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성폭행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일 관계없는 한 시민의 얼굴을 피의자 얼굴로 보도하는 오보를 냈다. 또 일부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피의자의 가족사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집 위치, 가정환경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 조선일보 3일자 1면에 기재된 피해자 얼굴 공개 오보 사과문

이에 대해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하게 보면 특종을 추구하는 언론의 취재 경쟁이 빚은 사고"라면서도 "근본적인 이유는 흉악범 사진과 신원공개에 대한 언론의 자의적 판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제정임 교수는 "신문윤리강령에 공인이 아닌 형사피의자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실명과 사진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2009년 '강호순 사건'이 후 '흉악범 보도에 대해서 언론사 판단을 존중한다'는 예외규정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제정임 교수는 "현재도 상당수 언론은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사진과 실명, 집 주소 같은 인적정보를 보도하지 않는다"면서 "반면 일부 언론은 흉악범은 인권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피의자 신상정보와 사진을 적극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선정적 보도에 대해 제정임 교수는 "강압수사 등으로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쓴 경우나 실수나 부주의로 엉뚱한 사람이 지목되면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조선일보 얼굴공개 오보는) 우려하던 유형의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제정임 교수는 "이런 보도는 정당한 재판을 받기 전 여론 재판을 먼저 받게 하는 것"이라며 "억울한 누명을 썼을 경우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제정임 교수는 "(피해자나 피의자) 주변 사람들의 인권, 명예, 사생활도 존중할 필요가 있음을 취재진이나 편집 책임자들 모두 유념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오는 5일 열린다. 토론회를 주최하는 언론인권센터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이 피해자 인권을 아랑곳하지 않고 과잉 보도하는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이는 언론보도의 선정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인권센터는 "자제력을 상실한 언론의 사건 보도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고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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