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조배숙) 업무보고에 불참해 거센 비판에 휩싸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날 오후 국회에 출석해 사죄했다. 그러나 송도균 방통위 부위원장 선임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격론이 벌어지면서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원회는 지난 10일 팩스로 국회 문광위 회의 불참을 통보한 뒤 예정된 13일 오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각계의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국회법에 의거해 '방통위원장 및 상임위원 출석요구의 건'이 의결되자 이날 오후 2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광철 의원은 "오늘(13일) 회의 불참통보는 국회가 판단해야 할 소관 상임위를 방통위가 맘대로 해석한 결과"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방통위가 출범 후 두달간 논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IPTV 시행령, 영어FM 등 이미 결정한 업무진행 상황을 보고하라는 말인데 방통위가 보고 사항을 임의로 결정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광철 의원은 "방통위가 국회 합의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적 균형과 견제를 고려한 야당 소속 상임위원이 아닌 여당 소속으로 선임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지난 2월 국회 방통특위 법안심사소위의 회의 속기록을 근거로 제시한 뒤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방통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정당이 담당하도록 여야가 합의했으나 그 정신을 위배했다"고 비판하면서 "범법 상태에서 의사진행을 할 수 없으니 송도균 부위원장의 명패를 옮겨주시거나 떼달라"고 조배숙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과 심재철 의원 등은 "내부 합의를 존중해줘야 한다"면서 "일단 예정된 업무현황 보고 등 의사진행부터 하고 부위원장 선임에 대해서는 문광위 차원에서 방통위에 의견을 전달하자"고 맞서면서 오후 3시경 잠시 정회가 선포되기도 했다.
회의 속개 이후에도 민주당쪽 의원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송도균 부위원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확실히 해야한다고 민주당 의원들끼리 합의했다"면서 "송도균 부위원장의 자진사퇴만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지병문 의원은 "부위원장 선임이 사생활 침해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면서 "3월 26일 회의록과 부위원장 자진사퇴 발언 등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방통위 설치법은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만 남겼으므로 방통위의 회의운영 규칙은 무효다.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광철 의원도 "방통위원회는 심지어 회의록을 합의 하에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칙까지 만들었다"면서 방통위의 행태를 강력히 비난했다.
회의록 제출과 관련 방통위와 여야의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배숙 위원장은 송도균 방통위 부위원장에게 사퇴 관련 의사를 물었으나 송 부위원장은 "지금으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격론이 오간 끝에 오후 4시 현재 문광위는 다시 정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