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이 고객 개인정보의 무단유출 및 판매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으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불만이 줄소송 대응 등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이에 조신 하나로텔레콤 사장은 지난 8일 여의도 본사에서 '고객가치(CV) 혁신 실행 방안'을 발표하고 그동안의 고객의 불편에 대해 사과하며 "기존 고객관리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위해 모든 텔레마케팅(TM)을 2개월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고객위원회 및 고객정보모니터링단의 구성 등도 포함돼 있다.

반면 같은 날 (사)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사)소비자시민모임, 한국YMCA전국연맹 등 3개 소비자단체들은 성명을 내어 '하나로텔레콤의 반성없는 반소비자적인 태도'와 '하나로식 대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하나로텔레콤이 경찰 수사 발표 이후 계약을 해지하려는 고객들에게 여전히 위약금을 요구하는 한편, 문제의 약관을 고수해 불법 고객정보 유출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 불법약관 그대로 둔 텔레마케팅 일시 중지가 대책?"

이들은 "하나로텔레콤은 더 이상 소비자들을 우롱하지 말고 고객정보의 불법적인 제3자 제공내용을 담고 있는 현재의 약관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면서 "경찰은 2006년과 2007년에 한정된 불법적인 고객정보 제3자 제공 관련 조사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정책위원은 지난 8일 하나로텔레콤이 내놓은 대책에 대해 "텔레마케팅 일시 중단이 어떻게 대책이 될 수 있냐"면서 "고객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분간 텔레마케팅(TM)을 중지하겠다는 발표는 기존의 약관을 고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으니 결국 현재 불안상태에서 달라지는 게 전혀 없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였다.

다음은 전 위원과의 일문일답.

- 경찰의 하나로텔레콤 텔레마케팅(TM) 수사에 대해 '텔레마케팅은 업계의 영업 관행이라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던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찰수사 결과를 보면, 하나로텔레콤은 자체 상품 초고속서비스와 전혀 무관한 제3의 상품인 SC제일은행의 신용카드 판촉이나 수학교실, 안경점 관리와 같은 외부 텔레마케팅 업체에게 고객정보를 넘겼다고 나온다. 즉 텔레마케팅은 전부 다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3자에 고객 정보 넘길 때에는 누구한테,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당신으로부터 수집한 정보 중 어떠어떠한 항목을, 어느 기간 동안 이용할 것이냐 등 4가지를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공지도 안 한 채 넘겼으니 엄연히 불법이다."

- 약관에 대해서도 하나로텔레콤의 주장은 경찰 수사와 엇갈린다는 보도가 나온다.

"하나로텔레콤의 2006년도 약관은 '텔레마케팅업체에 대한 명시나 고객정보제공 목적'도 밝혀놓지 않은 채 포괄적 동의만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2006년 가입고객의 개인정보에 대한 불법행위에 대해서 전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또 2007년 이후 약관에서도 하나로텔레콤의 고객정보 제3자 제공은 초고속인터넷서비스고객에게 초고속인터넷서비스가 아닌 제3의 상품과 서비스의 판매를 위해 제3자에게 고객정보를 제공할 것을 명시한 것으로 불법이다.

게다가 개인 고객이 약관에 동의를 안 할 경우 서비스이용을 못하게 '강제'하는 상태이므로 이것은 명백하게 '불공정거래'다."

- 지난 2일 열린 '옥션 해킹 사태와 정보인권 보호대책' 토론회에서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던데.

▲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
"지난해 8월 경찰청 중간수사 발표 때에도 언론은 '텔레마케팅(TM)은 업계관행'이라는 식으로 별 반응이 없다가 최근 옥션 대형 유출사태가 터지니까 좀 시끄러운 것 같다. 과거 소비자단체들이 이동통신요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당시에도 그랬다. 언론들은 사고가 터지면 몰려들다가도 정부나 해당 회사쪽에서 뭔가 대책을 발표하면 그 내용을 받아쓰고는 그것으로 끝인 경우가 많았다. 그 대책이라는 것이 미봉책이든 눈가리기 식이든 간에 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해결된 게 전혀 없는데도 언론이 잠잠해지니면 그냥 덮어지니까 그럴 때마다 참 허탈했다."

"온라인 거래에서 주민번호 수집 불필요"

-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잇따른 유출사고에 대해서 주민번호 대체수단으로 아이핀 도입 등 대책도 내놓았는데.

"방통위가 주민번호 대체수단이라고 내놓은 아이핀의 경우도 실은 지난해 정보통신부 시절 인터넷실명제 때문에 도입한 것이다. 그 외에는 주민등록번호로 본인 확인이 필요한 경우가 없다.

즉 아이핀은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일 뿐이며 주민번호 대체효과가 있고 없고는 초점을 벗어난 얘기다."

- 정부는 최소한의 본인확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업체들이 이렇게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동명이인 확인 때문이지 신용과는 전혀 상관없다. 이미 우리나라 온라인 거래에서는 주민번호 이외에도 국가공인인증도 있고, 신용카드의 안심클릭, 핸드폰 결제 등 개인식별 방식이 다양하게 갖춰져있다. 주민등록번호 확인을 통한 본인확인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말이다. 신용카드나 휴대폰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드문데, 이 둘 다를 안 가진 사람들은 계좌이체나 후불거래를 하면 되지 않는가."

"정부가 공범이라 대책 신뢰 안해" "시장과 정치에 독립적 기구가 감시해야"

- 하나로텔레콤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허가취소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의견을 방통위쪽에 전달한 적은 있는지. 최근 방통위는 하나로텔레콤 뿐 아니라 KT와 LG파워콤에 대해서도 텔레마케팅과 정보유출 관련 실태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는데.

"전달 안했다. 정부도 이번 정보유출 사고의 공범이기 때문이다. 공익을 현저하게 해친 사업자의 영업행위에 대해서 정부는 묵인해왔다. 경찰수사에서 해당 공무원(옛 정통부 산하 통신위원회 측)이 사전 단속 누설을 했다는 내용도 있지 않는가. 실제로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산하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불법약관으로 피해보상을 신청해도 솜방망이 처분을 일삼아왔다. 기본적으로 옛 정통부가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취한 입장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자를 보호하는 쪽이었다는 건 공공연한 얘기다.

▲ 하나로텔레콤 신문 광고
- 결국 제3의 기관에서 규제감시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외국사례를 참고해 볼 때에도 기업진흥과 규제를 한 기관에서 다루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시장과 정치권력 모두에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이 시급함에도 2004년 제출된 관련 법안들이 17대 국회 내내 잠자고 있어 개탄스럽다. 18대에서라도 우선 처리돼야 한다."

- 개인손해배상소송 참여 정도는 어떠한지.

"5월 9일 기준으로 5400여명이 피해보상 소송에 접수했다. 집단소송제도는 1명이 승소를 해도 피해를 당한 10만명이 모두 피해보상을 받지만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집단소송제도가 없어서 개인소송 소장을 일일이 써야 하는 상황이다. 만명의 소송자를 모으면 소장을 만장 써야 하는 것이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3개 소비자단체들은 경실련 등과 함께, 현재 사업자 귀책사유를 무시하고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는 하나로측에 대한 문제제기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약관변경 촉구를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하나로텔레콤이 약관을 변경하지 않고 계속 고수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유일한 집단소송제도인 단체소송에 돌입하는 것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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