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배우자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그의 단점까지 너그럽게 감싸안고 가야하는 숙명을 내포합니다. 게다가 생리 현상은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20일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급한 고민' 이란 주제로 상담을 요청한 출연자의 부인은, 아무리 요즘은 과거와는 다르게 가족 내에서도 조금씩 개인주의가 싹튼다고 하더라도 다소 황당했습니다.
그녀가 남편분과 딸아이의 화장실 사용을 막는 게 이해가 가긴 합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상당히 비위가 약했고, 어느 날 변기 뚜껑을 열어보니 잔여물이 있어서 하루 종일 밥을 먹지 못하였던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세식 화장실로 변한 지 오래이고, 후각이 상당히 예민하여 고치고 싶어도 어렵다는 그녀의 심경을 백 번 이해한다 해도, 자신이 낳은 딸아이까지 집 안에 있는 화장실을 쓰지 못하게 하는 엄마는, 기저귀를 갈아주며 아이를 키우는 보통 엄마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더군요.
이렇게 아내 때문에 남편과 딸이 번거로운 수고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고치고 싶음에도 고칠 수 없다면서 가족들의 이해를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불쑥 나타날 수 있는 생리현상이 본인 의지대로 제어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비위를 위해 무작정 남편과 딸을 희생시키고자 하는 엄마의 태도는 그 자리에 있던 방청객과 시청자들을 경악케 합니다.
첫 회 방영부터 남다른 이해가 필요한 사연 시청자들의 독특한 에피소드 때문에 연일 화제가 되었던 <안녕하세요>지만 요즘 들어 그 고민의 수위가 적정선을 넘어버렸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나마 남편은 성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참을 능력이 있다고 쳐도 아직 한창 클 나이의 딸에게까지 화장실 사용을 금지한 것은 그들의 제대로 된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제3자에게는 해도해도 너무한 엄마의 횡포로 비춰질 정도입니다.
결국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무작정 가족들의 이해를 바란 엄마의 화장실 금지령은 <안녕하세요>의 새로운 1승을 탄생시켰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각성이 있지 않는 한, 계속 생리 현상을 분출하는 과정에서 번거로운 수고로움을 안고 가야하는 가족의 고민이 과연 <안녕하세요> 1승, 혹은 최종 우승으로 위안 받을 수 있는 단순한 고민일까요. 다소 힘들겠지만,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배려와 양보가 절실히 필요한 가정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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