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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전 마지막 편지
송선영 기자 | 승인 2008.05.19 18:56

   
 
5월 18일 MBC에서 방영된 <휴먼다큐 사랑> '늦둥이 대작전'의 한 장면이다.

19살의 어린 엄마가 아이를 입양 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편지를 쓰고 있다.

먼저 방송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두 명의 장성한 딸을 가진 중년 부부는 큰 딸의 권유로 영아원에서 셋째 하람이를 입양한다. 그리고 3년 즈음이 지난 후, 이들 가정은 또 한 명의 아이를 입양하려 마음먹고 넷째 하준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 입양을 떠나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기른다는 것 자체가 이들 부부에게 얼마나 큰 결심이었을까.

두 아이를 입양한 이 가족은 진심을 다해 아이를 정성으로 보살피고 행복해한다. 핏줄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사랑으로 또 하나의 행복을 찾은 가족의 의미를 보여줬기에 적어도 <휴먼다큐 사랑>이 전하려했던 의도는 충분히 반영된 듯하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입양을 권할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씁쓸한 뒷맛이 적지 않게 느껴진다.

방송에는 이들 가족이 두 번째로 입양한 하준이의 생모가 등장한다. 19살의 어린 엄마는 아이를 보내야 한다는 현실에 서러워하며 아이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미혼모라는 사실 때문에 제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야 하는 현실에 그녀는 가슴이 미어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입양 전 마지막 편지'를 쓰는 이 어린 엄마의 떨리는 어깨를 보면 '책임 지지 못할 행동을 왜 했느냐'는 비난보다는 아이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남겨진 사람의 슬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

미혼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에 맞서 당당히 아이를 기르기에 그녀의 의지는 부족했나보다. 아이를 온전하게 양육하지 못할만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은 19살의 그녀에게도 책임이 있겠지만 그녀가 아이를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 구조가 아쉽다. 미혼모 스스로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보단, 입양을 통해 새로운 양부모를 찾아주는 쪽을 권장하는 한국 사회는 더 아쉽다.

방송에서는 입양을 권하는 기관의 문제점도 드러난다. 이들 가족이 입양할 아이를 정하고 왔음에도 갑작스럽게 다른 아이를 권하는(?) 영아원의 행동이 바로 그렇다. 입양에 있어 가족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지만, 영아원 측은 하준이를 소개했다. 결국 이 가족은 '어렵게' 새로 소개받은 하준이를 선택했고, 그 사이 많은 갈등을 겪으며 괴로워해야 했다.

이 부분에서 입양 기관은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입양을 하는 가족과 아이를 보내는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며 연결해줘야 하지만, 방송에 나온 기관의 행동은 입양 가정으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의 아이를 선택하도록 조장하기에 충분했다.

'선택받지' 못한 이 아이는 결국 하람이네 가족이 되지 못했음에도 아이의 나이와 이름, 그리고 어떻게 시설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드러났다. 굳이 이 가족에게 입양되지 않을 아이였더라면 이에 대한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방송 이후 <휴먼다큐 사랑> 게시판은 하람이네 방송을 계기로 시끌시끌하다. '어떻게 아이를 선택할 수 있냐', '아이가 상품이냐', '입양되지 않은 아이의 신상을 왜 노출시켰냐' 등에 대한 시청자들의 원성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혹자들은 입양 과정에서의 이들 가족의 행동도 비난한다. 아이를 상품처럼 선택했다고, 길가에 버려진 아이가 아닌 건강과 친부모가 확인된 아이를 선택했다고 말이다.

평생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것, 그 아이가 온전하게 자라도록 늘 뒤에서 지켜준다는 것. 이러한 엄청난 책임을 알고도 같은 선택을 반복한 이 가족에게 던지는 비난치고는 정당하지 않다. 그들의 선택이 혹자들에 눈에는 비겁해 보일지라도 진심으로 아이들을 품어줄 마음과 자세로 아이를 받아들인 가족이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지만 입양으로 행복을 찾는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 방송의 의도를 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아름다운 의도를 전달해주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아쉬움들이 소소하게 남을 뿐이다.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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