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시청 근처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취재를 위해 서울시청 옥상에서 촬영하려던 기자들이 취재 제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몇몇 방송 카메라기자들이 촛불시위의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부감 촬영(대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는 촬영)을 위해 서울시청 옥상을 이용하려 했으나 이들은 촬영 직전 갑작스럽게 시청 옥상에서의 촬영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서울시청 옥상은 근처에서 시위나 집회가 있을 경우 전체적 규모와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부감 촬영장소로 자주 사용되는 곳이다.

현장 기자들 "처음엔 열어주겠다더니…시청, 갑자기 입장 바꿔"

▲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규탄 촛불문화제' ⓒ미디어스 서정은
이날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에 따르면, 서울시청 측은 촛불집회 촬영을 위해 기자들이 사전에 시청 옥상 개방을 요구했을 당시에는 이를 수용했으나 이후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옥상으로 향하자 갑작스럽게 옥상을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옥상 개방을 요구하면 홍보담당관과 총무과의 협조로 취재가 허용되고 있으나 이날은 입구 근처에서 의경과 시청 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옥상 취재 제한에 대해 기자들이 서울시청 총무과에 항의하자 시청 측은 기자들에게 옥상 취재를 허락했으나 곧바로 다시 옥상에서 취재를 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A 방송사 기자는 "처음에는 옥상을 열어주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못 열어주겠다고 입장을 바꿨고 경찰이 시청 입구를 차단하고 있었다"며 "처음 이런 일을 겪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기자는 "당시 경찰이 시청 주변을 원천 봉쇄하고 있었고 경찰 측에서 촛불집회의 규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부감촬영의 경우 집회의 규모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경찰 측에서 이를 제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B 방송사 기자도 "급하게 부감을 찍으려 시청 옥상에 올라가야 했으나 공보관을 통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기에 촬영을 포기했다"며 "시위나 집회가 서울시청 인근에서 있는 경우 경찰이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시청측에서 옥상 개방을 허락하지 않은 것과는 달리 서울시에서 주관한 지난 '하이서울 페스티벌' 때에는 취재를 위한 옥상 개방을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C 방송사 기자 또한 "시청 출입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옥상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면 일반적으로 시청 옥상을 관리하는 총무과에서 시청 옥상을 개방해주고 있다"면서 "시청 옥상에서 취재가 제한되는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일이고 이는 문제 삼아 짚고 넘어야 할 부분이다"라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서울시청 "야간에는 통제 어렵기 때문"

이에 대해 서울시 정양균 언론담당관은 "시청 옥상은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공개하는 곳이지 상시 출입처는 아니며 낮에 취재 요청을 하면 개방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퇴근 시간 이후에는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촛불집회와 관련해서 일부 기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총무과 관계자 또한 "야간에는 통제가 되지 않기에 사고 나면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시청 옥상은 취재하기에 위험한 공간이기에 기자들이 이해를 해야 한다"라고 정책적으로 취재를 제한했다는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A 방송사 기자는 "퇴근 시간 이후 취재를 위한 옥상 개방 요구는 원칙적으로 정해진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취재를 위해 개방하던 공간을 왜 14일에는 개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시청 근처 건물들도 옥상개방 요구 거부…"평소엔 열어주더니"

한편 서울시청 옥상에서 취재를 할 수 없게 된 기자들이 촬영을 위해 인근 건물을 급하게 섭외했으나 시청 근처 건물도 기자들의 촬영을 일제히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A 방송사 기자는 "평소 시청 주변의 건물 관리인들에게 취재를 위한 사정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옥상을 열어줬다"며 "그러나 이날은 시청 인근 건물 대부분이 옥상 개방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일부 건물 관리인은 "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다녀가면서 기자들에게 장소를 제공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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