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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협상’이 아니라 ‘조공’이었다”[신학림이 만난 사람②]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신학림ㆍ곽상아 기자 | 승인 2008.05.20 09:58

대여섯 번의 단식 후유증 아랑곳 않고 강행군 계속하는 강기갑 의원

안타까웠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17대 국회의원 299명과 18대 국회의원에 당선자들을 포함한 정치인들 중에서 요즘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한 사람이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 사천 삼천포 지역구)일 것이다.

4월 9일 총선에서의 격전,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 탓에 강행군을 하느라 지친 데다 대여섯 번의 단식 후유증 탓인 듯했다. 박정희 육군 소장이 27년 전 쿠데타를 일으킨 5월16일 오전 11시에 강 의원과 인터뷰를 잡았다. 사무실 분위기도 살필 겸 기자는 약속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았다. 강 의원이 막 사무실을 나선 뒤였다. 강의원은 이날 국회기자실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문제점과 재협상 이유 15가지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30여분 뒤에 돌아왔다.

 

   
  ▲ 16일 오전 강기갑 민노당 의원과 신학림 미디어스 기자가 국회 강기갑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강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보좌관이 기자에게 다가오더니 “강 의원님 몸이 좀 피곤하셔서 인터뷰를 10분 정도만 늦게 시작하면 안될까요?”라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10분이 아니라 충분히 쉬셔도 좋습니다.” 기자의 마음 같아서는 인터뷰를 연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서울과 지역 그리고 지역구를 오가며, 워낙 바쁜 터라 인터뷰를 연기하면 다시 약속을 잡기가 어려울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강골 강기갑’을 믿고 인터뷰를 강행하기로 했다.

정확하게 10분 뒤에 강 의원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바로 건강 문제를 물을까 하다가 본인이 무안해 할 까봐 생각을 고쳐먹었다.

보좌관은 인터뷰 중간에 오후에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 일정 취소를 알리면서 “강 의원님의 몸이 안 좋아 걱정이 많이 된다”며 인터뷰를 짧게 해 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강 의원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라”고 답했다.

시종일관 차분하게 인터뷰를 진행하던 강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농업 관련 정부 정책을 얘기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며 책상을 치기도 했다.

"열심히 하면 당선될 수 있다는 공식 서게 돼 기분 좋아"

당선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 의원은 “지금껏 많은 국회의원들이 정작 당선되고 나면 차기 당선을 위해 당에 줄을 서고 민생문제에는 강 건너 불 보듯 해왔는데, 나의 당선으로 인해 ‘열심히 하면 당선될 수 있다’는 공식이 바로 서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 강기갑 의원  
 

쇠고기 청문회에서 정부 관계자들에게 호통을 많이 쳐 ‘호통기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강 의원은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이 거짓말하려고 이리 빼고 저리 빼는 모습을 보면 천불이 나지만 참으려고 매우 노력했다”며 “‘호통’ 부분은 좀 억울하다”고 말했다. “천불이 난다”는 말은 “(몸 안에서) 불이 천개가 올라오니 화가 하늘 끝까지 치민다”는 뜻이란다.

강 의원은 보수 언론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 “물론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이야기 중에는 괴담 수준인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본질을 다루지 않아서야 되냐”며 “시골 가정에 큰 된장 항아리에 여름에 뚜껑을 오래 닫아두면 구더기가 생길 수도 있는데 구더기 한 두 마리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된장 독 전체가 구더기 투성이라고 된장 독을 깨라고 하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치학자, 사회학자, 언론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촛불문화제에 나서는 10대들의 행태와 의미를 예의 분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강 의원은 “‘아는 것만큼 행동하고 인식한 것만큼 사랑한다’는 말이 있듯이 많이 아니까 행동하지 않을 수 없는 거고, 그래서 분노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쇠고기 수입, 결국 국민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

강 의원은 “문제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실제 수입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혼자서는 대응할 수 없는 문제다. 28명의 (야당)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자고 18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국민의 힘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강 의원의 인터뷰는 오전 11시 2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됐다. 의원회관 사무실은 온통 서류더미였다. 모든 보좌관과 비서관들이 자기가 맡고 있는 분야를 적은 명함을 책상 앞에 붙여놓은 것도 특이했다.

오후 2시에 갑자기 국회 본회의가 열린다고 하니 5분 발언을 신청했던 모양인데 국회법에 따라 거부당했다고 보좌관이 전하자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평소 점심은 밥 약간과 김치 등으로 사무실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은 인터뷰와 지역구 행사 때문에 강 의원은 결국 이 마저도 거르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안타까웠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농부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뒤 다시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최초의 진보정치인이다. 소감이 어떤가.

“나의 당선은 ‘(여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을 의미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깬 기적 같은 일이라고 다들 말하고 있는데, ‘개인의 당선’ 보다 우리 정치사, 선거 역사에서 커다란 역사의 장을 열었다는 의미가 더 크다. 거기에 내가 하나의 도구로 이용된 것이다.

지금껏 많은 국회의원들이 정작 당선되고 나면 차기 당선을 위해 당과 지도부에 줄을 서고 민생문제에는 강 건너 불 보듯 해 왔다. 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대단히 크다. 나 같은 경우 잘하진 못했으나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 왔다. 이것을 국민과 지역구 주민들과 유권자들이 평가해 주시고 인정해준 것 같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건강 문제를 물었다.

- 원래 마르셨는데 더 말라 보인다. 최근에 체중이 줄지 않았는지.

“2월에 단식하고 총선 치르고, 그리고 바로 또 단식하는 등 단식만 대여섯번 해서 그런지 체력이 좀처럼 회복이 안 된다.”

"이방호 의원 한테 아직 축하 인사는 못 받아"

- 이방호 집권당 사무총장을 꺾고 재선에 성공한 데 이어, 광우병과 쇠고기 수입 문제 등에 대한 활약까지 겹쳐 일약 ‘스타 국회의원’이 됐다. 달라진 위상을 스스로 느끼는지? 달라진 위상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예전부터 길거리에 나가면 내 차림새가 특이하니까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더 많은 이들이 ‘고생한다’며 반겨주신다.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 신학림 기자  
 

- 이방호 전 사무총장한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정치 발전이나 우리나라의 여러 변화를 위해서는 내가 꼭 뽑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이 좀 안 됐다.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고 집권여당의 사무총장, 대통령의 오른팔 소리를 들을 정도의 분이 고배를 마신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여당의 공천파동 문제도 있었고, (겸손 대신) 군림과 오만으로 행동한 탓도 없지 않을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방호 전 사무총장에게 전화했는데 연결이 안 되더라. 요즘에 그를 가끔씩 보긴 한다. 지역구 행사에 나와서 같이 인사도 했지만 내 당선에 대해 아직 축하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 4년 후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다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내가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어떻게 알겠나.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4년 후 아니 1년 후도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과거와 다가올 미래는 중요하긴 하지만, 거기에 매달릴 시간은 없다. 시대적, 정치적 소명을 발견하고 여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가장 현명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 농부일 때와 지난 4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시면서 느낀 언론에 대한 생각이 차이가 나는지, 차이가 난다면 어떤 것인지.

“나는 농부일 때도 ‘도대체 한국 언론에 농민·농업이 있느냐’며 언론에 대한 지탄, 규탄을 많이 해왔다. 그런데 국회 들어와 보니까 농업에 대한 애정을 가진 기자, 언론사도 많더라. 언론들을 전부 싸잡아 도매금으로 비판해선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일부 신문들이 쇠고기 문제를 비롯해 농업에 대해 경제적·정치적 논리로만 파고 들 때는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쇠고기 보도만 해도 언론사들의 보도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또 한 언론사에서도 아주 상반된 보도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 지난 4월 9일 총선 승리 이후 경남 사천 삼천포 지역구와 지역주민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가령 사천, 삼천포의 달라진 위상이라든지, 방문객 수가 늘었다든지, 강기갑 의원 댁이 유명한 관광 혹은 견학 코스가 됐다든지 등등.

“선거 끝나고 사천이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졌다. 전국의 많은 시민들이 관광차를 타고 놀러오기도 한다. 경북 경산에 가보니까, 경산시장도 경산 시민들이 놀러가는 얘기만 나오면 사천에 간다고 말하더라. 이번 총선에서 이변을 일으킨 사천이 어떤 곳인지 보러온다는 것이다. 사천은 한려수도와 이웃 남해 등 주변에 볼거리들이 많다. 사천은 향후 관광산업지로서 계획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지금의 현상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할 것 같다.”

- 사천시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투자 절차를 가장 간소화한 자치단체 중의 하나이고 그래서 외국인투자가 활발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이런 사실들도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그런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사천·삼천포 지역 선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전국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선거운동과 농사일 맡아준 아내가 가장 기뻐해"

- 총선에서 승리한 후 부인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사실 집사람은 지난번 17대 총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래도 막상 내가 승리하니까 아내가 제일 기뻐하더라. 한번은 서울에 있는데 집사람이 새벽에 전화해서 울면서 ‘평범하게 살자’며 간절하게 호소하기도 했다. 집안에 아이들이 4명 있는데 모두 어리다. 첫째는 고등학교 1학년, 둘째는 중학교 2학년, 셋째는 초등학교 4학년, 막내는 이제 여섯 살이다. 셋째만 딸이고 나머지는 다 아들이다. 집사람은 아이들이 어리니 아빠가 곁에 있어줘야 한다고 많이 얘기했다.

애들 문제 외에도 경제적으로 내가 부채가 좀 많다. 당에서는 (의원 세비를 대부분 거둬가고 의원 한 사람 당) 월급 200만여원 안팎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런 방침을 계속 고수하고 있어 월급은 살림살이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축사와 소를 임대해 줬고 매실 엑기스(추출물) 가공 공장에서 나오는 얼마간의 수입으로 생활도 하고 이자만 근근이 내고 있다.

사실 선거 운동할 때 집사람이 내 동의도 안 받고 ‘이번만 하겠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 그리고 나한테 이번만 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아직도 다그치고 있다.”

- 부인에게 4년 뒤 다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약속할 생각인가.

“나는 개인보다 이웃, 이웃보다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를 위하는 이타적인 삶을 살라고  요구해 온다면 이를 거부하거나 외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 평소 부인께서 강 의원이 집을 비우는 동안 농사와 축산 일을 도맡아 능수능란하게 일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인과 강 의원 중 누가 더 농사와 축산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가.

“각자 역할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순비교해서 누가 더 잘한다고 할 순 없다. 현재 논농사는 거의 없고, 축산을 많이 하는데 굉장히 힘들다. 사실 정치나 농사나 돈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도 농사를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라 조카한테 축사와 소를 임대해 줬다.

현재 우리 집 농사일에는 장인어른도 와서 도우고 계신다. 집사람과 장인어른이 짓는 것은 과수농사와 자그마한 매실 엑기스 만드는 농사 하나. 산초하고 가죽나무, 감나무 해서 한 6천평 정도의 과수 농사를 짓고 있다. 장인어른은 집사람이 17대 출마를 반대했을 당시 아내를 설득하고 (나를) 지지해주신 고마운 분이다.”

"일부 언론과 정부, 아무리 발버둥쳐도 광우병 진실은 막지 못해"

- 광우병과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된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10대들이 들고 일어나니까 조선·중앙은 조금 바뀌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일부 편향적 신문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이야기 중에는 괴담수준인 것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본질을 다루지 않아서야 되나? 시골 가정에서 여름에 큰 된장 항아리 뚜껑을 오래 닫아두면 구더기가 생길 수도 있는데 구더기 한 두 마리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된장 독 전체가 구더기 투성이라고 된장 독을 깨라고 하면 되겠느냐.
 
최근 정부 협상에 관한 새로운 진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국민들 85%가 우려하는 것을 ‘괴담’이나 ‘트집’이라고 치부해선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이젠 정부와 일부 언론 모두 진실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내용이 이 정도까지 알려졌고, 국민들도 공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의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협상에 대해 일방적으로 퍼다 준 ‘정상회담 용 조공’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협상’이라는 말도 쓰고 싶지 않다. 내가 아마 ‘조공’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을 것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냥 갖다 바친 거다. 한미 FTA 비준 분위기를 마련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미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쇠고기 문제를 선물 보따리로 싸가지고 가서 읍소한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미국 육우협회 회장이 사절로 오겠다하는 것을 정부가 받아주는 순간부터 이미 그쪽과 손을 잡았다고 보면 된다.

이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이번 쇠고기 협상은 사실 내용 자체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국회와 정부는 이번 쇠고기 파문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제발, 이명박 대통령은 숟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 말라. 국민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협상을 해놓고 변명만 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이다. 안타깝다.”

대담=신학림 기자/정리=곽상아 기자

(인터뷰 이어집니다)

 

16일 강기갑 의원이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이 필요한 15개 항목 및 내용"

 전문은 마우스로 클릭 하시면 한글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신학림ㆍ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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