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마을에서 발언하는 공지영의 모습 ⓒ연합뉴스

앞선 기사에서 소개한 <의자놀이> 스캔들은 크게 세 가지 문제로 구별해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먼저 첫 번째 문제는 해당 인용의 잘못이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로는 하종강과 이선옥의 요구가 적절한 것이었는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출판사와 공지영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평가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공지영을 옹호하는 이들은 대체로 첫 번째 문제를 크지 않은 일로 보고, 따라서 두 번째 문제에서 하종강과 이선옥의 요구를 비판하며, 그에 입각하여 출판사와 공지영의 대처를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바라보게 된다. 반면 공지영을 비판하는 이들은 대개 첫 번째 문제를 크게 보고, 그래서 두 번째 문제에서 두 사람의 요구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에 입각하여 출판사와 공지영의 대처를 비판하게 된다.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편집자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인용은 어느 정도로 문제였나

본지에서 의견을 구한 편집자들의 대부분은 인용문제에 대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인용문을 가져가서 가필을 한 것도 황당하거니와 그러면서 허락을 구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공지영과 출판사 측은 주로 이선옥 작가 글에 대한 재인용으로 문제 범위를 좁히려 했지만, 하종강의 글만을 생각하더라도 문제가 명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였다.

출판사에서 공개한 저작권 전문가 김기태 교수의 의견서에 대해 한 편집자는 “교묘하게 쓰여진 글이다. 글 중간에 보면 ‘추후 이를 바로잡거나 원전 저작자의 견해를 존중하여 처리하면 되는 일’이라 되어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항의를 해서 바로잡은 사안 아닌가.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통해 두 사람이 문제 제기를 한 게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편집자는 “저작권 수준에서 문제가 없더라도 저작인격권의 문제가 있다. ‘카피레프트’인데 왜 문제를 삼냐는 말은 이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적어도 가필을 할 거라면 반드시 하종강에게 본문을 보여주며 허락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것이 잘못이라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한 편집자는 “물론 저자와 출판사 모두에게 있다. 편집자가 고치더라도 저자에게 최종 ‘컨펌’을 받게 된다. 어떤 출판계약서는 이 과정을 적어놓기도 한다. 결국 저자가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책임을 요구한 (하종강과 이선옥의) 문제 제기가 그르다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편집자는 공지영과 하종강의 관계 역시 편집자와 저자의 관계와 비슷하게 볼 수 있다는 설명을 했다. 그는 “하종강의 글을 공지영이 고치는 상황이라면, 이는 비유하자면 하종강이 저자이고 공지영이 편집자인 상황이다. 원저자의 글을 수정했다면 당연히 ‘컨펌’을 받아야 하는데 안 받은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공지영을 저자로 표기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이런 식으로 글들을 모아 자신의 감상을 덧붙여 책을 낸 경우 글쓴이를 ‘저자’라 부르지 않고 ‘대표편집자’와 같은 명칭을 쓴다. 독일의 Herausgeber(헤라우스게버)와 같은 명칭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의 실정에선 ‘헤라우스게버’가 쓴 책을 번역하더라도 그를 ‘저자’로 부르게 되지만, 이런 상황에서 원저자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은 훨씬 더 철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편집자는 “단행본이 나온 경우 인용할 때에 대부분 출판사에서 출판사로 문의가 온다. 심지어 <좋은 생각> 류의 잡지에서 몇 줄 가져다 쓸 때에도 허락을 구한다. 물론 신문기사나 칼럼은 관행적으로 허락을 안 받고 인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거의 내용을 통으로 가져다 쓰면서, 게다가 가필도 하면서 그 사실을 양해를 구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냥 인용 허락만 구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었다”라고 단언했다.

하종강과 이선옥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었나

다음으로 하종강과 이선옥의 요구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세간의 비판은 주로 첫 번째 메일에 나온 ‘회수 요구’가 심했고 그래서 공지영이 ‘내부의 적’ 운운하는 분노의 트윗을 쓴 것도 이해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편집자들은 이 요구를 얼마나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였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편집자의 의견이 분분했다.

한 편집자는 “그 메일만 보면 편집자들은 엄청나게 당황스럽다. 보통 전량 회수하는 경우는 저런 텍스트의 문제, 그러니까 출판사 표현대로라면 ‘법적으로는 문제없는 도의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코드 오류나 저자 이름 오기 같은 유통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종강의 해명서를 보면 해당 출판사 대표가 한 글자만 틀려도 전량 회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진짜로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달래려고 하는 말일 수 있다. 우리가 예의는 차리겠다, 그러니 봐 달라, 이런 심리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편집자는 “편집자들 입장에서 1쇄 전량 파기는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이다. 무조건 ‘2쇄 때 고치겠습니다’라고 울며 매달려야 할 상황이다. 이런 일은 편집자 입장에선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그래서 편집자에 따라선 하종강과 이선옥의 요구를 황당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어떤 편집자는 “메일을 보고 굉장히 강경하다 봤지만 하종강이 책을 안 내보낸 사람이 아닌 만큼 어떤 뒷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번째 메일의 내용 역시 정당했다고 말하는 편집자도 있었다. 그 편집자는 “회수가 무리한 요구 아니라는 대표의 설명이 정치적 수사라면, 하종강과 이선옥의 요구 조건에도 같은 얘기가 성립한다. 문제가 잘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저자와 출판사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런 메일을 보낸 거고 출판사와 대화를 한 이후에는 회수해 달라는 요구는 금세 철회했다. 그 처음의 요구 조건을 두고 심했니 심하지 않았니를 왈가왈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어떤 편집자는 “물론 윤문은 출판사가 잘못했지만 처음에 인용의 허락을 구하는 전화가 왔을 때 하종강이 이선옥의 이름도 넣어 달라고 했으면 훨씬 간단했을 문제인데 너무 복잡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고, 다른 편집자는 “하종강이 얘기를 안 했다는 건 이미 지나간 문제고 지적하는 게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하종강이 한번 그렇게 (이선옥의 얘기를) 안 했으니 계속해서 공지영의 편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공지영과 출판사의 대응은 적절한 것이었는가

마지막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공지영의 대응에 대해 한 편집자는 “본인이 (하종강, 이선옥과의) 접촉을 거부한 상황에서 출판사에서 문제를 거진 해결했는데 문제를 트위터에서 터트리고 상대편을 비난했다. (하종강과 이선옥의) 회수 요구가 좀 과했는지는 몰라도 결국 공지영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낸 건데 양쪽 다 잘못했다거나 하종강과 이선옥 측만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공지영 개인보다 출판사의 대응을 비판하는 시선이 많았다. 어떤 편집자는 “대응 자체가 잘못되었다. 책에 관련해 무슨 일이 터질 때 출판사의 바람직한 대응은 일단은 무대응이다. 대응없이 넘어갈 수 있는게 가장 좋다. 그리고 굳이 대응을 해야 한다면, 결코 저자가 대응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출판사에서 못한 게 그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대응으로 안 되면 저자는 최대한 숨기고 출판사 측에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반대로 갔다. 저자가 직접 나서서 대응하는 걸 말리지 못했고 해명서나 저작권 문의 등의 작업은 모두 ‘휴머니스트 편집부’ 이름으로 나왔다”라고 상황을 정리하면서 “이게 어떻게 편집부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인가. 편집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당연히 사과나 해명을 하려면 대표 이름이나 출판사 이름을 걸고 나서야 했다”며 출판사 측을 비판했다.

다른 편집자는 “일단 대응이 늦었고, 웹상의 여론을 못 읽고 잘못 대응했다. 저작권에 대한 법적 접근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발을 불러온다는 걸 몰랐다”고 설명하며 “공지영과 진중권 등이 각자 신념대로 과잉 대응하는 것을 출판사가 통제를 못하는 상황이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사건 후 대응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편집자는 “아무도 주목을 안 했지만 출판사의 해명에서 담당 편집자가 야근을 하며 2주 동안 작업해 만들어낸 책이라 한다. 굉장히 급박하게 만들어낸 책인 거다”라며 문제의 발단이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정황은 상상이 간다. 많이 팔릴 책이니까 마케팅부에서 2주 예약 판매를 걸자고 건의했을 테고, 위에서는 그 의견을 수렴하면서 그 2주 동안 책을 만들어내라고 했을 거다. 그러면 보통 책 한 권에 두 달 걸리는 흐름으로 작업하는 편집자로선 과부하가 된다. 아마 외주 교정자를 두고 편집자와 외주 교정자가 함께 작업했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다른 편집자들도 이 추측에 동의하면서 “나쁜 관행인데, 전혀 없는 일은 아니다. <안철수의 생각>과 같은 책도 비슷한 루트로 나왔다고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원고가 편집자에게 넘어가기 전 기획단계의 문제를 지적하는 편집자도 있었다. 그는 “원래 이 쌍용차 르포 프로젝트는 공지영과 이창근과 송경동의 공동 작업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어느 새인가 공지영 개인의 작품으로 둔갑해 버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물론 유명작가 한 사람의 저술로 홍보하는 것이 판매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판매에 도움이 되는 쪽이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선의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실제로 수행한 역할과 업무 성격 면에서는 '대표 편집'의 역할을 수행한 공지영에게 '저자'란 이름을 붙여 내세우고 문제가 발생하자 그에 대한 사과와 대응은 '편집부'에 맡기는 이러한 흐름은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저자’의 개념을 세분화하지 못하고, <닥치고 정치>에서도 그랬듯 실제 역할과 상관없이 유명한 사람에게 저자의 역할을 맡기며, ‘고스트라이터’의 이름은 공저자로 올리지 않는 우리 출판시장의 관행이 이런 사건을 만들어낸 토양”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덧붙여 공지영이 실제의 역할과 상관없이 이 책을 자신만의 작업이라고 믿는 태도가 있는데 이것이 문제를 결정적으로 키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의자놀이> 스캔들, 그 이후

▲ 지난 7월 21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금속노조원들 및 대학생들이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으로 행진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실적인 여건상 책 만드는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가운데 이 논쟁은 출구전략이 없는 지리한 상태에 빠져 있다. 어떤 이들은 쌍용자동차 투쟁의 대의를 내세워 논쟁 자체를 중단시키려 하고 다른 어떤 이들은 ‘표절 작가’를 축출해야 한다는 대의 속에서 의견이 다른 이를 격렬하게 비난한다. 책 만드는 공정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상황에서 피상적인 권력론, 진영론, 그리고 서로의 도덕적 선량함에 관한 허망한 수사들만 논쟁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미 출판사와의 협의는 끝났는데 문제 제기가 책을 방해한단 말이 있는가 하면, 세간의 오해에 대한 해명이나 하며 명예를 지키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는 하종강과 이선옥에게 문제해결을 요구하기도 한다. 공지영의 해명에서 대놓고 시사된 것처럼 ‘노동운동 진영이나 좌파들의 바깥에 대한 배타적 태도’로 문제를 몰고 가려는 사람도 많으며,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로 보건대 공지영이나 출판사 측의 전향적인 사과 역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전개를 보면 노동운동 진영이나 좌파들이 진영 바깥에 대해 배타적이기는커녕, 도움을 주는 명망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출판업자들만큼이나 노력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책 만드는 이들의 시선으로 봐도 명백하게 드러나는 문제를 두고, 출판계의 관행을 제멋대로 해석해서 사건을 설명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세상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에서도 해당 업종의 문제를 감지하고 그 문제들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선은 쌍용자동차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다른 전선의 문제들에 함께 관심을 쏟는 것은 모순적인 일이기는커녕 진보운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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