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방송작가들이 모였다.

6일 오전 11시, 한국방송작가협회(이사장 이금림)는 62년 협회 설립 이후 최초로 방송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방송작가협회는 <PD수첩> 작가 해고 사태와 관련해 지난 1일 김재철 MBC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자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어 작가들의 복직을 요구했다.

▲ 6일 오전 11시, 한국방송작가협회(이사장 이금림)는 62년 협회 설립 이후 최초로 방송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협회 이사진들이 성명서를 낭독한 이후 구호를 외치는 모습ⓒ곽상아

2500여명의 방송작가들로 이뤄진 작가협회는 "MBC는 해고작가 6명을 즉각 원직 복귀시켜라"며 "즉각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협회는 비장한 각오로 MBC에 대한 전면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금림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오늘의 대규모 집회는 작가협회 50여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일은 단지 작가 6명만이 아니라 2500여명 회원 모두에 대한 정치적 해고이자 탄압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김옥영 전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이번 일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BBC, NHK가 우리 방송의 목표처럼 이야기 해왔는데 현재 개별 방송 콘텐츠의 수준을 보면 이들 방송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방송이 이렇게 빠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초기, 방송 인력은 굉장히 소수였고 그 빈틈을 비정규직 작가들이 메꿨다. 방송사들은 값싼 대가로 고급 인력을 기용해서, 그 힘으로 한국경제와 마찬가지로 압축 성장을 이뤘던 것이다.

김재철 사장과 국장들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프리랜서 전문직의 애매한 경계에 서있지만 우리는 한국방송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이 말하듯이 방송작가는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해 시사교양 작가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 번역 등 전 장르의 작가들이 분노하는 것은 작가들의 존재 가치에 대한 근본적 훼손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분노를 우습게 여기지 말라. 분노한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겠다."

▲ 이날 집회에는 노희경 작가도 참석했다. ⓒ곽상아
이날 집회에는 30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스타 작가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꽃보다 아름다워> <그들이 사는 세상>의 노희경 작가는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부당한 해고와 치졸한 보복은 작가들의 생존권 말살 뿐만이 아니라 방송사의 생존 이유 말살"이라고 지적하며 "작가정신을 짓밟은 이번 사태가 '복직'으로 결론날 때까지 시사교양 작가들과 연대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노 작가는 "(이번 일을 겪으며) 드라마 작가들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며 "방송사 사장도 많고, 국장도 많다. 그러나 갈아치우면 그뿐"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대장금>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의 김영현 작가는 "방송작가로서 22년 가까이 일해왔고, 그 중 15년을 MBC에서 일해왔는데 이를 굉장히 후회한다"고 밝혔다. 김영현 작가는 "PD수첩이 얼마나 공정하고 신뢰받는 프로그램이었는지는 MBC도 알고 시청자도 알고 작가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편향성을 운운하면서 계약서조차도 무시한 채 일거에 잘라버린 행태는 MBC가 MBC의 주인은 시청자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록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노동자이지만, 작가의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온 우리를 동료로서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MBC <오발탄> <신문고>의 윤청광 작가는 "작가 집단 학살은 박정희, 전두환 치하에서도 볼 수 없었던 만행"이라며 "김재철 사장은 만행을 철회하고 즉각 MBC에서 떠나라. 여의도에서 떠나라. 서울에서 떠나라. 한국에서 떠나라. 지구에서 떠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