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KBS 이사회는 오늘(20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2일 김금수 KBS 이사장을 만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문 확산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조기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KBS 정연주 사장 때문’이라며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또 13일에는 친한나라당 성향의 일부 이사들이 KBS 현안에 대한 간담회에서 ‘정연주 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 사장 면직 제청권한이 없는 이사회가 ‘사퇴 권고 결의안’ 상정하는 것은 사퇴압박을 위한 여론몰이에 불과하며 월권행위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시도 행보는 현직 KBS 이사들에 대한 사퇴 압박과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말 방석호 교수를 KBS 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최근 신태섭 이사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신태섭 KBS 이사는 총장으로부터 이사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교에 대한 감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사퇴를 종용 당했다고 한다.

또 로스쿨 선정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P이사 역시 로스쿨 심사과정에서의 부당한 압력행사가 없었는지 검찰에서 수사가 있을 것이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정연주 사장의 재선임을 비판하며 KBS 이사직에서 사퇴했던 방 교수의 복귀와 KBS 사장의 임기 보장을 주장해 온 신태섭 이사에 대한 사퇴 압박이 시사하는 바는 자명하다. 정연주 사장의 조기 퇴진을 성사시키기 위해 눈엣가시는 제거하고 정권의 의도를 충실히 수행해 줄 인사를 포진시키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통제 움직임의 중심에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사수해야 할 사람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기획의 총 실행자로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최씨는 최근 국무회의에 참석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을 견제하는 대책을 세우겠다는 뜻을 담은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민간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방통위 하부 조직쯤으로 여기는 인식 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방통위설립법이 규정한 회의공개 원칙을 무시하고 불법적 ‘회의운영규칙’을 제정해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며 밀실 결정을 쏟아내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 탄핵 의견이 올라온 포털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하수인을 자처한 최시중씨의 시대착오적 행보는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씨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됐을 때부터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줄곧 반대해왔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공공성을 수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취임 후 그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최시중 사퇴를 요구하는 우리의 입장을 더욱 확고하게 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된 방통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논의되는 지경이다. 최시중씨의 방송통신위원장 사퇴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 통제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을 더 이상 방통위원장으로 용납할 수 없다.

2008년 5월 2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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