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씨’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알권리’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언론의 횡포에 직면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가 4일 발표한 성명서 가운데 일부다. 이날 중앙신도회는 검찰과 언론 정치권 등을 향해 3개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언론 관련 성명에서 신도회는 “특히 조선일보(9월 12일자 1면 보도, 9월 21일자 1면 보도 등)는 악의적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섰으며, 이를 통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얻어내려는 속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의 중심에 불교계의 의혹과 비리가 만연한 것처럼 보도함으로서 불자들의 자긍심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악의적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섰다”

▲ 중앙일보 10월5일자 16면.
조계종 중앙신도회는 “신델리아를 꿈꾸던 신정아씨에게 날개를 달아준 곳이 어디인가”라고 반문한 뒤 “조선일보 등은 ‘칼럼 필진’ 등으로 극진히 우대하였고 이는 신정아씨의 허위의식의 발판이 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해당언론의 반성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하이에나와 같은 속성만이 번뜩이고 있는 언론의 양면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국민일보, 노컷뉴스, 세계일보, 서울신문 등은 국책사업으로 정상적인 진행을 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사업도 마치 특혜성 사업인 양 보도함으로서 불교계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다”면서 “더구나 ‘알몸사진’을 게제하고 ‘알권리’라고 항변하는 모습에 이르러서는 분노를 넘어 참담하기까지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신도회는 “정정보도와 사과 등 그동안 벌인 잘못된 보도에 대하여 약속한 사항을 빠짐없이 실행할 것과 더 이상 왜곡과 폄하, 의도된 짜 맞추기가 없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선일보’와 ‘조선일보를 비롯’은 엄연히 다르다

▲ 조선일보 10월5일자 16면.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의 성명은 일부 신문에만 보도가 됐는데 ‘특히’ 조선일보의 보도가 눈길을 끈다.

조선은 5일 16면 <검찰, 신정아씨 사건 빨리 실체 규명을 불교계 관련 의혹 부풀기기 용납 못해>에서 “신도회는 언론에 대해서는 조선일보를 비롯, 국민일보, 노컷뉴스, 세계일보, 서울신문 등을 거론하면서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섰다’ ‘템플스테이 사업이 특혜인양 보도해 불교계의 위상을 실추시켰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이어 “‘알몸 사진’을 게재한 신문(문화일보)에 대해 ‘분노를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보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특히 조선일보’와 ‘조선일보를 비롯’은 엄연히 다르다. 중앙신도회가 성명에서 가장 강하게 비판한 곳은 조선일보인데 조선은 자신들과 다른 언론사들의 ‘잘못’을 동급으로 처리했다. 조계종의 조선일보에 대한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는 오늘자(5일) 한겨레에 잘 정리돼 있다.

▲ 한겨레 10월5일자 27면.
한겨레는 이날 27면 <“‘신정아 사건’ 한나라당 보수언론이 악용 불교계 피해”>에서 “조계종은 또한 최근 조선일보가 한나라당 제공자료를 근거로 동국대 이사 정년 스님이 주지로 있는 강원도 평창 월정사에 신씨 교수 임용 때부터 국고 47억원을 제공했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에 분노했다”면서 “불교계에선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평창이 지역구인 이광재 의원을 잡기 위해 또 불교계를 음해한다’는 정서가 더욱 퍼졌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를 괄호까지 표시해가며 ‘강조한’ 조선의 의도는

신도회가 성명에서 ‘특히 조선일보…’라고 언급한 이유가 뭘까. 바로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강조 포인트를 조선은 평이하게 바꿔놓으면서 대신 ‘엉뚱하게’ 문화일보를 끌어들였다.

조선은 “또 ‘알몸 사진’을 게재한 신문(문화일보)에 대해 ‘분노를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는 성명 내용을 전하면서 성명에는 없던 문화일보를 괄호까지 표시해가며 친절히(?) 설명해주는 ‘노력’을 보였던 것이다. 참 요즘 말로 ‘진상’이 따로 없다.

▲ 조선일보 10월2일자 1면.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월정사 보도와 관련해 지난 2일 ‘정정성 기사’를 내보냈지만 이건 엄밀히 말해 정정보도가 아니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이미 조선일보 쪽에서 직접 찾아와 사과의 뜻을 밝혔고 ‘정정성 기사’를 내보냈다”고 말했다. 최종 결론은 지켜봐야겠지만 ‘성의’를 표시한 만큼 크게 문제삼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정성 기사’를 내보내는 것으로 ‘오보의 책임’을 대신한다면 대체 누가 언론을 신뢰할 수 있을까. 오보를 내도 ‘정정성 기사’만 내면 괜찮은 것인가. 조선은 지금이라도 정정보도문을 내고 오보에 대해 명확히 불교계와 독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온당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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