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아침까지 조선일보 홈페이지 머릿기사는 “5년 내내 끌려다니겠습니까? 새판을 짜겠습니까?”라는 제목이다. 토요일 기획기사판에 소위 기자라 자칭하는 문갑식이 쓰는 [Why? 제작노트]를 옮겨다 논 글로서, 신문 지면에 나온 기사 제목은 ‘기껏 죽 쒀놨더니…’이다.

아시다시피, ‘죽 쒀서 개 줬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다.

개?

조선일보 기자 문갑식, '기껏 죽 쒀났더니...'

문갑식의 눈구멍에 보이는 개는 누구일까? 청계천에서 촛불집회하는 사람들이 문갑식의 눈구멍으로 타고 들면서 ‘개’로 보이는 모양이다. 문갑식의 귀구멍에 들리는 개소리는 누구의 소리일까? 청계천에서 ‘미친소는 너나 먹어’라며 외치는 청소년들의 외침, 시민들의 목소리가 문갑식의 귓구멍으로 타고 들면서 '개소리'로 들리는 모양이다.

▲ 조선닷컴 기사 캡쳐

"중고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정부 말대로 촛불집회 배후에 불순세력의 선동이 있었겠죠. 반미(反美)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 얼굴이 다시 등장했으니까요. 서울시교육감 말대로 전교조 교사들이 뒤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자본주의 단맛은 쏙쏙 빼먹으면서 좌파 행세하니까요. 저런, 풀 죽었던 좌파 언론도 살판이 났군요." - ([Why? 제작노트] "기껏 죽 쒀놨더니…" 문갑식 기획취재부장 기사 중 인용, 조선닷컴 5월 9일13:52 입력)

문갑식이 ‘기껏 죽 쒀놨더니 개가 와서 먹는다’고 하고 싶었던 개? 그들은 지금 광우병 위험을 세상에 알리고 또 광우병에 대한 신중한 예방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거리에 나오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촛불집회 배후의 불순세력? 이미 알려졌다시피, 불순세력이라고 조중동이 지목하고 있는 세력은 존재하나, ‘배후’는 없다. 문갑식이 불순세력이라고 거품 물고 떠들어대는 소위 말하는 '좌파세력'들은 대중운동에 있어 무능함을 또 다시 입증하며 '효순 미선 사건' 이후 또 다시 주최자가 아닌 참여자로 촛불집회에 앉아있을 뿐이다.

그런 사정을 뻔히 알만한, 한 때 노동전문기자까지 했던 문갑식이 좌파세력의 대중운동 능력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문갑식도 자연발생적인 운동임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후의 불순세력 운운하며 좌파세력을 지목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다른 한 편, 이명박계 신문들이 아무리 거품 물고 배후를 찾으라고 소리쳐도 검찰은 배후의 ‘배’자조차 도 찾아 낼 수 없다. 아무리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해도 ‘조작’하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것이 배후다. 왜? 배후는 없기 때문에.

하기야 ‘좌파는 유서마저도 대필한다’고 악선전을 퍼부어 결국 엉뚱한 사람이 유서대필이라는 혐의를 씌우고 십 수 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시켰고 더불어 사회적으로 생매장시킨 범죄적 경력을 가진 조선일보이니...장담하지는 못하겠다. 워낙 이명박정부와 친한 조선일보이고, 또 경찰과 검찰에 워낙 강한 조선일보이니 어찌 ‘배후’가 없다고 절대적으로 장담할 수 있겠는가? 조작해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조중동이 ‘배후’라고 하면 ‘배후’가 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가 이 나라이니...그리고 이 나라 언론환경이니...

박근혜, "이념문제 아니다"

그런데, 지난 10일 청와대를 다녀 온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선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지 이념 문제라든가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말했다.

▲ 10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문화제가 1만여명의 시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민중의 소리 김철수기자

문갑식의 눈, 조선일보의 눈에는 이런 발언은 졸지에 선진당 대표 이회창에 이어 박근혜마저도 ‘좌파세력’ 또는 '배후의 불순세력'으로 매도당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는 주장은 ‘이명박계 신문 조선일보가 정부와 함께 펼치는 캠페인에 재를 뿌리는 발언’으로 간주되면서 ‘배후의 불순세력'으로 몰릴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광우병 파동의 배후 불순세력은 좌파세력이다’라는 캠페인에 정면으로 맞서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걱정하는 것은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 서지 않으면 모든 개인이나 세력들을 좌파로 몰아붙이거나 좌파동조세력으로 비난하는 조선일보의 ‘좌파사냥캠페인'은 아주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조선일보 ‘고문’이라는 타이틀로 글 쓰고 있는 김대중의 최근 칼럼 <박근혜 공주론>에서 최근의 박근혜를 노골적으로 깍아내린다. ‘총선의 후보공천 과정에서부터 총선 후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에 이르기까지 박근혜씨는 늘 화가 난 듯한, 무엇에 불만인 듯한 모습만을 국민에게 보여주곤 했다...텔레비전에 나타난 박근혜씨의 얼굴은 경직돼 보였고 그의 입에 걸린 '조건'들은 흥정을 연상케 했다.’며 비난한다. 흥분한 김대중은 더 나아가 ‘...오늘도 여전히 삼성동 자택에 '칩거'하며 나라의 문제, 사회의 문제 등은 외면한 채 또다시 어떤 '조건'과 '요구'를 내세울까 세 싸움에만 골몰하는 것으로 비친다면 그것은 엄청난 이미지 손실이다...그는 더 이상 '공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냥 '공주'도 아니고 '불만·불평 공주', '심통 공주'로 비쳐져서는 더 더욱 곤란하다.’며 최근 박근혜의 행보를 공주병에 걸린 공주으로 폄훼하면서 ‘심통공주’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지어서 힐난하고 있다.

조선일보 고문 김대중, 박근혜는 심통공주...

무엇이 수구꼴통 김대중으로 하여금 박근혜에게 이토록 거친 언사를 동원하며 비난하게 했을까?

"그의 대승적 자세가 더욱 요구되는 것은 10년의 좌파정권을 교체해서 들어선...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출범 3개월도 안 돼 좌파의 역공(逆攻)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권의 '친기업'은 일단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출발했으나 노조세력은 철도·항공·전기·가스 등 총파업을 경고...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3000'으로 일방적 대북 퍼주기에 제동을 걸었으나 북한은 온갖 욕설과 함께 일체의 남북교섭을 끊고 압박을 가하고...한미관계의 복원도 순조롭게 출발하는가 하더니 쇠고기수입 협상과 FTA 비준처리로 좌파세력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다" - "[김대중 고문 특별기고] MB, 세상을 너무 얕봤다" 기사 중 인용, 조선닷컴 5월 9일 17:40 입력

조선일보 기자 문갑식이나 김대중같은 수구꼴통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아주 단순하다. ‘이명박 지지자'와 '아닌자'로 세상을 구분하고, '아닌자'는 불순세력이요 좌파세력이라고 낙인을 찍는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박근혜도 불순세력이요 좌파세력으로 분류당할 가능성이 높다. 문갑식과 김대중의 최근 글을 보면.

나의 말 우리의 주장이 ‘색깔공세’에 왜곡되는 가운데. 그들 집단의 구성원으로 분류되는 박근혜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까지 인다. 한편으로 저들 조선일보을 비롯한 조중동의 하이에나 이빨같은 선전선동의 결과, 박근혜가 좌파세력의 수장처럼 비춰질까 걱정된다.

박근혜의 '이념문제 아니다'도 '미친소리'?

문갑식이든 김대중이든 또는 조선일보이나 조중동이 답해주면 좋겠다. 특히 조선일보가 답해주길 바라며...

광우병에 관한 자기 생각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연예인들의 주장을 '미친소리'라고 매도한 것처럼, 박근혜의 '이념의 문제는 아니다'는 주장도 미친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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