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에 이어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에게도 정부의 '용퇴 압력'이 가해지자 언론계 안팎에서 일제히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언론분야의 경우 타 정부 부처에 비해 더욱 강력한 정치적 독립성이 요청되는 만큼 더욱 민감한 반응을 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문화체육관광부 김기홍 미디어정책관이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용퇴 요구 발언의 당사자인 김 정책관은 "전 분야가 재신임을 받고 있는데 언론이라고 예외일 수 있겠느냐"며 "강제로 나가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 의사타진한 정도"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본지 20일자 <문화부 정책관, 박래부 언론재단 이사장 사퇴요구> 기사 참고)

'나갈 거냐'는 '나가라' 압력과 다른가?

▲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스
관련보도가 나가자 시민단체들은 최근 광우병 보도 및 KBS 정연주 사장 퇴임압박 등과 연결지어 '이명박 정부의 또다른 자충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에게 문화부가 용퇴 의견을 묻는 자체가 압력인데도 '의사타진'이라는 변명은 말장난일 뿐"이라면서 "최근 정연주 사장 퇴진 압력 등 정권의 언론 통제시도가 계속된다면 곧 '자기 발등 찍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퇴 압력을 놓고 문화부가 이미 현행 언론재단과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 언론 지원 관련기구의 통폐합을 염두에 둔 사전정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현재 통폐합논의는 새정부 들어서 공론화를 전혀 거치지 않은 내용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현 이사장이 당장 물러날 만큼의 잘못도 없다”고 지적했다. 기구 통폐합 논의와 기관장 ‘정리’를 벌써부터 연결짓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어 조준상 부소장은 “본인의사를 존중해 임기 보장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라며 “기준없이 문화부가 자의적으로 사퇴 여부를 판단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재단 내부 아직은 '잠잠'

언론재단 내부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언론재단 노동조합(정용재 위원장)은 15일 오후 현재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언론재단 노조는 문화부의 용퇴요구를 포함한 현안 관련, 사태파악을 위한 회의를 진행중이다. 정용재 언론재단 노조위원장은 "임원들이 조직안정화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 기대한다"면서 "내부논의 통해서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홍 미디어정책관의 전화로 '이사장 용퇴 요구'를 전달받은 최광범 언론재단 기획조정실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에서 당시 정황을 묻자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 그대로”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최 실장은 향후 언론재단측의 공식 반응 계획에 대한 질문에 “KBS와 달리(KBS는 이사회와 사장이 별도 조직) 언론재단의 경우는 이사회의 장이 재단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 별도의 이사회는 열릴 리가 만무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박래부 언론재단 이사장이 이미 문화부의 용퇴 요구에 ‘NO'를 했고 현 위원장의 탄핵사유도 없으니 별도의 추가 조치가 필요없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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