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김금수 KBS 이사장과 만나 정연주 KBS 사장의 조기 사퇴를 위한 이사회의 역할을 요구했다고 한다. 15일 <PD저널> 보도에 따르면 최시중 위원장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문 확산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방송 때문”이라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 사퇴권고 결의안’을 채택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 뿐 아니다. 15일 KBS <9뉴스>는 KBS 이사인 신태섭 동의대 교수가 학교 측으로부터 ‘KBS 이사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동의대 총장은 “신 교수가 학교 측의 승인을 받지 않고 KBS 이사를 했다”고 뒤늦게 문제 삼았으며, ‘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가 실시 될 수 있으니 학교를 위해 KBS 이사직에서 물러나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신 교수는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반대하고 있는 이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정부가 KBS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퇴권고 결의안’을 의결하게 만들기 위해 신 교수를 KBS 이사에서 사퇴시킬 필요가 있었고, 이 때문에 대학과 교육부까지 동원해 압박에 나섰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공영방송을 권력이 장악하려는 시도는 있을 수도 없으며,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이 ‘국민적 상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공영방송 사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비상식적인 압력까지 가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방송 독립성을 앞장서 보장해야 할 방송통신위원장이, 사장 임명제청 권리 이외에 해임이나 면직에 관해서는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은 KBS 이사회의 수장에게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것은 본분을 망각하고 정권의 방송 장악에 나선 것이다.

우리는 군사독재에 부역하던 암울하고 부끄러운 KBS를 기억한다. 당시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청료 거부운동을 하면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KBS를 질타했다. 이러한 국민의 비판과 염원, 민주주의의 진전 덕분에 KBS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신장해 왔으며, 국민을 위한 건강한 여론형성 기능을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부족한 점이 있지만 KBS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높아졌다. 특히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수준 높은 대하드라마, 재미와 감동을 함께 추구하는 오락프로그램은 호평을 받아왔다.

공영방송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인식은 높아졌다. 이제 어떤 정부도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런 시도를 용납할 국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비정상적이고 치졸한 방법을 동원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정연주 사장 퇴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KBS가 정권의 ‘나팔수’,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에 맞설 것이며, 국민들과 함께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킬 것이다.

2008년 5월 19일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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