일본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한류 스타에게 있어서 일본 시장은 국내보다 더 큰 수입처이다. 그런데 행여 최대 물주 일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봐 일본에 굽실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자칭 '한류 스타'의 행보는 국내 네티즌들에게는 불만으로 다가온다. 얼마 전 종영한 <각시탈>이 내세운 "수많은 한류 스타들이 반일 감정 우려로 출연을 거부했다"는 마케팅이 상당수 먹혀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독도' 문제로 떠들썩한 가운데, 여전히 '독도'에 대한 발언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류 스타들은 리빙빙과 비교당하며 꾸준히 비판받기도 한다. 그런데 일본에 큰소리를 못내는 '스타님'들이 못마땅한 네티즌들도 외교통상부가 최근 발표한 싸이를 이용한 '독도 홍보' 검토안에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만약 싸이가 김장훈처럼 자발적으로 '독도 홍보'에 나선다면 두 말할 나위 없이 싸이의 '애국심'과 '독도수호 의지'에 열띤 박수와 응원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외교통상부의 '독도스타일' 검토는 정작 싸이 본인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고, 잘나가는 싸이에 숟가락 얹기가 다분해 보이는 일회성 이벤트로 다가온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는 '한류 스타'들과 달리, 싸이의 주무대는 우리가 그토록 꿈꾸어왔던 '미국 시장'이다. '강남스타일' 동영상 한 편으로 콧대 높은 미국인들을 초토화시키고, 미국 내에서도 잘나가는 유명 토크쇼에서 극빈대접을 받는 싸이의 하루는 보는 이들조차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특별히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공략한 적도 없건만, 그간 한국 시장에서 다져왔던 실력으로 미국 팝 시장을 강타한 싸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자랑이자, 수많은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싸이는 얼마 전 미국인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NBC <투데이쇼> 뉴욕 한복판 야외무대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한국 홍보 역할도 톡톡히 했다.

국가의 어떤 도움도 없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미국 시장 안착에 성공한 싸이는 뮤지션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할 만큼 한 셈이다. 그런데 그간 독도와 관련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듯 보였던 외교통상부가 이제 갓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싸이에게 자칫 '극우적 내셔널리스트'로 보일 수 있는 위험한 이미지를 덧입히고자 하는 것 같다.

솔직히 일본에 맞서 당당히 '댜오위다오'는 중국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 연예인들의 '애국심'이 부럽다. 한편으로는 과연 중국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댜오위다오' 지키기에 나섰을까라는 석연치 않은 의문도 들지만, 중국 정부는 '댜오위다오'를 위해 서명한 중국 연예인들의 용기가 무색하지 않게 '댜오위다오' 지키기에 적극적이다. 또한 리빙빙의 행동에 주목하는 한국 네티즌들도 일본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리빙빙의 용기에 관심을 가질 뿐, 굳이 일본에서 활동하지도 않는데 국가에서 반강제적으로 '애국' 딱지를 붙이는 것은 원치 않는 것이다.

싸이는 자력으로 미국에 진출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이다. 정치인도 아니요, 올림픽 같은 국가 대항전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신분으로 미국 대표들과 경쟁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민간인'인 뿐인 싸이는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고 미국인들이 많이 보는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 만세"로 한국을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올림픽 축구 4강 한일전에서 '독도세레모니'를 했다고 상당기간 곤욕을 치른 축구 선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일본이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연예인에게 '내셔널리즘' 이미지를 씌우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알아서 미국에서 활동 잘하고 있는 싸이를 가만히 지켜만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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