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재우 방문진 이사가 옷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김재우 이사가 9기 방문진 이사장으로 조건부 선출됐다.

김재우 신임 이사장은 전임 이사회에서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MBC노조의 최장기 파업을 불러온 김재철 사장을 비호했다고 평가받는 인물로서 재선임 당시부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재우 이사장은 이 외에도 법인카드 남용, 논문표절 의혹 등을 받고 있으며 최근 학술단체협의회가 김재우 이사장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심각한 수준의 표절"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내림에 따라 아예 방문진 이사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셌다. 박사학위를 수여한 단국대는 김재우 이사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9월말경 결론을 낼 예정이다.

27일 오후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한 김재우 이사는 이사장 선출에 앞서 논문 표절 논란을 의식한 듯 '박사학위 논문이)단국대에서 표절로 판명된다면 책임지겠다'고 밝혔고 방문진 이사들은 이를 받아들여 김재우 이사를 9기 방문진 이사장으로 조건부 선출했다.

야권 이사들은 "논문 표절 의혹이 있는 사람이 콘텐츠 저작권을 논의해야 하는 기구의 수장으로 온다는 게 말이 되는가. 책임진다고 했는데 나중에 말을 바꾸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표절로 판명된 이후에도)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김재우 이사를 비롯한 여권 이사 6명도 동의하면서 김재우 이사가 이사장으로 재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여권 이사 6명은 "박사학위가 방문진 이사장의 자격 요건은 아니지 않느냐"(김광동) "논문표절은 방문진 이사장의 업무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박천일) "표절로 판명되면 책임지겠다는데 왜 그러느냐"(김용철) "충분히 문제제기가 됐으니 일단 믿고 가자"(김충일)고 하는 등 김재우 이사장을 두둔했으며, 회의 직전에 3~40분간 따로 모여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추천의 최강욱 이사는 "'단국대가 방문진의 상위기관도 아닌데 왜 우리가 단국대의 판정을 기다려야 하느냐'라고 지적했으나, 박천일 이사 등이 '업무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지 않느냐' 등의 입장을 나타냈다"며 "'단국대에 압력을 넣을 수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믿나' '책임진다는 의미가 자진사퇴가 아니라면 어떻게 하느냐'라면서 우리가 '(표절로 판명된 이후)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했고 이에 나머지 이사들도 동의하면서 조건부로 이사장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국대의 조사 결과가 '표절'로 나온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권 추천의 차기환 이사는 "단국대에서 심사결과가 나오면 백지 상태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의미"라며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등 김재우 이사장의 '책임' 발언을 두고 야권 추천 이사와는 해석의 차이를 보였다.

한편, 방문진은 내달 6일 차기 이사회를 열고 MBC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 방문진은 법인카드 남용, 무용가 J씨 특혜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철 MBC 사장과 관련한 진상조사 소위원회 구성의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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