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길영 KBS 이사장
이길영 KBS이사는 정권 부역, 채용비리, 정치활동에 이어 학력 조작의 구체적인 증거까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KBS 이사장'이 됐다.

KBS 이사회는 4일 오후 4시부터 5일 새벽 1시경까지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으며, 여야 이사들은 최고 연장자인 이길영 이사의 이사장 선출을 놓고 격론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이사들은 학력조작 등을 문제삼으며 이길영 이사가 이사장 자격이 없음을 주장했으나, 여당 이사들은 끝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당 이사 7명은 5일 새벽 1시경 야당 이사 4명이 집단 퇴장하자 곧바로 표결을 진행해 7명 전원 찬성으로 이길영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앞서, KBS는 KBS 새 노조의 '이길영 이사 반대 결의대회'를 의식한 듯 4일 오전부터 이사회 회의 장소인 6층 대회의실로 올라가는 길목을 봉쇄했으며, KBS 여당 이사 7명은 회의 예정시각 보다 한 시간 앞선 오후 3시에 미리 KBS 건물에 도착해 6층으로 함께 올라가는 등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길영 이사의 이사장 선출을 반대해왔던 KBS 새 노조 측은 '이사장 퇴진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남철우 KBS 새 노조 홍보국장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집행부들끼리 KBS 본관 엘리베이터 입구를 지키며 이길영 이사를 기다렸지만 다른 여당 이사들과 달리 이길영 이사는 회의가 끝난 이후 본관 3층의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망갔다. 비리와 부정으로 점철된, '가면인생'을 산 이길영씨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며 "이길영씨가 KBS에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이사장 퇴진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남철우 국장은 "여당 이사들이 야당 이사들의 격렬한 항의를 무릅쓰고 날치기로 이사장을 선출한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대선을 앞두고 KBS를 더욱더 노골적인 편파방송으로 이끌기 위한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길영씨를 둘러싼 의혹의 진실을 파헤치고, 특히 이길영씨가 국회에서 위증을 한 대목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 KBS는 4일 오후 이사회 첫 회의를 앞두고 회의 장소인 6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운행을 멈추고 청경을 동원해 통로도 봉쇄했다. KBS 새 노조가 4일 오후 4시경, 회의 장소인 6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5층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청경들은 6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막고 있다. ⓒ곽상아

"대선편파방송 기술자, 대선 앞두고 KBS에 꽂은 이유 뻔하다"

한편, KBS 구성원들은 KBS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재직 시절 노골적인 '대선 편파방송'을 주도했던 이길영 전 감사가 대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KBS 최고의결기구의 수장으로 오는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4일 정오에 열린 '이길영 이사 반대 결의대회'에서 "이길영씨는 87년 대선 당시에는 KBS 보도국장이었고, 92년 대선때는 KBS 보도본부장으로서 정권의 연장을 위해 온몸을 던져 KBS뉴스를 '땡전뉴스' '땡노뉴스'로 전락시켰던 인물이다. 이른바, '대선 편파방송 기술자'"라며 "대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이런 사람을 KBS 최고의결기구의 수장으로 앉히려는 의도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석 위원장은 이어 "새누리당이 KBS를 이용해 재집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KBS의 운명이 걸린 싸움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불순한 의도에 맞서 총력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철 KBS 기자협회장 역시 "대선을 앞두고 KBS를 장악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을 보지 말자고, 기자협회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일간의 최장기 제작거부를 했음에도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또 벌어졌다. 너무나 참담하다"고 밝혔다.

김성일 새 노조 복지국장은 "1986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이 유럽 해외순방을 마친 뒤, KBS는 엄청난 환영식을 준비했다. 이길영씨는 당시 해외순방을 '대한민국이 선진화로 가는 초석'이라고 노골적으로 홍보했던 인물"이라며 "이길영씨는 KBS 기자로 재직 당시 주로 경제분야를 맡았고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한 적도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방송이 끝난 뒤 보도국장이 되었고 승승장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력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길영씨는 각종학교인 국민산업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KBS에서 30년동안 대졸호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회사 측에서 이길영씨의 학력이 '고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보도국장, 보도본부장까지 맡을 수 있었겠느냐"며 "이에 대한 의혹을 밝히라고, 회사측에 자료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신상'이라며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이 요청해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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