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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쇠고기 옹호' 조선·동아 구내식당 풍경[엄호동의 사이버세상 속으로] 한 네티즌 "동아일보 식단표에 직원들 기겁"
엄호동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08.05.14 11:29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이나 영국인에 비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말은 정부와 여당 그리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괴담이라고 치부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 괴담(?)은 네티즌들이 만들어 퍼뜨린 것이 아니라 지난해 3월 23일자 동아일보에 실렸던 기사의 일부다. 동아일보는 또 "소를 이용해 만든 식품이나 화장품을 통해 병원성 프리온이 극미량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계속 축적되면 발병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의 말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쇠고기 광우병 위험' 우려하던 조중동, 정권 바뀌니 태도 돌변

   
  ▲ 조선일보 구내식당 벽면에 붙어 있는 호주산 쇠고기 원산지 증명서 ⓒ데일리서프라이즈 제공  
 
이 기사를 근거로 보면 조중동이 주장하는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는 네티즌들이 아니라 동아일보가 되는 셈이다. 네티즌들은 30개월 이상의 소도 수입이 허용되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자 동아일보의 지난해 보도를 근거로 광우병을 우려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또한 중앙일보도 지난해 8월 4일자 신문에 '미, 쇠고기 검역 제대로 하고 개방 요구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SRM)인 등뼈(척추)가 발견됐다"면서 "미국의 수출 검역이 이토록 허술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확대하자고 우리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미 쇠고기 안전 확신 책임은 미국의 몫'이라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지금처럼 수출검역을 허술하게 한다면 정부가 미국산 갈비 수입을 허용하기는 힘든 일"이라면서 "미국은 왜 이번 일 같은 사태가 벌어졌는지 원인을 확실히 밝히고 우리 국민을 안심시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 구내식당 "사원 제공 쇠고기, 광우병 발생 없는 호주산 청정육"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랬던 조중동이 바뀐 것이라고는 정권밖에 없는 지금에 와서 "인터넷이 잘못된 여론을 호도해 터무니없는 광우병 괴담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으니 소도 웃을 일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정치권, 광우병 엉터리 소동에 올라타선 안돼"라는 지난 6일자 신문 사설을 통해 "인터넷에는 아직도 '미국 사람은 20개월 미만 쇠고기를 먹고 한국에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수출한다'는 거짓말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조선일보는 또 "우리나라에 수출되는 것과 똑같은 쇠고기를 먹어 온 3억 명 미국 사람 중에 미국 땅에서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며 "미국 소의 뼈와 내장을 먹어 온 우리 재미교포 중에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이 사설을 보면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의아한 일은 바로 그런 주장을 펴온 조선일보 구내식당에서 "사원식당에 제공되는 쇠고기는 광우병 발생이 없는 호주산 청정육으로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 신문에서 주장했듯이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조선일보 기자들도 먹을 권리가 분명 있을텐데….
 
이에 대한 해답은 지난 6일 동아일보 구내식당으로 점심을 먹기 위해 갔다는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동아일보 식단표에 직원들 기겁'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는 "원래 이 식당의 메뉴는 두 가지로 한쪽은 양식, 한쪽은 한식인데 보통은 한식메뉴의 줄이 더 길었다"며 "그런데 오늘은 한식메뉴에 사람이 거의 없는 반면 양식메뉴의 줄은 밖으로 나갈 정도로 길었다"고 한다.

   
  ▲ 문제의 5월 6일 메뉴가 적혀있는 동아일보 구내식당 식단표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 네티즌은 "이날 양식메뉴는 '브로컬리 볶음밥'으로 줄이 길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면서 "한식메뉴로 나온 '도가니탕'에 그 이유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기자를 포함한 동아일보 직원들이 이날 한식메뉴로 제공된 꼬리곰탕을 먹지 않기 위해 양식메뉴로 제공된 '브로컬리 볶음밥'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이 네티즌은 분석했다. 아마도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구내식당에 호주산 쇠고기임을 증명하는 수입신고필증까지 붙여가며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

한 네티즌 "지난 6일 동아일보 구내식당서 '도가니탕' 인기 없던 이유는 왜?"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등뼈 한조각에도 국민들의 건강권을 운운하며 광우병을 우려하던 조중동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맹신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도 자신들조차 먹기를 꺼리는 미국산 쇠고기를 국민들 보고는 먹어도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이유가 뭘까? 조중동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MBC 민영화와 신문·방송 겸영허용 등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변화에 따른 꼼수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조중동이 MBC, KBS2, YTN 등의 방송사 인수를 통해 신문·방송 겸영에 진입하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불안과 우려의 국민 목소리를 괴담이라 폄하하길 좋아하는 조중동이 자신들에 대한 이러한 소문도 괴담으로 폄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조중동이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자사 이익을 위해 괴담이라 폄하하지 말고 귀사의 구내식당에서 하듯 불안과 우려에 대한 진실을 신문에도 써주길 바란다. 이러한 지적이 근거없는 괴담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도 맹신하고 있는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자신들부터 안심하고 먹든지 말이다.

엄호동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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