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를 지낸 조준웅 변호사의 아들 조아무개씨가 삼성전자에 특채 입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보도국 윗선에서 이를 불방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 20일자 한겨레 10면 톱.

한겨레는 20일 10면 톱 <조준웅 삼성특검 아들, 비자금 재판뒤 특채로 삼성 입사>에서 조준웅 변호사의 아들 조아무개(38)씨가 비자금 사건 선고 이듬해인 2010년 1월 삼성전자 과장으로 입사했으며, "삼성전자에선 통상 신입 입사 뒤 과장 진급까지 8년 이상 걸리는 데 견줘, 사법시험 준비와 어학연수 외에 회사업무 경력이 없는 조씨가 과장으로 바로 입사한 것을 두고 의혹이 일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20일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KBS 법조팀의 모 기자 역시 지난 2일 관련 제보를 받은 뒤 취재를 진행해 당일 기사를 작성했으나 이선재 보도국장을 비롯한 보도국 윗선은 '뒷거래가 있었던 것인지 등 특채를 문제삼을 만한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다' '삼성전자에 특채 입사한 다른 사람의 사례도 추가취재해야 한다' 등의 이유로 보도를 막아섰다. 이에 해당 기자는 추가취재를 진행해 3~4차례 다시 아이템을 올렸으나 결국 방송되지 못했으며, 관련 내용은 20일 한겨레를 통해 단독 보도됐다.

해당 기자는 20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해서 "첫 기사를 작성한 이후에 '보강취재' 지시를 받았고, 어떻게든 기사를 내보내기 위해서 삼성쪽 관계자를 2차례 정도 더 만나서 자세한 자료를 요구하고, 조준웅 변호사의 아들과 비슷한 경우에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알아보고, 지원공고문도 취재했으나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며 "당초 작성했던 원고는 한겨레 보도와 거의 유사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조준웅 변호사 아들의 삼성 특채 아이템을 취재하고도 방송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 KBS기자협회 등은 이선재 KBS 보도국장을 수차례 찾아가 항의했으며, 이선재 국장은 함철 KBS기자협회장과의 면담에서 "뒷거래 등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만 방송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철 기자협회장은 20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선재 국장은 '완벽한 증거'가 있어야 방송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삼성에 특채 입사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을 전부 다 범죄시할 것인가' '조준웅 아들의 특채가 왜 유독 부적절한지, 뒷거래가 있었던 것인지 등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본인이 의도했든 안했든, 결과적으로 삼성 봐주기"라고 지적했다.

함철 회장은 "국장의 말대로 하자면, 판사가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 기자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인가. 오해를 살 만한 정황적 증거가 있다면 보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장은 자꾸 '완벽한 증거'만을 요구했다"며 "결과적으로 거대 자본권력 앞에서 몸을 사린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20일 이선재 KBS 보도국장은 조준웅 변호사 아들의 삼성 특채 아이템 불방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라서 외부에서 관심가질 이유는 없는 것 같다"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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