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 언론사들이 ‘공정보도’를 내걸고 진행했던 파업을 종료한 지도 수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파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징계를 목적으로 한 인사위원회에 회부되는 등 현재 각 언론사 구성원들이 겪는 파업 참여에 따른 대가는 혹독하다.

KBS,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중징계

▲ 서울 여의도 MBC, KBS 사옥 ⓒ미디어스

KBS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 3월6일부터 95일 동안 ‘김인규 사장 퇴진 촉구’ 총파업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 최근 김현석 노조위원장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리는 등 노조 집행부 18명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당초 KBS는 김현석 노조위원장에 대해 해임을 결정했으나, 지난 8일 인사위원회 재심을 열어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에 대한 징계 수위를 다소 낮췄다. 이번 인사위원회 재심에서 당초 정직 6개월을 받았던 홍기호 노조 부위원장은 정직 4개월이 확정됐으며, KBS 기자협회 제작거부를 이끌었던 황동진 전 KBS 기자협회장은 정직 4개월에서 2개월로 다소 수위가 낮아졌다. 그러나 KBS의 경우,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파업을 종료했음에도 회사 쪽이 노조 집행부에 대한 중징계를 대거 내렸다는 점에서 “노사 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MBC, 파업 참여자 전원 개인평가 최하 등급

파업을 이끌었던 노조 집행부에 대해서만 ‘징계’라는 파업 참여에 따른 불이익을 준 KBS와는 달리, MBC는 파업에 참여했던 모든 구성원들에게 인사 상 불이익을 줬다.

MBC는 2012년도 상반기 업적평가에 대한 결과를 지난 9일 각 구성원들에게 일제히 통보했다. 그 결과, ‘김재철 퇴진 투쟁’에 참여했던 노조원 전원(약 770여명)이 최하 등급인 R 등급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 최하 등급을 받은 비율은 전체 평가 대상 구성원 가운데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최하 등급을 강제 할당했던 지난 2010년 5%, 2011년 3%와 비교했을 때에도 높은 비율이다.

현재 MBC가 실시하고 있는 개인평가는 S, T, O, R 등 총 4단계로 나눠져 있다. MBC사규에 따르면, 가장 낮은 등급인 R등급은 ‘다년간 다른 구성원에 비해 낮은 업무성과를 창출하거나, 해당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충족시키지 못해 조직기여도가 낮고, 조직 발전을 저해하는 인력’이 평가받도록 돼 있다. 또, R등급을 받으면 재교육을 받아야 하며, 3회 이상일 경우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

특히, MBC의 간판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사내외 각종 상을 받았던 PD도, MBC 뉴스를 진행하며 MBC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던 아나운서 및 기자도 파업에 참여했던 이유 하나만으로 최하 평가를 받았다.

▲ 연합뉴스 사옥 ⓒ미디어스

연합뉴스, 게시판에 글 썼다고 인사위원회 회부

‘보복 바람’은 연합뉴스에서도 거세다.

박정찬 사장 반대 및 공정보도를 주장하며 총파업을 이어갔던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는 파업 돌입 103일 만에 회사 쪽과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파업을 중단을 결정했지만, 최근 노조위원장 등 15명이 인사위원회 회부 통보를 받았다. 연합뉴스는 인사위원회 회부 이유로 불법 파업으로 인한 무단결근, 지시 위반, 업무방해 및 경제적 손실 야기 등을 밝혔다.

특히 연합뉴스는 합의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노사 협상 과정에서 ‘징계 최소화’에 대한 사실상의 합의가 있었음에도, 회사 쪽이 집행부 뿐 아니라 일반 구성원까지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비판이 일고 있다. 더욱이 파업과는 무관하게 박정찬 사장 거취를 비롯한 연합뉴스 사태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사내 게시판에 썼다는 이유만으로 국장급 사원(비노조원)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반발은 더욱 거세다.

현재 연합뉴스 사내 게시판에는 이번 징계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구성원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본부 대의원이 성명을 낸 데 이어 입사한 지 9~10년 차 되는 기자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어 “인사위원회 소집은 최소한의 징계라는 노사 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연합의 행태를 규탄하고 나섰다.

또, 사내 게시판 글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것에 대해서도 구성원들은 “언로가 막힌 언론사, 착잡하다” “사내 게시판에 비판 글 하나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조직이 과연 정상적인 언론사인지 의문” “연합뉴스가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고 징계하는 조직이라면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저해하는 제3자에게 어떻게 언론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 “나도 징계하라” 등의 글로 회사 쪽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민일보, 인터뷰했다고 트위터했다고 징계 절차

▲ 국민일보 사옥 ⓒ국민일보 홈페이지 화면 캡처

노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에 대한 징계 강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민일보도 마찬가지다. 사랑·진실·인간’이라는 창간 이념에 따라 기독교 정신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국민일보이지만, 파업 참여 구성원들을 향한 회사의 조처에서는 사랑, 진실, 인간 등 그 어떤 이념도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앞서 언론노조 국민일보·CTS 지부는 지난 6월12일 임금협약 및 파업 관련 현안을 정리한 노사 합의에 따라 173일 만에 파업을 접고 6월14일 오전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국민일보는 최근 파업 참여 노조원 24명에게 13일 오후 1시에 열리는 인사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국민일보는 징계 이유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조직 기강을 저해하는 등 해사 행위와 사규 위반을 했다”는 점을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민일보는 외부 집회 참석, 유인물 배포, 외부 기고 및 인터뷰, 교계 및 언론계 협조 요청, 트위터 등도 징계 사유로 꼽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일보 노조는 이에 대해 “지금 회사는 개인의 의지나 의도, 동기, 내심, 소신, 신념 등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들을 놓고 징계를 하겠다고 한다”며 “인터뷰나 기고, 트위터 등은 언론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해야 할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또 “징계는 회사의 경영권에 속한 것이긴 하지만 경영권이 법과 단체협약을 초월해 보호되는 건 아니다. 회사는 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는 어떤 확정된 근거도 확보하지 않은 채 사규를 앞세워 징계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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