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언론사가 연합뉴스의 외신 기사를 무분별하게 받아쓰면서 오보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는 6일 아침 "연말 세계 LTE 가입자 3명 중 1명은 한국인"이란 기사를 송고했다. 이 기사에서 연합뉴스는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파크스 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LTE 가입자가 연내 5천만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 연합뉴스의 원본 기사. 이 기사에서 연합뉴스는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이라며 출처가 통신업계라고 밝혔지만 이를 베낀 다른 언론사들은 "통신업계에 따르면"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파크스 어소시에이츠' 보고서 원문을 인용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를 다른 언론사가 옮겨 쓰면서 "통신업계에 따르면"을 삭제하고 "6일 시장조사기관 파크스 어소시에이츠는"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통신업계"를 인용해 보도했지만 이를 베낀 다른 언론사가 "파크스 어소시에츠"의 보고서를 직접 인용한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타 언론사가 직접 인용한 것처럼 보도된 '파크스 어소시에이츠'의 보고서는 지난달 24일 발표됐다. 연합뉴스 기사를 잘못 베낀 언론사는 지난달 24일 발표된 보고서를 마치 6일 발표된 것처럼 '거짓 보도(오보)'한 셈이다.

▲ 시장조사기관 '파크스 어소시에이츠'의 보도자료 (화면캡처). 여러 언론에서 직접 인용한 것처럼 보도된 파크스 어소시에이츠의 관련 보고서는 지난달 24일 발표됐다.

이처럼 2일 연합뉴스 기사를 베낀 언론사는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포털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 KBS, 조선일보와 같은 메이저 언론사에서부터 지역신문이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터넷 언론까지 다양하게 이를 받아쓴 사실이 드러난다.

또 연합뉴스 기사를 베낀 언론사가 연합뉴스를 인용했다고 밝힌 데는 한 곳도 없었다. 연합뉴스 기사를 전제하다시피면서도 자기들이 쓴 기사인 것처럼 자사 기자의 이름을 붙이거나 '인터넷 뉴스팀'이 작성한 기사라고 썼다.

▲ 조선일보 비즈니스의 관련기사(화면캡처).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연합뉴스 기사를 베끼면서 '통신업체에 따르면'을 삭제해 지난달 24일자 외신을 6일 발표된 것처럼 보도했다.

이러한 기사에 이름이 나온 기자들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사를 썼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기사에 이름이 나간 모 언론사의 기자는 "내가 쓴 것이 아니다"면서 "아마 인터넷 팀이 작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매체의 기사 역시 "아마 데스크에서 아침 기사 거리를 찾다가 쓴 모양"이라며 자신이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기자는 "관행처럼 기자의 이름을 붙인다"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포털에 기사를 송고해야하는 데스크의 고충을 알기에 문제제기를 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를 인용한 보도한 많은 언론사들. 이 가운데서 연합뉴스를 인용했다고 밝힌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또 언론사 대부분은 자신들이 파크스 어소시에이츠 보고서를 직접 인용한 것처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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