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의 ‘비판언론 대책회의’에 대한 논평 -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시도가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9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주재한 ‘국정홍보회의’는 그야말로 ‘비판언론 대책회의’다. 정부 부처 대변인들과 공보관, 청와대 국내언론 담당비서관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는 언론을 두고 온갖 ‘대책’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동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은 모두발언에서 ‘경향신문을 비롯한 일부 언론의 쇠고기 관련보도가 적대적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경향신문의 논조가 정부의 미 쇠고기 관련 광고의 내용과 너무 다른 만큼 경향신문에 광고를 줄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고 한다. ‘비판적인 신문에는 정부 광고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차별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나아가 신재민 차관은 “(미 쇠고기 수입개방과 관련해) 서울신문이 의외로 세게 쓰더라”, “국가적 사안에 대해 협조가 안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각 부처별로 알아서 지혜롭게 대처하기 바란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협조가 안되는 언론사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의아할 뿐 아니라, 정부와 언론을 ‘협조관계’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언론인 성향분석’, 불리한 기사에 대한 외압 행사,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의 남발,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외압과 ‘소송 위협’,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동원한 공영방송 장악 시도 등등 과거 군사독재정권 뺨치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이제 ‘광고를 통한 비판언론 길들이기’ 의혹까지 나왔으니 웬만한 언론통제 수단은 다 나온 셈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더 강력한 언론통제 수단을 찾으려하면 할수록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는 데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비협조적인 언론 환경’과 ‘홍보 부족’이 국정운영의 걸림돌이자 지지율 폭락의 원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비협조적인 언론을 협조적인 언론으로 만들기 위해 언론사에 ‘전화’도 걸어보고, ‘소송 카드’도 꺼내보고, ‘대책회의’도 해보지만 이런 언론통제 시도가 계속 폭로되면서 국민의 비난 여론만 키우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 정부 아래 진정한 비판언론이 어디인지 속속 드러나게 함으로써 이들 언론의 가치를 높이는 반면, 정부 정책에 노골적으로 협조하는 조·중·동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언론통제 시도→진실 폭로→여론 악화→더 강력한 언론통제 시도’로 이어지는 ‘프레스 프렌들리’ 정부의 언론통제 악순환이 진심으로 안타깝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언론과 정부를 ‘협조관계’로 보는 시각을 교정하고, 지지율 폭락이 ‘언론 탓’, ‘홍보부족 탓’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80년대식 언론통제가 통할 수 있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신재민 문화부 차관 등 이 정부의 대 언론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인사들도 하루빨리 퇴출시켜야 한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에 ‘쓴소리’를 하고 있는 진정한 비판언론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 지금이라도 국정운영 전반을 쇄신하라.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를 기다리는 것은 파국뿐이다.

이명박 정부의 온갖 언론통제 시도에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수구보수신문들에게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중·동은 참여정부 시절 신문시장의 불법경품 단속조차 언론자유 위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신문, 방송, 인터넷 가릴 것 없이 노골적인 언론통제 시도를 벌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왜 입도 벙긋하지 않는 것인가? 조·중·동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에 독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2008년 5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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