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5월 9일자 4면
노무현씨의 공과에 대해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한국사회를 더 이상 로비가 통하지 않는 투명한 사회로 만들었고, 검찰에 청와대에서 함부로 전화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노무현씨의 역할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또한 권위주의 시절, 조선일보같은 '찌라시일보'들이 판치며, 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와 같은 기관으로부터 김대중 유근일 홍사중같은 조선일보 사이비 기자들이 사적 관계를 통해서 정보와 첩보를 수집, 계속되는 특종을 하던 시절을 날릴 수 있었던 것도 노무현씨의 공입니다. 또 있죠. 한국사회에서 치러지는 수 많은 선거에서 더 이상 '돈선거'가 용납되지 않는 국가관리 하의 선거문화가 정착할 수 있었고, 청도에서 수 많은 이들이 돈 뿌리고 자살하거나 돈을 받았다고 자수하는 사건들이 일어나게 만든 것도 노무현의 공입니다.

하지만, 그는 씻을 수 없는 국가적 과오를 저지르게 되는데요. 그 과오의 알파와 오메가가 바로 한미FTA를 추진한 겁니다.

노정권 사람들의 주장대로, 미국이 먼저 체결하자고 요구한 적도 없었으나 노무현씨와 그의 정권 사람들이 나서서 한미FTA를 구걸했고, 마지막에 노무현도 인정했다시피, 4대선결과제, 아니 4대 구걸성 뇌물을 미국에게 줬는데, 그 중 하나가 쇠고기 수입이었습니다. 지금 노무현정권의 흔적들이 주장하는 바, '우리는 이명박정권과 달리, 월령 30개월 미만의 소를 수입하자고 했다'는 어설픈 알리바이를 들이댑니다.

가당찮은 주장이지요. 일본은 월령 20개월 미만의 미국소만 수입하는데, 노무현정권이 월령 30개월 미만의 소를 수입하자고 했다는 변명이 상식에서 가능한 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명박정권이 월령 30개월 이상도 수입할 수 있다는 협상을 벌였다고 비난하지만 노무현정권과 비교해 보면, 움직이지 않는 '개찐도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하마을에서 환경운동 한답시고 마을 청소하러 다니는 노무현씨에 대해서 '찬양'하는 일부의 기억상실증 환자들을 보면 한편으로 안타깝고, 다른 한편으로, 그렇게 한국사회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양반이, 그런 지지세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도 많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환경운동? 그것도 기막힌 아이러니지요. 국회의원 시절에는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한다던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되고나서 '그래도 새만금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말을 바꿔, 한국의 갯벌을 훼손한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또한 부안의 핵폐기장 설립 반대운동을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진압한 사실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환경의 구조적인 측면은 '작살'을 내 놓고, 환경운동을 쓰레기 치우는 일로 등치시켜, 낙향한 대통령으로서의 우아함을 즐기는 노무현씨에 대해서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

그런 노무현씨를 향해서 '구관이 명관' 운운하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의 수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이며, 한국 민주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하향평준화하는 구태를 드러내는 현상이라 아니 말할 수 없습니다. 주변의 지인들이 한 마디씩 합니다.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이라는 글을 보고, 왜 그렇게 정세분석에 둔하냐고 합니다. 지금은 이명박씨 때문에 노무현씨가 뜨고 있는데, 이명박씨나 노무현씨를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우를 범했냐고요. 글의 내용에 대해서 '사실주의'에 입각해서 동의하나, 괜히 그런 글을 써서 왜 욕을 먹느냐는 '유사조언'을 해 줍니다.

욕 먹는 것이 근심거리였다면 애초부터 글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내용에 진정성은 있는데, 하필 대상이나 표현이 부적절하거나 과격해서 독자들이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조언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냉정한 글을 쓰는 이들이 있으면 감정을 묻혀 노골적으로 글을 쓰는 이들도 있어야 합니다. 역할분담이겠지요. 저는 후자의 글쓰기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고요. 본인이 동의하면 됐지, 그 글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의 극히 자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찌 보면 스스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위선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씨에 대한 공과, 정당한 평가, 현실에서 '미친미국소'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또 다시 정치권력의 정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국민은 먹고 살기 바빠,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퇴임 후 우아하게 살면 역사가 우호적으로 평가할 것이다'는 무책임한 국정운영을 수 많이 되풀이하며, 그 와중에 적어도 850만 비정규직과 언제 해고당할 지도 모른 이 땅의 사람들만 고통을 받을 뿐입니다.

이명박씨가 '미친 미국소 수입'의 결과이면 노무현씨는 '미친 미국 소 수입'의 움직일 수 없는 원인입니다. 지금은 퇴임하여 소시민으로 돌아가 마을에 봉사활동하는 노무현씨가 '멋지게 보일지언정' 그의 재임시기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 노무현씨의 과오를 일부러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 지난 5월 2일 저녁 서울 청계천 광장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규탄 촛불문화제' ⓒ미디어스 서정은

노무현씨는 당당함을 접어야 합니다. 노무현씨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마을에 봉사해야 합니다. 김영삼 김대중씨의 아들들이 아직도 일정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선거 때마다 언론에 이름을 올려대는 뻔뻔함은 그들 스스로 철저하게 반성하고 속죄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다른 측면에서 '쉽게 용서하는 국민정서'가 되풀이 되는 역사의 반동에 좌절하고 고통 받을 것입니다. 뻔뻔함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사건과 사람, 그리고 부정적인 여파를 쉽게 잊으려 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이명박정부가 경찰을 동원하여 불법집회의 주동자를 조사하겠다며 방방 뜨는 것도, 지금 이명박정부가 조중동의 힘을 믿고 청소년들을 '정신적 미숙아'로 매도하며, 배후세력 운운하는 것도 다 노무현씨로부터 배운 '노하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은 쉽게 잊고, 구관이 명관이라는 미신을 안고 사는 것에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당장의 미운 이보다는 오래 전에 미운 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사그라들고 감정의 수위가 낮아지는 일상의 문법에 따른 결과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합니다. 잘 해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 청소년들의 분노는 3년 전 노무현씨의 '일방독주'와 더불어 '여론무시'행태를 보이면서 강행, 지난 해 봄에 결국 한미간 FTA체결까지 끝내버린 일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런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이가 이명박씨라는 점에 서, 노무현의 행정과 노하우를 훨씬 더 저질스럽게 복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녕 노무현씨가 역사에 남을 지도력를 보였다는 평가를 역사 속에 남기려면, 지금 노무현씨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머리 숙이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씨가 국민을 섬기는 것을 넘어 두려워할 줄 아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게하려면, 퇴임 후 노무현씨라고 할지라도 철저히 평가하고 냉정한 판단을 함으로써, 그들의 사죄를 끌어내는 것입니다.

적어도 노무현씨 개인을 향한 안타까움과 동정심으로는, 노무현씨를 역사 속의 범죄자로 만들지 않고, 당당한 시민으로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외려 '독'이 될 겁니다.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잊혀져서는 안되는 직위가 대통령이고, 잘못했으면 사죄하는 것이 현명한 것 아닙니까!

책임과 사임...그 사이에서 오늘도 헷갈리는
양문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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