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각시탈 보조출연자 유족의 요구를 받아들여 6일 드라마 각시탈 최종회에서 '사고 관계사들의 후속처리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자막을 내보내고, 보조출연자 대기실도 KBS별관에 마련하기로 했다.

각시탈 보조출연자 박희석씨는 4월 18일 경남 합천의 각시탈 촬영현장으로 가다가 버스전복사고로 사망했으며, 유족들은 사고 직후 KBS와 팬엔터테인먼트 등 관련 4개 회사가 보도자료를 뿌려 '사력을 다해 사후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유족들을 찾아와 진심어린 사과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만 보였다며 5월 22일부터 KBS 앞 시위를 이어왔다.

▲ 4월 18일 경남 합천의 <각시탈> 촬영현장으로 가다가 버스전복사고로 사망한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아무개씨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3달 넘게 1인 시위를 진행해왔다. ⓒ곽상아

유족들의 요구사항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자막'과 '보조출연자 대기실 마련' 두 가지다. KBS 측은 <각시탈> 최종회 방영을 2회 남겨둔 4일 오후,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고 관계사들의 후속처리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드라마 각시탈 제작진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자막을 6일 각시탈 드라마 최종회편이 시작할 때 방영하겠다고 밝혔다. '명복을 빈다'는 단순 애도만이 아니라 '후속조치 등에서 소홀한 부분이 있어 유족들이 시위를 하게 됐는데, 이에 대해 사과하라'는 유족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장기간 이어진 유족들의 시위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KBS가 태도를 바꾼 것은 빗발치는 비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각시탈> 최종회에서 방영될 자막에는 '후속처리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 외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장을 잃은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심심한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박희석님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도 방송될 예정이다. 보조출연자 처우 개선 차원에서 보조출연자 대기실도 조만간 KBS 별관에 마련될 예정이다.

KBS가 유족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임에 따라, 유족들은 3달 넘게 진행해온 KBS 앞 시위를 접기로 했다.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 아무개씨는 4일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인데 KBS를 비롯한 제작사 측이 나를 보상금이나 받으려고 시위한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해서 '돈 받으려고 저런다'는 악성댓글에 너무나 많이 시달렸다.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너무 억울해서 '진실은 언젠가 꼭 밝혀진다'는 신념을 마음에 품고 오랫동안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싸움을 해왔다"며 "내일부터는 KBS 앞 시위를 그만둘 것"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이어 "다만, 여전히 자신들이 고용주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태양기획(보조출연업체)를 상대로 구체적인 책임소재를 다투려 한다"며 "그동안 SNS 등을 통해 격려해준 사람들이 많았는데, 정말 고맙다.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3일 성명을 내어 "KBS와 드라마제작 관계사는 유족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며 "보조출연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을 수립,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업무 중 사망이 분명한데도 산재처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없이 드라마 시청률에 미칠 영향이나 신경쓰며 사람을 소품취급하는 현실은 한류의 이름으로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평하며 "4대보험 등 최소한의 복지제도도 보장받지 못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급여마저 떼이는 일이 비일비재한 열악한 현실을 방치한다면 한류의 성과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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