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6일 전주의 한 학생은 수업 도중 갑자기 상담실로 끌려가 경찰에게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학생이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운영자는 누구인지 등의 배후를 추궁했다고 한다. 한편 같은 날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 시내 몇 개의 학교 강당에서 교사들을 불러 모아놓고 촛불시위에 참석하는 학생들을 막기 위해 교사들을 조를 짜서 지하철 역 등지에 배치하고 현장을 조사하라는 지침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들이 최근 전국의 학교에서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시도 때도 없이 학교를 출입하며 학생들을 강제로 조사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의해 교사들은 학생들의 ‘감시자’로 전락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청소년들의 자발적이고 정의로운 행동에 대해 ‘청소년들의 집단적 움직임에는 분명 불순한 배후세력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라는 ‘괴담’을 덮어 씌움으로써 어떻게든 청소년들을 몰지각하고 수동적인 주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청소년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 단순하고 미약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이제 청소년들은 너도나도 경찰청 홈페이지를 찾아가 ‘내가 주범이다. 나를 잡아가라’는 글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광우병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청소년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한 것은 달리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들에게 다가온 직접적인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전 보충수업을 받느라 아침부터 식사를 거르고 나오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하루종일 학교에서 생활하며 먹게 되는 단 한 끼가 어떠한 경로로 어떻게 유통되어 왔는지조차 불분명한 저품질의 미국산 소고기에 위협받게 되었는데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최근 청소년들에게 닥친 상황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방안’에 따라 0교시, 야간자율학습, 학원 사설 모의고사 등을 전면 허용하여 청소년들의 삶을 입시에 종속된 노예가 되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청소년들은 꼭두새벽부터 집에서 나와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학교 급식이나 식당, 편의점 식품 속에 도사린 광우병의 위험마저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어른들이 어떠한 변명과 협박을 한들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하고 안심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또한 청소년들은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통해 자신이 가진 권리가 무엇인지, 자신이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와 21조, 34조를 분명히 알고 있으며 4.19와 5.18을 비롯한 민주주의의 역사에 청소년들의 힘이 존재했음을 알고 있고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을 때,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국민으로서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실천할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수많은 촛불집회의 자리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그들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개인의 부와 명예를 위해, 강대국과의 굴종적인 외교를 위해, 오랜 세월 길들여진 경제 발전 이데올로기에 의해 진실과 정의를 말하지 못하는 어른들과 청소년들의 다른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정당한 행동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배후’를 운운하며 자발적인 집회 연락을 ‘괴담’으로 취급해버리는 이들이야말로 ‘청소년 괴담’을 주도하고 있는 이 사회의 추악한 어른들이다.

최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을 주도한 장본인이라고 밝힌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안단테’는 “정의를 정의라 말하고, 진실을 진실이라 말하는 것이 무엇이 창피한가”라며 “오히려 거짓과 유언비어로 국민을 속이려 하고 심지어 국민을 탄압하는 정부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금 정부와 일부 정치권, 경찰권력이 보이고 있는 모습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저항하는 세력들에게는 일관되게 탄압으로 대응했던 과거 독재 정권의 모습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청소년들의 정당한 행동에 대한 몰상식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청소년들로부터 ‘개념’과 ‘정의’를 배우라.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정권은 영원히 21세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개념 없고 창피한 정권으로 남게 될 것이다.

2008년 5월 16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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