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는 것과 실현되는 것, 간접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실제 몸으로 느끼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가상공간에서의 갖가지 문제와 갈등이 발생하고, 다양한 감정의 교류와 충돌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 내 눈 앞에서, 내가 직접적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으로 일어나는 것의 충격의 크기는 비교하기 어려워요. 무심하고 배려 없는, 심지어 가끔씩은 잔혹하기까지 한 악의적인 인터넷 글들과 네티즌들의 모습으로 속이 상하고 마음이 무너지는 아픔도 큰 생채기를 냅니다. 하지만 그 아픔의 강도는 이런 부정적이고 악의적인 반응이 단순히 키보드 위에 놓인 손가락 위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의 눈앞에서 실현된다면 훨씬 더 강렬하고 잔혹해요.

티아라는 이제부터가 진짜 자신들의 의지를 시험받아야 할 시간입니다. 그간의 긴 사정이 어찌 했는지를 다시 한 번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이들과 소속사의 처신과 문제 해결 능력이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오래 지속되었는지, 그 마무리가 얼마나 어정쩡하고 속보이게 봉합되었는지도 지적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버린 걸그룹에게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지, 앞으로 그녀들의 활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조심스러운 예상이죠.

지금까지도 시끄럽고 힘들었겠지만 티아라와 소속사는 이제부터가 진짜 고생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아무리 화영이 그녀의 전 소속 그룹의 미래를 축복하며 활동을 응원한다고 해도, 사장이 직접 나서서 이것이 진실이었다고 교통정리를 하고, 각종 단체들이 그녀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한참 떠들썩했던 의심과 비난에 비해 실제 가시적으로 나타난 항의의 모습이 없었다고 해도 그런 것들이 티아라의 미래를 밝게 해주지는 못해요. 그녀들은 이미 무엇을 하든 부정적인 이미지와 결부되기 쉬운 손쉬운 표적이 되어 버렸거든요.

앞으로도 꾸준하게 ‘만약 화영의 사건이 없었다면’이란 전제에서 출발하는 문제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데뷔무대 콘셉트로 잡았던 리틀 티아라와 ‘섹시 러브’라는 타이틀곡의 성격이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예고만으로도 그 무대 자체를 번복시켜야 할 만큼의 화제성과 파괴력,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사전 편집으로 첫 TV 데뷔 무대를 꾸미는 것이 그렇게도 관심을 받을 만한 일이었을까요? 욕설과 화영 응원으로 도배되었다는 제주도에서의 콘서트 소식에 대한 여론들은 또 어떤가요? 아주 작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화제와 논란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위치. 이런 부정적인 관심도 화제에만 오를 수 있다고 좋아하기엔, 지금 티아라가 처해 있는 현실은 너무나도 위태롭기 짝이 없는 줄타기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가수의 가장 중요한 장소인 무대에서 받을 직접적인 외면과 고통입니다. 모두에게 환호성과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할 아이돌이 의혹과 비난, 손가락질과 놀림감이 되어야 하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접하게 될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다가가야 하는 대중과 팬들은 위협과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릴 것이고, 향후 그녀들이 해나가야 할 연예인으로서의 삶에도 큰 생채기로 남을 테니까요. 사랑받아야 하는데 도리어 외면받거나 의심받아야 한다면 그런 고통스러운 반복은 연예인으로서 살아갈 의기를 조금씩 갉아 먹을 테니까요.

그녀들의 소속사의 다짐처럼 단순히 신인의 자세로 돌아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애 처음 무대에 서는 마음으로 열심히 묵묵하게만 한다고 해서 어떠한 분위기의 반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런 조용하고 성실한 태도가 호응을 받기 위해선, 그녀들의 복귀는 너무나 빠르고, 연기를 비롯한 활동 방법이 조급합니다. 그야말로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만 하겠다는 ‘의지’가 아닌, 그녀들이 사랑을 받아야 하는 대중의 의사와 생각을 무시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임을 모르는 ‘무지’의 결과로 밖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행보니까요.

혹시나 소속사는 이제 소란스러운 일들은 다 끝났다고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녀들의 고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것이죠. 수군거리던 인터넷 속에서의 여론들은 그녀들이 서는 무대에서마다 직접적인 야유와 외면으로 돌아올 위험이 크고, 작은 에피소드 하나까지도 집요한 추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시킬만한 반등의 요소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섹시 러브’라는 곡으로 활동하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했을까요? 대중의 분노와 의심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단 몇 달 정도의 시간이라도 차분히 설득하고 이해하는 자중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어려웠을까요? 이제 고작 20대 초반, 몇몇은 10대에 불과한 창창한 미래의 그녀들에게 낙인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활동 강행이 불가피한 일이었을까요? 모양새는 점점 더 딱해지겠지만, 이 모두가 그들이 사서 하는 고생입니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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