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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의료보험 상품 판매 개시와 시즌드라마[윤석진의 드라마공방전] MBC '라이프 특별 조사팀'
윤석진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 승인 2008.05.16 10:16

민영의료보험 상품 판매를 예견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보험회사의 보험조사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MBC의 세 번째 시즌드라마 <라이프 특별 조사팀>(여은희ㆍ최윤정ㆍ김수진 극본, 임태우ㆍ김경희ㆍ여인준ㆍ이동윤 연출)가 일요일 심야 시간의 안방극장에 입성했다. 주목할 만한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라이프 특별 조사팀>을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의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라이프 특별 조사팀>은 ‘영상예술’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 MBC 시즌 드라마 '라이프특별조사팀' 캡쳐 ⓒMBC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이 민영화되었을 경우, 의료 서비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건강보험을 받지 않는 병원이 늘어난다면 민영의료보험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국민건강보험 의무 가입 폐지로 이어지고 고액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의 연쇄 이탈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부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적자에 시달리던 지역의료보험이 흑자로 운영되던 직장의료보험과 통합되는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민영화’ 논란만큼은 아니었다.

‘보험조사원’이라는 ‘전문직’을 중심으로 매 회 에피소드가 완결되는 단막 형식의 연속물로 방영되는 <라이프 특별 조사팀>은 ‘미술품 경매사’ 이야기를 다룬 <옥션하우스>와 ‘성형외과 의사’의 애환을 다룬 <비포앤애프터 성형외과> 등 두 번에 걸쳐 제작?방영된 시즌드라마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이어받은 세 번째 시즌드라마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라이프 특별 조사팀>이 불의의 사고와 질병, 그리고 미래가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보험’이라는 소재를 전진 배치한 드라마라는 점이다. 특히,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사회보장제도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의 민영화 논란이 뜨거운 시점에서 방영되고 있기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는 드라마이다.

‘민영의료보험’의 폐해는 이미 2008년 4월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식코(Sicko)>에서 이미 다뤄진 바 있다. 미국의 허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감독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는 <식코>에서 미국 민영 의료보험 조직의 부조리한 폐해를 폭로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의 기능과 상관없는 민영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병원 진료의 공익성은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이윤만 추구하다가 돈 없고 병력 있는 환자를 의료의 사각 지대에 방치해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영화의 내용은 “돈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MBC 시즌 드라마 '라이프특별조사팀' 캡쳐 ⓒMBC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쟁 체제에서 대다수 서민들은 스스로 알아서 삶의 질을 챙겨야만 한다. 물론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상위 1%를 제외한 대한민국 국민은 불투명한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과 별도로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에 가입한다. 이러한 현실은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이 <라이프 특별 조사팀> 보험조사원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제적 약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막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극단적 선택과 보험의 상관성을 다룬 <라이프 특별 조사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이다.

<라이프 특별 조사팀>에서 다양한 보험 사고를 조사하는 특별조사팀은 모두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소한 실마리도 그냥 넘기지 않는 예리함으로 실력을 발휘하는 평사원 ‘박찬호(엄기준 분)’, 누구보다 꼼꼼하고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는 대리 ‘주강이(심은진 분)’, 3년 간의 취업 재수 끝에 가까스로 업계 상위 5위권 안의 보험회사에 입사한 소심하고 깔끔한 성격의 신입사원 ‘공철수(김흥수 분)’, 복지부동과 무사안일한 일처리로 주변 동료와 부하 직원에게 명예퇴직 1순위로 찍힌 팀장 ‘배동식(정규수 분)’, 법대 출신으로 깐깐한 성격이지만 중립성을 내세우면서 남에게 일만 떠넘기는 과장 ‘여한수(이두일 분),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외모 관리에도 철저한 사무직원 ’정주리(솔비 분)‘가 그들이다.

   
  ▲ MBC 시즌 드라마 '라이프특별조사팀' 캡쳐 ⓒMBC  
 

5회가 방영되는 동안 5명의 보험조사원들이 온 몸으로 뛰어 조사해서 처리한 보험금 청구 사건은 대부분 민생 현장에서 발생한 것들이었다. 방화로 추정되는 섬유공장의 화재 사건, 다리에 화상을 입은 다리 모델의 보험금 청구 사건,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험금의 수익자로 되어 있는 어린아이의 교통사고와 보험 보장 개시일 간암 진단을 받은 보육원 원장의 보험사기 사건, 30대 여성의 자살과 요트 사고 보험 청구 사건, 일가족 모두가 보험금을 노리고 벌인 보험사기 행각 등이 그것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긴박감 넘치는 추리 기법으로 전개되면서 짧은 호흡의 단막극적 특성이 살아난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연들이 눈물과 웃음으로 버무려짐으로써 일상 예술로서 드라마의 특성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라이프 특별 조사팀>은 시즌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준 드라마라 할 수 있다.

MBC 시즌드라마 <라이프 특별 조사팀>이 아무리 ‘보험’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라 하더라도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처럼 전복적인 내용을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왕 ‘보험조사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보장’ 보험제도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대한민국의 취약한 사회보장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인권’보다 ‘실용’을 강조하면서 모든 국민을 무한 경쟁지대로 몰아넣는 이명박 정부에서 사회보장제도로서 국민건강보험의 공익성은 더욱 절실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광우병에 걸려 의료보험 안 돼 죽으면 대운하에 뿌려 달라!”는 청소년들의 절규를 철없는 소리로 넘길 수 없는 21세기 대한민국 현실이 너무 기가 막히다. 이렇게 기가 막힌 현실만으로도 시청률 사각지대인 일요일 심야 시간대에 편성되어 많은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한 <라이프 특별 조사팀>을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윤석진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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