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사또전>은 천만관객 배우 이준기와 CF퀸 신민아와 유승호의 출연 그리고 비극적인 밀양 아랑 전설을 코믹하게 재조명한다는 기획 의도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군복무로 인한 공백기가 있었지만 이준기야 스타성과 연기력을 고루 갖춘 믿고 보는 배우이기 때문에 그리 큰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랑사또전>을 우려케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신민아였습니다.
전지현, 김태희 이후 CF를 석권한 스타답게 뛰어난 미모를 갖췄음에도 연기력이나 흥행과는 영 거리가 멀었던 신민아. 여러 드라마, 영화를 찍었음에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드물었던 신민아에게 최고의 기회가 왔으니, 지난 2010년 이승기와 함께한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였습니다. 당시 구미호로 출연한 신민아는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매력을 어필하며 당시 최고 화제작이었던 KBS <제빵왕 김탁구>에 맞서 나름 선전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신민아가 선택한 작품은 MBC <아랑사또전>입니다. 그런데 처녀귀신의 탈만 바꿔 썼을 뿐 말투나 성격 부분에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와 차별화되는 점은 거의 없어보였습니다. 구미호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기에, 자꾸만 비슷한 캐릭터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전작에서 구미호로 출연했기 때문에, 전작과 차별화되는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연기 변신 실패', '신민아의 한계'라는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은 불 보듯 뻔했습니다.
하지만 경이로운 와이어 액션보다 놀라웠던 것은 입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찰진' 신민아의 맛깔스러운 연기였습니다. 이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통해 몸에 배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신민아로서는 천방지축 처녀 귀신 '아랑'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빅> 이전까지 여자 주인공 살리는 데 천부적인 재주를 가지고 있었던 홍자매 작가가 부여해준 캐릭터 자체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정작 신민아의 연기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찍었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때와는 달리, <아랑사또전>에서는 확실히 표정 변화, 캐릭터 소화에서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작과 비슷한 역할을 맡았기에 신민아의 연기력에 대해서 아주 높은 평가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2년 만에 배우로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입니다.
물론 이준기라는 걸출한 배우가 신민아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그와 호흡을 맞추는 신민아의 연기가 예전보다 더욱 빛나 보일 수 있습니다. 까칠하고 시크함을 테마로 삼는 와중에도 안정된 발성과 발음으로 각양각색의 심경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극의 중심을 꽉 잡고 있는 이준기가 있기에, 신민아는 주연으로서 모두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을 덜고 그저 열심히 자신이 맡은 바 은오 이준기 외 극중 사람들을 열심히 골탕 먹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제 아무리 자체발광 배역이라도 그 역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면 캐릭터는 자연스레 죽게 마련입니다. 다행히 신민아는 애초 인기를 끌만한 좋은 배역을 맛깔나게 소화해내면서 그동안 신민아의 연기에 대해서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시청자들조차 놀라게 합니다.
예전보단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아직까지 대화 처리 부분에서 약간 미흡해 보이는 점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허나 그 단점을 충분히 덮어버릴 정도로 <아랑사또전>에서의 신민아의 존재감은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차후 아랑의 계략으로 밀양 사또에 오른 은오 이준기와의 좌충우돌 티격태격 대결 또한 높은 기대감을 부여합니다.
기대보다 한결 좋아진 연기력으로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신민아와 믿고 보는 이준기. 그리고 깨알 같은 풍자와 극의 전개, <별순검> 작가답게 궁금증을 예고케 하는 미스테리의 적절한 조화로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지켜보게 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연출의 만남.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고, 앞으로의 전개가 더 기대되는 유쾌한 판타지 사극 <아랑사또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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